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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녁 Oct 04. 2023

 [스코틀랜드 위스키 여행 1] 런던에서 뉴캐슬로

영국에서 제일 오래된 수도원에 있는 식당에서 가성비 파인다이닝 즐기기

이 여행기는 23.08.26부터 09.10까지 총 21일, 3주간 영국 북부 (뉴캐슬-스코틀랜드) 여행을 기록한 것입니다. 가급적 날짜별로 작성하고 있으며,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상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한국에는 축구팀으로 잘 알려진 뉴캐슬의 원래 이름은 뉴캐슬어폰타인 (Newcastle upon Tyne)이다. 잉글랜드 북동부의 대표적인 도시로, 스코틀랜드 국경과 가장 가까운 잉글랜드 도시이다. 사실 바로 에든버러로 가는 열차를 끊을 수도 있었지만, 이왕 북쪽으로 올라가는 거 뉴캐슬도 경험해 보자는 취지로 뉴캐슬도 들르게 되었다.


뉴캐슬도 공항이 있긴 하지만 한국에서 직항 편은 없기 때문에 유럽의 다른 공항을 경유해서 오거나 런던에서 출발하는 방법 밖에 없다.


우리 부부는 런던 킹스크로스 (King's Cross)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기차는 LNER(London North Eastern Railway)를 이용하면 되는데, 열차는 LNER일 수도 있고 Lumo라는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데 가격차이는 좀 있지만 소요시간 차이는 거의 없다. 기차는 현장 구매가 아니라 무조건 사전 예매를 하는 것이 좋다. 자리 때문에도 그렇고, 가격 할인을 위해서도 사전 예매는 필수다.


출발하는 당일에 우리는 첫 번째 호스텔에서 방을 빼야 했다. 그래서 전날 셀프 스토리지(self-storage) 서비스를 이용해 스코틀랜드에 가져가지 않을 남은 짐들을 보관하기로 했다. 영국 외곽에는 셀프 스토리지 업체가 상당히 많으며, 비용도 주거비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다. (짐을 다시 패킹해서 창고로 가지고 가는 건 사실 상당히 고된 일이었다)


전 날 짐을 다 빼서 스코틀랜드로 들고 갈 배낭 두 개 들쳐 매고 킹스크로스로 향했다. 우리나라 서울역이나 다름없는 영국 전역을 향하는 기차를 탈 수 있는 킹스크로스. 출발 전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주변을 잘 살펴서 늦지 않게 가라는 호스텔 주인의 따뜻한 조언이 있었다. 미리 예약한 기차 편이 기술적 이슈로 연착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떠있어서 킹스크로스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이게 웬걸 정시출발로 다시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다시 후다닥 플랫폼으로 뛰어갔다. 하마터면 늦을 뻔했네. 예매를 했어도 계속 전광판을 보며 타야 될 기차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기차 놓치면 보상도 없다.

예매한 좌석 위에 목적지가 어딘지 알 수 있는 스크린이 있다


런던 킹스크로스에서 뉴캐슬은 기차로 3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이다. 경유 없이 직행하기 때문에 거리가 꽤 먼 편임에도 금방 가는 기분이 들었다. 기차 안에서는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아 인터넷이 어려울 뻔했지만 기차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를 이용하면 된다. 한국 사이트 접속은 무척 느려서 간단한 검색 정도나 가능한 수준이다. 그래도 역시 스마트폰을 보는 것보다 바깥 풍경을 구경하는 게 더 재밌고 좋다.




뉴캐슬역에 내리자 공기가 사뭇 다르다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올라왔다고 조금 서늘한 듯했다. 날씨가 워낙 좋았다. 런던보다 건물들이 좀 더 높게 솟은 것 같았고, 건물의 모양도 좀 더 중세유럽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점심때 도착해서 어디서 밥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역 근처에 가보고 싶은 레스토랑이 있어서 찾아가 봤다. 이름은 <Blackfraiars Restaurant>로, 무려 1239년에 지어진 수도원 건물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현재 영국에서 이렇게 오래된 수도원에 있는 레스토랑은 여기밖에 없다고 한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나 오래됐어요~' 하는 것 같다.


