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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연 Jenny Oct 31. 2022

지금은 아침이 아니에요

Pray for Itaewon


미리 예매해 둔 미술 전시회 티켓 사용 기한이 만료가 되는 날이라 조금 이르게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했다. 전시장에 가기 전에 근처에 있는 카페의 친한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들렀다. 어스름한 저녁에 갑자기 찾아갔는데도 반갑게 맞아 주셔서 이런저런 대화 끝에 커피를 들고 전시회를 관람하러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요가원에 들릴 것이라는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사장님은 "서연 씨, 지금은 아침이 아니에요"라고 웃으며 답하셨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또박또박 걸어오는 길에 들여다본 휴대폰에서 지난 주말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를 애도하는 친구의 글을 보았다. 글 속에서는 죽음이 우리와 너무 가깝기 때문에 느껴지는 허망함과 그럼에도 소중한 삶에 대한 애정이 전해졌다.


인생의 아침에 서있다고 생각했던 어린 친구들이 창졸간에 스러졌다는 뉴스는 애통함과 동시에 각자에게 남아있을 시간을 가늠해 보게 하는 슬픈 성찰의 시간을 주는 듯하다.


인생은 해가 뜨고 지는 하루와 달라서 내가 서 있는 순간이 어스름한 저녁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이 아침이 아니면 어떤가. 짧은 저녁으로도 좋아하는 그림을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안부를 묻고 내 몸과 마음을 돌아볼 시간은 충분 한 지도 모르겠다.


이태원으로 기도를 보내는 모두의 마음에 슬픔과 허망함이 깃드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들을 각자 더 소중하게 살아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신 분들과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분들에게도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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