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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연 Jenny Jul 21. 2023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판덩


1.
저도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판덩의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를 읽던 중에요.

2.
판덩은 대학을 졸업하고 공영방송국에서 일을 하던 중 큰 조직 속에서 개인의 노력이 결과로 직결되지 못하는 현실에 무기력감을 느낍니다. 낮은 수입과 불안감에 밤을 지새다 문득 "논어"를 공부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1년간 논어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게 됩니다.

3.
공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는 집세가 아니라 생사는 걱정하던 시절입니다. 그 시기에 남긴 공자의 가르침이 현재에도 적용된다는 깨달음으로 그는 지금 판덩독서라는 지식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4.
책은 논어에서 뽑아낸 문장들에 판덩의 해석이 덧붙는 구성입니다. 배움에 관한 학이, 리더십에 관한 위정, 마음이 불안할 때 보는 예악(예법과 음악)의 세 챕터로 되어 있습니다.

5.
논어에 대한 책을 읽다가 저의 나이를 생각하게 한 대목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효'에 대한 대목입니다.

6.
저의 나이도 있지만 요즘은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꽤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부모님께서 여름용 슬리퍼를 사는 작은 일부터 집안의 큰 일도 함께 이야기하고 결정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은 멀었지만 시간이 더 지난 후에는 저도 인생 선배님들처럼 부모님을 위해 많은 것들을 결정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상상을 하게 된 것도 조만간 소개드릴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노년에 쇠락하는 신체에도 불구하고 지키고 싶은 가치에 대해 대화하고, 그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아버지를 위해 수술 치료를 방향을 결정하는 부자의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7.
책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자유가 효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하길, 오늘날 효도를 부양하는 거라 말한다. 하지만 개와 말도 기를 수 있으니 공경하지 않는다면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

"효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그저 미루어 짐작해 보양식을 해드리고, 고운 옷을 지어드리며, 걱정할 일을 알려드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생각을 읽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며 하나의 인격체로 공경하는 것이 진정한 효라 할 수 있다."

8.
나이가 어리거나 들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기보다는 내 마음이 편한 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알아서 해 줄텐데 뭐가 문제야" 같은 드라마에서 보는 문장이 과연 일상에서 없을까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모님과 저의 관계도 천천히 변할 것입니다. 그것을 알기에 이 문장을 만나서 울림을 느끼고 ' 아,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한 것이겠지요.

조금 위험하거나 손해 보는 결정이라고 느껴지더라도 부모님께서 해보고 싶어 하시는 일이라면 지지하고,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는 자녀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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