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우렌 Jun 05. 2024

첫째 아들이 ADHD를 진단받기까지...

참 오래 돌아왔다.

학령기가 오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불안이 높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일관성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일관성을 유지하기위해 수많은 시간을 보내며 왜 이렇게도 어려울까? 무엇때문일까? 나 때문인가? 내가 잘못해서인가? 이런 나만의 엄마만의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산것도 수년이 흐르면서 알았다.


자녀를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는 어려서 그냥그냥 넘어갔지만 중학생이 되어서 점점 도드라짐을 느꼈다.

어쩌면 나는 너무 먼 시간을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이미 알고있었으면서도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약을 먹이는 것이 정말 위험할까라는 수많은 생각앞에 어쩌면 나는 회피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친한 절친의 아들이 ADHD맞데 언니, 나 이제 너무 속편해 차라리 알고나니까 이제 약먹고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편해졌어 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친구는 3년을 고생했고, 그 아들을 위해 무리한 대출을 받아 병원이 많은 중심지역으로 나왔다.

돈은 무리였을지 모르지만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나는 친구의 아들의 소식을 듣고 이미 정신과 예약을 마쳤지만 철친의 경험담은 나에게 큰 용기와 도움이 되었다.


그제 성모병원 정신과선생님과의 면담을 꽤 오래했다.

선생님은 ADHD도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 아이는 불안이 많은 것을 압도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늘 안정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부모가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나도 알고있었다.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 .. 진단받기 4년전 한 임상심리사에게 아이의 성향평가를 요청했을 때도 들었다. 아니 이미 그전부터 나는 알았다. 그래서 부던히도 노력했다.


어쩌면 내 육아의 가장 큰 부적합자는 전남편이었다.

나와 늘 상반되었고, 내가 양보를 해야만 평화로웠다.

불균형이었다. 


늘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분은 늘 아무 문제가 없다고했다.

절대 애들 상담실로 돌리지말라고....그건 오판이었다.

부모만이 아는것들이 있다. 특히 엄마 만이 아는 것들이있다.

엄마만이 느끼는 것, 주양육자가 생각하고 짐작하는 바는 많이 틀리지않았다.


엊그제 통화에서 아이가 ADHD에요 라고 말하니, 수학성적을 물었다.

이게 무슨소리인가? 답이없다. 끊었다.



00아, 오늘 선생님 만나서 이야기 들었데.

나: "네가 ADHD래....."

아들: "..........................................."

놀랬어? 물으니, 내가 정말 ADHD래?

아이는 눈이 커지고 동공까지 흔들리며 깜짝 놀랜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는 자신을 누구를 잘 때리지도 않았기에 이런 진단이 나올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응, 그런성향을 조용한 ADHD라고 한데. 

조절력이 부족하고, 네가 정말 자주 다치잖어 그게 주의력이 부족해서 인거래.

그래서 처방해주신 약을 먹으면 많이 호전되고, 네가 점점 나아질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래.


처음에는 약을 안먹는다고 거부하더니, 선생님께서 1년에서 2년만 먹어도 된다고 하셨어.

대신 너도 노력을 해야해.


선생님이 약을 처방해주신 이유는 단 하나다.

저절로 잘 해내길 바라면 아주 오랜시간이 걸리며 아이이기 때문에 힘들다고, 

약을 먹고 도움을 받아 성공경험이 많이 쌓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아이의 습관에서 가장 어려운것은 제시간에 무엇을 한다는 것이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상황예측능력이 부족해서 실수를 자주한다.

또 불안까지 높아서 이 실수를 할까봐 더더욱 실수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평소에 잘 하던 것도 실수를 해서 수행평가의 성적은 본인도 무척 실망하게 만드는 일이 자주 있다.



부모가 가장 힘들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 모든 시련의 맞바람은 바로 아이이다.

늘 과도한 긴장, 두려움,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 홀로 서 있는 그 감정이다.


첫날 약을 챙겨주면서 나는 내심 눈물이 나려고했다.

그냥 나도모르게..................


참 오래돌아왔구나...

13년의 시간......

먹이고 나니, 왠지 나는 홀가분해졌다.

그래, 이제 더욱 평화로워 질꺼야.

하번 무언가를 하기까지 참 오랜시간이 걸렸던 이 아이에게 이제 축복이 내릴거라고...



어제는 공부하다 말고 갑자기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한다.

아 그래? 지금은 시간이 늦었는데 내일 하는게 어떨까?

내일 부터는 3일간의 휴일이잖아.


아이는 신이났다.

그 때부터 상상의 나래를 편다.

엄마 나 작가될까?

아직 글도 쓰지않았는데 신이났다.,

응응 브런치작가도 할 수 있어.

그럼 내일 써야지..하며 잠이 든다.


세상이 남이 너를 바라보는 기준이 아닌 네가 네 자신을 바라보는 너를 위한 삶을 바란다.

엄마가....

작가의 이전글 쏟아지는 Assignments,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