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하와이 티켓을 끊었다.
늘 나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물해 주려는 신랑은
호텔도 비싼 오션뷰 룸으로 예약했다.
부득이하게 출발 이틀 전
마우이 화재 사건이 일어나면서
우리 오션뷰 호텔룸은 호텔 측에 부탁해
오하우 섬으로 대피해서
황급히 머물 곳을 찾고 있을
어린아이를 둔 가족에게
기부했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다시 하와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신랑에게 맡기지 않고,
내가 호텔을 예약하고 있는데,
스파르타 가계살림을 하고 있는 나에게
호텔 예약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난해에는 오션뷰를 예약했는데
시티뷰로 예약하면 마치
우리의 여행이
한 단계 낮아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랑 역시
”모처럼 여행 가는데, 좀 즐겨도 되지 않아?“
라고 말했다. 나도 ’여행‘가서까지 아껴야 해?
하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본질‘을 찾는 내가 이렇게 답했다.
”아니, 하와이에 바다 보러 가는 거고
호텔에서 나와서 해변으로 가면 언제든지
내 두 눈에 바다를 가득 담을 수 있는데,
왜 호텔 방 안에서까지
바다를 봐야 하는걸까?
이건 마치 오션뷰를 특별하고
희소한 가치로 생각하게끔 만들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도 희소한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를 겨냥한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이 갖춰진 호텔’은
물놀이 끝나고 따듯한 물로 씻을 수 있는 화장실과
우리 네 명이서 안전하고 편히 잠들 수 있는
더블침대 2개,
그거면 충분하잖아.
오션뷰 룸은 마치 명품 가방 같아.
명품 가방이 패션을 위해서 사용되고
자기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도 알지만,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어쨌든 ‘가방’이잖아.
소지품들을 담아 이동하기
용이하도록 해주는 ‘가방’인데
아무나 쉽게 살 수 없게끔 비싼 가격을 책정해서
희소한 것으로 만들어 더 갖고 싶게 만드는 거지.
특별해 보이도록 말이야.
생각해 봐.
우리는 바다가 없는 텍사스에서
바다를 보러 가기 위해 비행기 값으로
$2400을 지불했어.
우리의 비행기 값에
이미 ’바다보는 값‘이 포함되어 있는 거라고.
근데 5분 내외로 걸어가면 볼 수 있는 바다를
호텔 방 안에서 보려고 또다시
$2400을 지불한다는 건 사치인 것 같아.
나는 시티뷰에 묵어도 돼.
여보는?”
신랑의 대답은
”나는 어디서 묵어도 괜찮아“였다.
우리에게 여행의 ’본질‘은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호텔 방의 ’본질‘은
편안히 휴식할 수 있는 곳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에게 여행의 ‘본질‘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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