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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현 Jun 29. 2024

이렇게 좋아해 본 적이 없어요.

여느 때, 죽으려고 마음먹었는데 오빠가 꿈에 나왔다.

그날을 절대 잊지 못해.

오빠의 죽음, 꿈에 나오던 그날 모두 잊히지 않아



천천히 기억하기 싫은 그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빠가 죽었대. 말도 안 돼. 으아아 앙.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결국 난 오열했다.



"이거 무슨 사고 같은 거지?

아니지? 이거 그냥, 한여름밤의 꿈같은 거지? 그렇지? 용희야, 나한테 제발 다 그런 거라고

대답해 줘. 제발.."



나 너무 아파. 이렇게 좋아해 본 적이 없어. 

태어나서 처음이야.



아무것도 모른 체로 소문 같은 거

하나신경 안 쓴 체로,

한 인간으로서 그렇게 너무 좋아했어..



그래서 지금 이 모든 게 너무 감당이 안 돼..

이거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아지는 거지?



그냥 이거. 다 사고고 예능 속

몰래카메라 같은 거지? 그런 거지? 맞지?..



실은 오빠.. 교통사고 나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거지? 그런 거지? 용희야?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나한테 제발...



나는 울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면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난 긴 시간 내내 오열했다.



친구는 긴 시간 아무 말도 없었다.



힘내, 라거나. 잘 될 거야. 같은 형식적인

위로로 나에게 그냥 이겨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긴 시간 침묵이던, 내 친구 용희는 입을 뗐다.



"나도 아직 고작 18년~19년 밖에 안 살아서,

인생이 뭔지 삶이 뭔지 죽음이 뭔지.. 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근데 네가 나쁜 생각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는 나한테 소중한 친구고

정말 소중한 사람이니까,



너에게 그 사람이 잊히지 않고

정말 소중한 사람이듯이.

나한테도 네가 그래.



그래서 그런 네가 이 힘든 시간을

너만의 방식대로 잘 견디길 바라."



물론 지금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겠지만,

우리 엄마 아빠가 그러는데.

살다 보면 별의 일이 다 있대.



우리가 곧 성인의 문턱에서 오는 이것도

어쩌면  하나의 성장통이 아닐까?



그 과정에서 나는

네가 너무 소중해서 절대 잃고 싶지 않아.



너에게도 그 사람이 정말 소중하듯이,

나한테도 네가 너무 소중해.



그러니까 지금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안 되고 내 말이 하나도,

도움이 안 되겠지만.



네가 정말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쁜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해.



네가 얼마나 아플지 가늠조차 안 가 뭐라고

말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그냥 지금은.. 그냥 충분히 아파할 시간을 가져.

너만의 방식대로. 그게 좋을 것 같아.



네가 나쁜 생각하지 않고 잘 지내길.

그 사람도 하늘에서 간절히 바랄 거야!



나도 잘은 모르지만, 우리 아빠가 그랬어.

생이 마무리 된 사람들과도 어떻게든



때가 되면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그 사람과 꼭 다시 만날 때가 분명 있을 거야.

네가 너무 많이는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계속 운다.



친구는 내가 울면서 전화를 건 게

처음이라 너무 놀라 내내 걱정했다.



전화를 끊으면 내가 나쁜 생각을 할까

계속 들어준 친구에게 너무 고맙다.



그리고 친구는 지금 네가 있는 곳으로

내가 갈게,라고 내게 말했다.



나는 한마디 했다.

아니, 정말 고마운데. 용희야.

나 오늘은 진짜 혼자 있고 싶어.



내 친구는 나를 존중했다.

있는 그대로, 걱정하면서도 내내.



집에 가서 방문을 잠그고 이주 내내 오열했다.

3주.. 째깍째깍. 시간이 흘러, 

3주와 4주 차 사이 어딘가 있을 무렵이었다.



작은 내 몸은 살이 더 빠졌고  43~ 44kg쯤 되었던

스무 살 그 무렵. 만 나이로는 18세쯤이던 그 시절.



내가 그 슬픔을 감당하기엔

나는 너무 작았다.



그래서 내 얼굴은 상할 때로 상했다.

