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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May 03. 2023

프랑스 생투앙 벼룩시장

귀여운 피터래빗 토끼 피겨린을 만나다

2022년 10월 말,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9번째 가을에 결혼식을 올렸다. 함께한 시간만큼 우리는 서로 맞추고 닮아갔는지 계획형 인간이었던 내가 여행에서만큼은 무계획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 2주간의 신혼여행을 위해 미리 예매해둔 건, 프랑스 파리 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웃의 직항 항공권 뿐. 무계획이지만, 확실한 테마, 목적이 있었는데 바로 현지의 유명 벼룩시장들을 구경해 보는 것이다. 친한 친구는 신혼여행도 사업 구상 차 출장 가는 거냐며 우스겟소리로 얘기했다. 신혼여행이라면 으레 보통 많이 가는 휴양지의 5성급 호텔이나 미슐랭 식당에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 그럴만했다. 일생일대의 기회로 2주라는 휴가를 얻어 모처럼 가는 유럽여행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벼룩시장이었는걸.


벼룩시장(Flea Market)은 프랑스의 노천 중고품 시장에서 시작된 말로, 벼룩이 들끓을 정도로 오래된 물건을 팔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가장 유명한 곳은 방브 벼룩시장인데, 파리 시내에서 가까워서 관광객이 너무 많기도 하고 그만큼 비싸다고 한다. 마침 일정이 맞지 않아 방브는 가지 않고, 북쪽 근교에 위치한 생투앙 벼룩시장으로 향했다. 물론 이곳도 파리에서 접근성이 좋은 곳이라 지방 소도시의 마켓보다는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빈티지 그릇, 그림, 가구, 골동품, 소품, 고서적 등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파리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피터래빗 토끼 피겨린

4호선 종착역인 Porte de Clignancourt역에서 내리면 인근에 루에 가(Rue des Rosiers)를 따라 쭉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네이버에서 찾아보면 이곳에서 특히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이 많은데, 소매치기 문제는 유럽 전반에 걸친 이슈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우리는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고 즐겁게 디깅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침에 도착해 오후 느지막한 시간까지 반나절을 구경했다. 첫 가게에서 만나 눈에 들어온 건 피터래빗 토끼 피겨린이다. 엄마 토끼 한 마리, 아기 토끼 세 마리 해서 2점이 세트로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데, 붓 터치가 느껴지는 핸드페인팅 도자기 제품이라 더 매력적이었다. 한 바퀴 다 돌고 돌아가는 길에 생각나 결국 구매해버렸다. 이 외에도 술잔, 꽃병, 촛대, 문진 등 거의 한화로 40만 원어치를 구매했다. 명품  대신에 빈티지를 산 거라며 하루치의 탕진을 합리화하고, 양손 가득 숙소로 향했다. 두 손도 마음도 풍요로워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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