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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녁 Oct 06. 2023

[스코틀랜드 위스키 여행 2] 저렴한 물가의 뉴캐슬

그레인저 마켓과 시내 구경, 그리코 인도 커리

이 여행기는 23.08.26부터 09.10까지 총 15일, 약 2주간 영국 북부 (뉴캐슬-스코틀랜드) 여행을 기록한 것입니다. 가급적 날짜별로 작성하고 있으며,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상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08.26 15:00 PM


근사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갈 채비를 마쳤다. 마침 근처에는 뉴캐슬에서 유명한 재래시장이 있는데, 이름은 그레인저 시장 Grainger Market이다. 그레인저 시장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마켓이다. 그레인저 시장은 1830년대부터 이어져온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상점들과 먹거리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지역적인 특산품과 고급스러운 수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뉴캐슬의 문화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식당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도착했다.



재래시장이라고 해서 한국 전통시장 같은 느낌일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다. 비교적 천고가 높은 건물에 식료품점과 채소가게, 정육점, 식당 등등 여러 가게들이 밀집해 있었다. 런던에서는 비슷한 시장을 꼽자면 브릭스턴 빌리지 마켓인데, 브릭스턴이 더 북적였던 것 같다.


그레인저 시장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열리고 일요일은 휴무다. 우리가 방문했던 26일은 토요일이었고, 8월 28일 월요일은 뱅크홀리데이 Bank holiday로 공휴일이었다. 시장 상인에 물어보니 뱅크홀리데이에는 시장 문이 닫힌다고 했다. 상인 입장에선 일-월 이틀을 쉴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였을 테다. 그래서 그런지 문을 닫은 가게들이 꽤 많았다. 이참에 토요일까지 쉬어 3일 연달아 쉬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방문하는 사람들은 많았기 때문에 오픈했던 가게들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입구에 치즈 매장이 있어 구경했다. 아내가 전날 열심히 책을 보더니 문득 스위스 치즈인 그뤼에르 치즈가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조금만 먹을 건데 괜찮냐고 하니 흔쾌히 100g으로 썰어보겠다고 했다.


커다란 치즈 통을 가느다란 철사로 힘껏 눌러 포션을 쪼갠 뒤 무게를 잰다. 오, 신기하게 100g과 근접한 양이다. 와인과 함께 먹겠다고 샀지만 그냥 먹으면 느끼하고 쿰쿰한 발 냄새 같은 것이 올라와 먹기 힘든 치즈였다. 그뤼에르는 퐁듀로 많이 쓰는 치즈라더니, 왜 그런지 알겠다.



그레인저 시장은 정말 볼거리와 먹거리가 잔뜩 있었다. 각종 식료품점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스페인 와인부터 스페인 식료품 (토마토소스, 올리브, 버터, 토마토소스 등)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부터 콩, 쌀, 견과류만 모아서 파는 벌크 숍도 있었다. 우리나라 방앗간 포지션같은 곳인데 요즘에는 잘 안보인다. 이 가게가 시장에 있다는 건 아마 단골이 많아서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가격'이다. 대표적으로 과일이 그랬는데, 위에 딸기 두 팩이 1파운드였다. 가격대가 웬만한 대형마트의 60-70%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게 느껴졌다. 오기 전에 이곳이 물가가 저렴해서 살기 엄청 좋다는 외국인들의 후기를 보았는데, 왜 그런지 실감할 수 있었다. 뉴캐슬 대학교는 꽤 명문인데, 이곳의 저렴한 물가 덕분에 많은 대학생들이 이 지역을 선호한다고 한다. 학비도 비싼데, 먹거리라도 싸야지. 암.

점심을 배부르게 먹은 탓에 시장에서 다른 음식은 크게 생각이 안 났지만 맥주는 달랐다. 지나가다 우연히 만난 크래프트 바틀 숍은 우리의 이목을 끌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떻게 그냥 지나가랴. 


둘이서 샘플러 하나만 주문해도 된다고 해서 태핑 된 맥주 4종 중 3종을 골랐다. Firebrick Brewery라는 맥주였는데, 특이하게도 쾰시가 있었다. 쾰시와 세션 IPA, 그리고 IPA를 먹었다.


250ml 정도 되는 잔에 3종을 따라주는 데 6파운드가 들었다. 우리가 한 잔 주문하니 뒤따라 2-3팀이 들어와 맥주를 주문했다. 역시 우리는 사람들 끌어모으는 재주가 있나 보다. 



