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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연 Jenny Dec 24. 2022

22년 12월 23일

    오후 6시, 영등포 구청에서 안전 안내 문자가 왔습니다. 내일 금요일은 체감온도 영하 22도이니 조심하라고 합니다. 내일이었던 금요일 저녁에는 예정에 없던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22년 10월의 할로윈에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또 죽었던 날 이후로 두 달 만에 처음 온 이태원입니다. 갑자기 찾아오는 바람에 역에 도착해서야 장소에 대한 실감이 찾아옵니다. 약속 장소가 있는 지하철역의 4번 출구로 가지 않고 사고가 발생했던  1번 출구로 발길이 향합니다. '미안합니다', '언제나 기억할게요.' 색색의 포스트잇에 마음들이 담겨있습니다.


     1번 출구 앞에 마주 보이는 첫 골목 코너의 이마트24 편의점의 노란 간판 조명 아래에 형광 조끼를 입은 경찰이 서 있습니다. 그의 선택은 아니었겠으나 두 달 전 이 시간, 같은 자리에 서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다가오는 일요일이 크리스마스인데 거리가 한산합니다. 친구를 만나기로 한 가게 사장님이 지금은 사람이 늘어나서 가게가 100개쯤 있는 골목에 15명 정도 다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자조의 말 뒤에 숨어있는 어린 사장님의 표정을 읽기가 어렵습니다.


     영하의 날씨를 무릅쓰고 술을 마시러 온 것은 조직개편 후폭풍 때문입니다. 오라고 하는 곳이 있고, 가지 말라고 하는 곳이 있습니다. 모퉁이에 서 있으려니 갈피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양쪽의 리더와 대화하면서 어려운 것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한 대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택시에서 술기운을 빌려 친구와 통화를 합니다. 마음이 바닥에 닿습니다. 저의 결정은 어렵지도 솔직하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있는 부서에 남고 싶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했다면 지금의 팀은 방어전을 치르지 않아도 됐을지 모릅니다. 종일 머릿속을 떠돌아다니던 서운함이 다른 사람의 몫이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이 포스트잇을 붙이고 간 사람은 어떤 마음의 풍경을 거쳐 미안하다는 말을 하러 왔을까요. 는 아직 가 올바른 시기와 장소의 골목길을 잘 지키고 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근처를 서성이다 본 인생네컷 사진관 안에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연두색 후드에 노란색 머리띠를 한 뒷모습입니다. 영하 22도의 황량한 골목길에서 만난 청량함에  기분의 색깔이 변합니다. 잠깐 지켜보는데 머리띠를 고르려 돌아선 사람의 얼굴이 귀여운 여학생이 아니라 통통한 남학생입니다.


     세상은 슬프고 복잡하고 귀엽고 당황스러운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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