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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파크 Mar 02. 2023

[일기]꿈을 삼키는 가시박

[세움]생존자 '한빛'의 영상을 시청하고


 적응한다는 것은 곧 잊어버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새로운 환경 속에 적응하면서, 나는 가슴 뛰는 삶을 추동하는 꿈을 그동안 잊고 지냈다. 


편안한 일과, 똑같은 하루, 나쁘지 않은 보수, 안정감 있게 굴러가는 조건들의 수레가 내 일상을 느긋하게 견인할 때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숨가쁘게 허우적거리던 내 꿈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왜 상담을 공부하고, 왜 심리치료팀에 들어가고 싶어하고, 왜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직장을 굳이 찾아 왔는가? 잊혀진 그런 물음들을 건져올려 다시금 살펴보게 되는 밤이다.



 가시박은 한번 자라기 시작하면 주변 식물들을 타고 올라가 그것들을 모조리 뒤덮은 채 독소를 뿜어 죽인 뒤 종자를 흩뿌려, 주변을 모두 자신의 종으로 채워버리는 식물 종이다. 


가시박이 삼킨 나무의 꼴을 보자면 꽤나 섬뜩하다. 넓은 손바닥 같은 잎이 짐승의 털처럼 식물을 덮어버려 마치 초록색 오물을 뒤집어 쓴 동물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순간마다 갱신되는 평온함의 벼랑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면 나태와 방만이 찾아온다. 그것들의 습성은 마치 가시박과 같다. 


어느 순간 내 안에 자라고 있는 푸른 나무를 휘감고 자라, 어느순간 그것을 완전히 덮어버려 그것의 본래 형상을 가늠조차 하기 어렵게 만든다. 


누구나 마음 속에서 가시박이 자란다. 내 안에도 내가 모르는 사이 가시박이 자라고 있었다. 



 범죄자 한 명은 여러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저 사람을 잘못 만나, 부모를 잘못 만나, 가족을 잘못 만나 억울하게 불행의 수렁 속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돕고 싶다. 


좁디좁은 나의 시야로 바라보았을 때, 세상엔 억울한 이들이 너무나 많다. 내가 볼 수 있는 그들을 돕고 싶다.


그게 내가 가시박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자신을 괴롭게 하는 것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 


그게 내가 안주하지 않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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