그레인저 시장에서 유명한 식당 중 하나인 중국식 교자를 파는 곳. 뉴캐슬은 거대한 중국인 커뮤니티가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거리에는 중국인이 꽤 많았는데, 그레인저 시장과 축구경기장 사이 지역에 중국 상점이나 식당이 꽤 즐비해 있었다.


다른 곳은 대부분 일찍 문을 닫으려고 마감 중이었는데 여기만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점심을 많이 먹어서 먹을까 고민했는데, 앞으로 언제 또 와보나 싶어 하나씩만 주문했다. 새우 교자와 찐빵이었는데 둘 다 맛있었다. 느끼하지도 않고 하나씩 집어먹을만했다. 

한식집도 있었다. 주메뉴는 라면. 불닭볶음면과 신라면, 그리고 비건 라면 이 주메뉴다. 가격은 3.9파운드. 일반 라면이 하나에 1.3파운드니까 3배 정도에 판다. 현지 가격으로는 비싼 가격이 절대 아니다. 뭔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마침 구경한 김에 시내까지 구경하고 가자고 했다. 에어비앤비 숙소가 히턴 Heaton 지역에 있어 갔다가 다시 나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목적지 없이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돌아다니다가 나타난 시내 모습. 나중에 알고 보니 뉴캐슬은 항구도시로 오래전부터 유흥의 중심지라고 한다. 로마시대의 건축양식으로 지은 집들이 많다고 하는데. 건축은 잘 모르겠지만 분위기는 런던과 많이 다른 건 사실이다. 

저 멀리 그레이 기념탑 Grey's Monument가 우뚝 솟아있다. 홍차로 잘 알려진 얼 그레이 Earl Grey를 기념한 탑이다. 그냥 구경만 해서 몰랐는데 알고 보니 여기 꼭대기를 걸어서 올라가 볼 수 있다고 한다. 알았으면 올라가 봤을 텐데 아쉽다. 구글맵에서 다른 방문자가 꼭대기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으로 대신 만족했다. 그레이 기념탑 근처에는 홈 찻집이 꽤 많다. 아마도 이름 때문인 것 같다. 





호스텔이 있는 히터에서 찍은 해 질 녘 풍경. 날이 갈수록 해지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호스텔 주인분은 과테말라에서 온 싱글맘이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딸과 뉴캐슬에 정착해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했다. 호탕한 인상에 친근한 말투. 외국인 여자가 혼자 건물 하나를 호스텔을 꾸린다는 게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집 근처 근사한 인도 요리 집이 있는데 자기 이름을 대면 10%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괜찮으면 다녀오라고 했다. 마침 인도 카레가 엄청 당겼기 때문에 두말할 것 없이 가겠다고 했다. 


친절한 직원이 자리를 안내하자마자 스타터를 먹겠냐고 물었고, 먹겠다고 했다. 뭔가 공짜처럼은 절대 안 보이는 음식이 나왔다. 생전 처음 보는 요리라 뭔지 물어보니 과자 같은 거에 4개 소스를 찍어 먹는 거였다. 


둥글게 반죽된 저건 포파돔 poppadom이라는 인도나 파키스탄의 음식이다. 렌틸콩이나 흙 녹두, 감자, 쌀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 수 있다는데, 이건 감자로 만든 것 같았다.


소스 네 개는 어니언 처트니와 요구르트 민트와 그린민트, 망고 처트 니로 맵고 화하며 단 맛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었다. 이 메뉴는 생전 처음 먹어보는 거였는데, 마치 과자를 딥에 찍어 먹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영국에는 이걸 모티브로 한 과자들이 있었다. 다음에 사 먹어 봐야겠다.  


탄두리 치킨과 스파이시 베지테리언 카레, 그리고 갈릭 난. 탄두리는 파프리카 가루로 약간 탄 맛과 빨간 색깔을 냈다. 우리는 고춧가루가 흔하기 때문에 파프리카 가루를 잘 안 쓰지만, 여기는 정말 많이 쓴다. 나도 기회가 되면 써봐야겠다.


베지테리언 카레는 정말 맛있었는데, 재료들의 식감이 살아있어서 맛있게 먹었다. 양파, 감자, 주키니 호박, 콩, 어린 시금치 잎이 뭉개지지 않고 조화로운 맛을 내어 먹는 재미가 있었다. 고기가 안 들어가도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이거 집에서 꼭 직접 만들어봐야지.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낮에 샀던 치즈와 딸기에 애플 사이다 한 잔으로 마무리했다. 아내는 그뤼에르 치즈가 취향에 안 맞아 잘 못 먹었지만 나는 맛있게 먹었다. 발 냄새 꼬릿한게 취향에 잘 맞나 보다. 


-다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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