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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Sep 05. 2020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한 그대에게

현실의 주먹에 초심을 잃는 당신을 위한 7가지, 네 번째 노하우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뿐이다.

-소크라테스-



■ 시작의 기술 4 - '나는 불확실성을 환영해'






 어린 시절 나중에 커서 뭐가 될까 설레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룰 때가 있었다. 사춘기 시절 땐 그 생각이 더 심화되어 매일 새벽 2시에 잠들었다. 할머니 표현으로는 '속이 시끄러워서'였다. (속 시끄럽다 : 언짢거나 걱정되는 일이 있어 마음이 불편하다)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지만, 그래도 난 정말 특히 심했던 것 같다. 누가 귀에 대고 자꾸 속삭이는 것 같고, 내 안에 누가 있는 것 같았다. 정신 질환자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랬다.



내용의 본질은 거의 "너 커서 뭐 될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였다.

하지만 별 쓸데없는 예측과 상상들로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밤을 새워버린다.



그 시절에 겪는 고뇌의 성장통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갈피도 잡게 하고 방향도 잡게 한다. 간단히 예로 들자면, 중학교 졸업하기 전에 나는 이과로 갈 것인가 문과로 갈 것인가 고민하는 것도 같은 굴레다. 특별하게 한쪽으로 재능이 있거나 윤곽이 드러나면 모르겠지만 보통의 학생들은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아 매우 고민한다. 그렇게 몇 날 밤을 지새우다 결정한 대로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전과하는 경우도 있지만 커리큘럼상 극히 드물고, 대학까지 이어져서 간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게 계획한다. 생각하는 대로, 계획하는 대로 이루어질 거란 착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성상 대학 졸업을 하고 전공을 살려 직업을 갖는 비율이 크지 않다. 그런 사람도 있긴 하지만 오죽하면 문과는 치킨집 사장으로 수렴한다 하겠는가.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고민하고 고민했던 미래가 대학만 가도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니, 대학에 진학하기도 전부터 이미 감을 잡는다. 더 이상 미래가 답이 없어 보인다. 이런 보통의 양갈래 길 고민을 제외하고서라도, 학자금이 부족하다거나 내가 생각한 만큼 실력이 괜찮지 않았다거나 변수는 넘치고 넘쳐난다. 내가 생각하고 예상했던 대로, 내가 꿈꾸던 대로 착착! 이뤄지는 일은 거의 전무하다. 우리나라 청소년기를 거쳐온 성인들은, 거치고 있는 청소년들은, 거칠 어린이들은 웬만해서 다 겪을 감정인 것 같다.



그렇게 고민하고, 계획하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시작의 기술' 책의 저자 개리 비숍은 우리 인생의 습관적인 예측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서술한다.


우리는 확실한 것을 찾고 불확실한 것을 피한다.
우리는 뭘 기대할 수 있는지, 어디로 갈지, 뭘 입을지 알고 싶어 한다.
우리는 준비하고 싶어 한다. 안전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바람을 훨씬 능가해, 거의 중독에 가깝다.


우리는 사람들을 알기도 전에 평가한다.
만난 지 몇 초 만에 상대의 성격을 예측한다.
다른 브랜드와 제품이 많아도 우리는 익숙한 브랜드와 제품을 산다.
아직 걸리지도 않은 병을 예방하기 위해 영양 보충제와 비타민을 먹는다.
미래를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미래가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펼쳐지게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예측을 하는 것은 확실성을 가지기 위함이고, 불확실성은 피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무의식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했던, 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펼쳐졌던 모든 일들이 확실성을 가지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 일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펼쳐졌고 지금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극적으로 기피한다. 알을 깨고 나와야 세상을 볼 수 있고, 한 걸음 내디뎌야 앞으로 나갈 수 있고, 움직여야 얻는 것이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기꺼이 위험을 감수해야만 미래와 가능성, 잠재력에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불확실성이라는 우리가 구성해놓은 조그마한 세상에 갇혀 한 발도 내딛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생존 기계이기 때문이다. 생존 본능이 안전함을 추구하지 무모하고 겪어보지 않은 두려운 일에 뛰어들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하지만, 항상 생존 본능이 최우선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안전하고 싶은 욕망은
모든 훌륭하고 고귀한 모험에 방해가 된다.