멋진 인테리어와 오랜 헤리티지 때문인지 식당 내부에서 먹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은 필수다. 우리는 예약 없이 가서 내부에서 먹을 순 없었고 실외 정원에서 먹었다. 약간 쌀쌀하긴 했지만 햇살이 들어오는 자리에서는 적당히 따뜻해서 밖에서 먹기 좋아 보였다. 친절한 점원의 배려로 넓은 야외자리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또, 여기는 쿠킹클래스도 한다고 한다. 실내를 구경해 보니 필요한 장비는 다 있었다. 혹시나 클래스를 들어볼 수 있을까 봤지만 이미 예약이 다 찬 상태라 참여하진 못했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파인다이닝임에도 아주 저렴하게 런치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월-토 점심에는 인당 25파운드로 스타터와 메인 디저트까지 즐길 수 있다.


블랙프라이어 전채요리 Starter

식전요리로 나온 사워도우빵과 어니언 버터. 상온에 부드럽게 녹은 버터에 양파를 캐러멜라이즈 하여 잘게 다지거나 간 것을 섞어주면 근사한 어니언 버터가 된다. 구멍이 아주 송송난 사워도우는 아니지만 스프레드와 잘 어울렸다.


스타터로는 두 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하나는 가스파초를 연상케 하는 새콤한 냉토마토 수프, 다른 하나는 빵으로 테린 tarrine을 구현한 것이다. 여름에 차가운 토마토 수프는 냉면처럼 짜릿한 맛이 있다. 녹색으로 보이는 건 오이를 인퓨징 한 오일인데, 이게 토마토 수프와 궁합이 아주 좋다. 여기에 식초에 절인 피클드 양파를 함께 먹으면 스타터로는 아주 훌륭하다.


테린은 본래 프랑스에서 전통방식으로 고기를 요리하는 걸 일컫는데, 보통 고기나 내장을 으깨 묵처럼 굳힌 걸 뜻한다. 요즘에는 전통방식을 넘어 비건 테린과 같은 퓨전의 형태로도 자주 나온다고 한다. 우리가 주문했던 브레드 테린은 직사각형의 틀에 빵과 볶은 양파 등을 넣어 페스츄리 형태처럼 굳혔다. 바닥에는 비트로 만든 소스와 오이 인퓨징 오일, 치즈가루가 복합적인 맛을 내며 입맛을 성공적으로 돋웠다. 오이로 기름을 만들면 이렇게 훌륭한 스타터 재료가 되는구나. 새삼 놀랍다.


블랙프라이어 주요리 Main dish

메인요리로는 두 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하나는 고등어구이, 다른 하나는 스카치에그였다.


메인요리에도 역시 오이 인퓨징 오일을 활용해 여름의 분위기를 더했다. 고등어는 영국에서는 잘 안 먹는 생선이라고 한다. 워낙 향에 민감한 나라라서 그런지 고등어 특유의 생선 냄새를 낯설어하는 것 같았다. 현지에서도 호불호가 아주 분명한 생선을 메인으로 내놓은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 아닐까 해서 주문해 보았다. 결론은 한국 고등어 요리가 더 맛있었다. 다소 퍽퍽했고, 딱히 새로울 건 없었다. 다만, 썬드라이토마토보다 덜 말린 썬블러쉬드토마토 sun-blushed tomato를 활용해 단조로움을 피했다는 건 인상 깊었다. 약간 덜 말리니까 토마토의 달달한 맛이 더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카치에그는 영국의 전통요리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김밥과 같은 포지션인 스카치에그가 메인디쉬여서 조금 놀랍긴 하지만, 플레이팅은 아주 훌륭했다. 놀란 점은 호불호가 아주 분명한 염소치즈를 잘 사용했다는 점. 나는 이 블루치즈를 잘 먹지 못하는 데, 오이기름과 비트소스, 그리고 얇게 저민 청사과로 염소치즈 특유의 꼬릿한 잡내를 아주 잘 잡았다. 상단 분홍색은 래디쉬로 색깔을 내어 만든 샐러드.


블랙프라이어 디저트 Dessert

왼쪽 디저트는 라즈베리 치즈케이크와 소르베, 오른쪽은 토피 푸딩에 캐러멜 소스를 얹고 그 위에 바나나 아이스크림을 얹었다. 파인다이닝을 먹으면 메인 디쉬보다 스타터와 디저트를 더 기억한다던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동시에 먹다니.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캐러멜이 잘 어울린다는 점은 앞으로 디저트 먹을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아주 가성비 있는 점심을 배불리 먹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레스토랑에서 조금만 가면 그레인저 시장 (Grainger market)이 있어 들러보기로 했다.


-다음 계속.


*아래 링크에서 덕업일치 실패담을 담은 <나는 실패한 맥덕입니다>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bierg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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