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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파크 Nov 02. 2022

[당신의교도관]2. 부장님, 환영해요. X 치웁시다.

아, 장난이에요. 그냥 계세요. 교도관 그만 두지 말아요.

 이튿날은 더욱 강렬한 사건이 찾아왔다.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방을 거실이라고 하고 거실이 모여있는 곳을 수용동이라고 한다.


 나는 동기 한명과 함께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용자들이 모여있는 수용동과 징벌 대상자들이 조사를 받기 위해 혼자 수용되어 있는 독거 수용동에 배치되었다.


 보안과 정문을 통과하면 펼쳐지는 재소자들의 공간은 아직 낯설다.

가벼운 긴장감을 머금고 선배를 따라 수용동으로 향했다.

철문이 열리고, 또 다른 철문이 열리고, 또 다른 철문을 열어 수용동에 도달했다.


 보통 수용동마다 근무자실이 있고, 근무자실에는 담당 근무자 한명 혹은 두명만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이상했다. 수 명의 교도관들이 모여 상기된 얼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들어가자마자 선배님들에게 경례를 했다.


 오, 신입이시구나.

환영해요.

자, 우리 같이 똥 좀 치웁시다.


...


갑자기 똥? 이게 무슨 소리십니까, 선배님?

나는 되물었다.


똥...말입니까?



선배님이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걸까. 무슨 똥을 얘기하시는 거지?


 아, ▢▢번 방 새X가 바닥에 똥을 싸놨어요, 지금. 준비해요, 치우러 갑시다.


 나는 잠시 얼어붙었다.

하지만 즉시 마음을 바로잡았다.

그런 이야기는 이미 몇 번 들은 적이 있었으니까.

인터넷에서 본 일화인데, 어떤 정신병 걸린 수용자는 자신을 나무란 교도관에게 자신의 배변을 모아놨다가 살포한 적이 있다고 한다.

기록되지 않은 사례는 더욱 많을 것이고 이런 일도 현직자들에겐 비일비재할 것이다.

이럴 때 소극적으로 행동한다면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칠 것이 분명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는 쫄지 않는다.


 근무자실에서 나와 수용동 복도로 들어섰다.

복도는 강한 조명이 켜져 있어 밝았음에도 안쪽에서 보이지 않는 어둠의 기운이 밀려들어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짙은 냄새를 입자마다 싣고 일렁이며 밀려들어오는 냄새에 콧속 세포 하나하나가 압도 당했다.

마스크 속 입을 크게 열고 기도로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코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호흡하려고 노력했다.



복도에 들어선 순간, 나의 표정



 문제의 그 방 앞에 서자 갈색으로 얼룩진 거실을 코를 막고 치우고 있는 도우미(소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지들은 고무 장갑을 끼고 코를 막은 채 바닥을 마대 걸레로 열심히 문지르며 X발, X발 욕지꺼리를 하고 있었다.

포대 한가득 닦고 버린 마른 걸레들이 쌓여 있었고 안쪽 화장실 변기는 막혀 있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 이게 교도소지. 이제 시작이구나. 좋아, 이정도쯤이야.


 해당 수용동을 담당하고 계신 선배님은 붉어진 얼굴로 화를 참느랴 애쓰고 계셨다.

자신이 담당해야 하는 수용동의 수용자가 맨바닥에 똥을 싸질러 놓는다면 어떤 관리자인들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을까?

교도관님은 거실에 똥을 싸놓고 멍한 눈으로 서있는 수용자를 다그치셨다.

 

 왜 쌌어, 너, 어? 왜 쌌냐고, 말 안해? 네가 이러면 같이 있는 여러 사람들한테 피해인 것 알아, 몰라?

너 진짜 이럴 거야? 어?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수용자의 대답은 모르겠습니다, 였다.

계속 본인이 왜 똥을 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 수용자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수용자였고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배님의 교육이 길어졌고 우리에게 근무자실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선배님은 수용자의 배설물로 오염된 거실이 최대한 깔끔하게 청소되는 것을 바로 앞에서 계속 감독했고, 똥 싼 수용자를 샤워장으로 끌고 가 샤워를 마치는 것도 감독했다.

선배님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냥 또라이야, 또라이. 이유가 어디 있겠어, 그냥 캐릭터를 그렇게 잡은 거지.

 

근무자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계시던 또 다른 선배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의도를 가지고 있는 배변이었다는 건가? 아니면 정말 정신병이라 이유 없이 싸지른 건가?

어찌되었든 아침부터 시작 된 배변사건은 나른한 가을햇살이 비치던 오전을 뒤흔들었다.


 오후에는 검신을 했다.

작업을 마치고 거실에 들어오는 수용자들이 짐가방 속에 숨겨온 물건은 없는지, 옷 속, 몸 속에 감춰온 물건은 없는지 짐꾸러미를 검사하고 신체를 더듬어 확인하는 절차이다.

철문을 사이에 두고 멀찍이 지켜보기만 했던 수용자들과 처음으로 직접 접촉하는 순간이었다.

찬 겨울 바람이 맨살에 스치듯 가볍게 몸이 떨렸다.


 가지런히 줄을 맞춘 수용자들이 밀려들어왔다.

물품 검사를 받고, 신체 검사를 받으러 교도관들 앞에 섰다.

내 코앞에 재소자가 있다.


 범죄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체사레 롬브로조는 범죄자들은 특정한 외형적 공통성을 가지고 있어 그들의 외형으로 정상인들 사이에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특정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은 대부분 뒤통수가 뾰족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수용복을 입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들의 외형은 특별히 범죄자처럼 보이진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서로의 몸을 건드릴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재소자가 서 있었다.

나의 손이 그들의 몸에 닿았다.

어깨 뒤, 허리춤, 소매깃과 바짓깃을 쓸어 내렸다.


인간의 몸엔 그들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들의 몸엔 어떤 기억이 담겨 있을까?

나는 어떤 죄의 역사를 더듬고 있는 것일까?

머리로는 이런 질문을 품었지만 많은 수용자들을 빨리 거실로 들여보내야 하기 때문에 몸은 쉴 틈 없이 바쁘다.

빠르게 검신을 하고, 다음 단계로 수용자들을 보낸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교도관들과 수용자들처럼 시간 역시 부지런했다.


 그렇게 교도소에서의 낯선 시간이 흘러갔다.


*교도관끼리 부를 때 8,9급 교도관을 부장이라고 부르고 7급은 주임, 6급은 계장님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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