-타키투스-




우리가 살아가며 생존하고자 하는 욕구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고, 최우선 되어야 하는 건 맞으나, 그것이 때때로 우리의 삶을 방해할 때도 있다. 이 생존 본능은 진짜 살아야 할 때 발휘되는 생존 본능과 다르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그것이 진짜 생존을 위협하는 게 아님에도 당신이 두려워할 때 적용되는 말이다. 내가 겪어본 '과거'라는 것이 이미 알고 있어서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기에, 과거에 안주하게 하는 그런 본능이다.



간단히 아침에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서 조깅도 하고 아침식사도 챙겨 먹어 보길. 점심마다 가던 식당 직원분께 평소보다 더 반갑게 인사하고 친절한 말 한마디 건네 보길.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장점을 찾아 칭찬해보길. 하루가 무난히, 무탈히 지나갔음에 감사기도를 드려보길. 그냥 자기가 생각했을 때 불편한데 실천했다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못하고 있는 것들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단언컨대, 절대 당신의 상상만큼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안 해봤으니 싫을 뿐이지 한다고 지구 종말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확실한 것을 찾아다니지 않고 모든 것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으면 스트레스의 많은 부분이 저절로 녹아 없어진다고 개리 비숍은 강력히 주장한다. 모든 것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 그 어디서도 확실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세상은 불확실성 투성이다.










대중이 난제라고 부를 지라도, 나는 도전이라 칭하겠다.

-거스 히딩크-



 우리나라의 월드컵 신화라고 불리는 2002년 월드컵에서 승리의 주역이었던 히딩크 감독은 위처럼 말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미래가 보이지 않고 불확실성 투성이라도 히딩크는 도전이라 생각하고 앞서 나아갔다. 실패할 거다 손가락질을 받아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우리가 아는 많은 성공한 사람들은 그들이 성공하도록 타고나게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들도 자신이 하는 일을 의심한 날들이 있었다. 우리랑 같은 환경과 상황에 있더라도 그들과 우리의 차이점은 하나다. 성공한 사람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행동할 뿐이다. 확실하지 않은 과정 속에서 그들도 수천번 수만 번 '이 길이 맞나?' 고민했을 것이다. 우리와 똑같이 과거에 살고 싶다는 생존 본능의 아우성을 거부하기 힘들었을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했다. 부단함 말고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을 때도 그 부단함으로 최선을 다했다.


ⓒMorning star



나는 골을 넣지 못하는 선수를
책망하지는 않는다.

다만 노골이 두려워서
슈팅을 시도하지 않는 선수는 책망한다.

-거스 히딩크-




실패와 불확실성이 두렵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위치에서 확실함이 생긴다면 과연 행복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게 확실해서 더 이상 어떤 것에 대한 욕망도, 성취감도, 필요성도 있을 필요가 없게 되면 흥미와 야망이 줄어들거나 소멸된다. 인간은 성취의 동물이다.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잠재되어 있다. 그런 인생은 영혼 없는 인생과도 같다.

   







 어차피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확실성이라는 것을 쫓아가며 에너지 소모할 필요가 있을까? 이제 그만하자. 아무리 쫓아도 확실성을 붙잡을 수 없다. 존재 자체를 하질 않는다. 무엇을 이루겠다, 해내겠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우리는 절대 인생에서 무슨 일이 닥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부단히 최선을 다할 뿐이다.



우리가 5년 전, 10년 전, 20년 전에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나중에는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세상은 급격하게 성장해왔고 그 성장은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 아는 것이 언젠가 뒤돌아보면
고색창연한 구닥다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혹여나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것이 두렵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보통 불확실성을 회피하는 이유가 남들에게 심판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당신의 삶은 당신이 결정하는 거고, 당신의 불확실성도 당신이 감당하는 것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인생은 계속되기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남들을 무시하고 소시오 패스처럼 사는 걸 권유하는 게 아니다. 적당히, 나의 선을 지키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다. 또한 관계에서 항상 을이 되거나 지지 않으려면 남의 심판도 받을 의지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당당해져라. 누군가 당신에게 망상에 빠져있다 손가락질하더라도 당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져라. 의심이 들 때면 부단함으로 버텨라.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걱정하는 일에서 그만 스스로를 놓아줘라.
날씨, 주가 지수, '새로 자른 머리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문제는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인생에서 보장된 유일한 것은 인생이 불확실하다는 사실뿐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것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뿐이다.



나는 불확실성을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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