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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연 Jenny Feb 18. 2021

화장실에서 혼자 울었던 너에게

감정노동의 희망은 고독이다

    고객사의 불합리한 질책을 들은 네가 화장실에서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 전에 독서클럽에서 '고독'을 주제로 멤버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너에게도 전해주고 싶었어.

 

    함께 읽었던 책은 김의경 작가의 '콜센터' 였어. 제목만 들어도 감정노동자들의 애환을 다룬 책일 것 같지 않아?

 

    이 소설 속에는 감정노동자들의 애환과 콜센터에서 붕 떠버린 청춘들의 꿈과 그래도 놓지 못하는 꿈과 유사한 성취와 당연하게도 사랑 같은 것들이 나와. 직장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히며 닳아가는 과정에 있는 우리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지.

 

    그중에서도 다 같이 인상적이었던 대목을 꼽았던 장면은 이거였어.

 

“아무런 의미를 못 찾겠어. 콜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깎여 나가는 것 같아. 그리고 다시는 깎여 나간 것들을 보충 할 수 없을 것 같아. 아무리 애써도 의미를 부여할 수가 없어. 그래서 여기(작중 인물들이 콜센터를 박차고 떠나온 부산)까지 따라온 거야.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었어. 더 이상 깎여 나가지 못하게.”

 

    내 잘못이 아닌 일로 혼날 때나 과도하게 긴장된 상태로 업무를 지속해서 매일매일 멍할 때 우리는 ‘내 존재가 깎여나간다’라는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아.


    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야기 끝에 우리는 나의 쓸모와 존재를 폄하하려는 사람들과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과정이 고독일지도 모른다고 정리했지. 고독을 통해서 자신을 온당하게 다시 바라보고 세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혹시 ‘화캉스(화장실에서 쉬는 것)’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어? 나는 그날 처음 들었지만 바로 공감할 수 있었어. 나도 화장실에서 숨을 골라야 하는 날이 있으니까. 아마 그날 너를 위로했던 모든 선배가 가로세로 각 1m도 안 되는 작은 곳에서 숨을 골랐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걸.

 

    화캉스를 소개해 주신 분이 ‘감정노동의 희망은 고독이다’라는 명언도 함께 남기셨는데, 가끔 희망을 찾아서 도망가버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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