잠을 못 자니 눈 밑 다크서클은 하고

눈코입은 하도 울어 퉁퉁 부었다.



친구는 내내 걱정했고 아빠는 영문을 몰라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내가 얼어붙어 있었던 그런 시기다.

생각해 보면,



내가 이 슬픔을 감당하기엔 나는 너무 작아

나는 나를 스스로 해 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친구는 잠도 자고, 밥도 먹고 그러다 생각이 나면

울고 눈물도 울 힘이 있어야 흘리지. 라며

그만  먹으라고 말했다.



얼마나 울었을까?  말을 듣고. 

밥을 먹기 시작했고 거울을 보기 시작했고. 거울을 보다 또 울기 시작했다.



밥상에서 울다 가족 중 누군가 걱정하면,

걱정하는 것도 그냥 싫고.



일일이 이유를 설명하기 싫어 그냥

묵묵히 참았다. 밥을 먹는 시간  그동안은.

내 눈물을,



친구의 말이 옳았다.

울더라도 슬프더라도, 그 슬픔에 취하더라도

나를 지키면서. 이 현실을 살면서,



그래야만 했다.

그땐 체 그러는 법을 전혀 모르고

나를 다 잃어가고 있었던 건지도.



친구의 잔소리에 밥을 먹고 잠을 잤다. 어렵사리,

내가 거의 한 달째? 밖에도 나가지 않고

울기만 해서. 



그래도 이젠 밥도 먹고, 

이젠 잠도 자는데.



오빠가 그 시절,

꿈에 나왔다.



아무래도 오빠가 내가 죽을 만큼 힘들다는 걸.

오빠의 죽음 외에도 내 현실이, 지옥이었다는 걸

깨닫고 있었던 듯하다.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생생하다.

그냥 여느 때, 죽으려고 마음먹었는데

오빠가 꿈에 나왔다.



주먹으로 오빠의 가슴을 퍽 치며 

오빠 아.. 어떻게 해. 하며 내내 오열했더니.



오빠가 어두운 표정으로

너는 죽지 마.라고 말했다.



한 마디였다.



내가 혹시나 죽을까 봐. 겁이 나서

사랑스러운 친구니까 그래서,

본인으로 인해 계속 울지 않길 바라서

꿈에 나왔었나 보다.



또 한 마디 했다.

죽어도 힘들더라..



눈물이 주룩,



오빠에게 뱉은 모진 말은 오빠는 개의치 않고

내가 꼭 살기를 바랐다.



절대 죽지 마. 오빠의 그 한 마디가

내 생사의 큰 역할을 했고 내 친구 용희가

말했던 성인이 되면 죽음뿐만 아니라

별의별 일이 다 있다던 그 말.



이제야 이해가 간다.

인생이라는 게 ,..



아마 내 10대 시절은 꽤 장밋빛이라, 

누구보다 먼저 그 성인기의 별의 별일이

다 있더라. 의 시초를 겪은 것 같았다.



누구보다 먼저 겪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절대,



그래서 부단히 내가,

더 성숙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는 건 어쩌면 죽어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 육체 아니. 내 잘못된 단점 같은 것들이

하나둘씩, 깎여 나라는 다이아몬드를 가공해.



나로서 번뜩이고, 반짝이고 다시 사는 것이다.

나는 그런 거라고 믿고 하루하루 다시 살 것이다 :)



장점 없는 사람 없고,

단점 없는 이 없으니.



또 좋아 보여도 절대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전혀 걱정 없는 사람 또한 없으니.



힘들 때마다 나를 다시 살게 해 준

첫사랑과 오빠를 떠올려.



너는 죽지 마.라는 이 한마디가 날 살게 하고

마치 넌 사랑스러운 아이야.



성인 전에 이런 일을 겪어 많이 힘들겠지만

잘 이길 수 있는 사람이야. 할 수 있어.



어떤 어둠, 어떤 힘듦이 찾아와도.

너는 영원히 반짝반짝 빛나.라고 

내게 오빠가 따뜻하게 말해 주는 것만 같았다.



오빠. 보고 싶어, 내일은 오빠의 기일이니

좀 많이 울어도 되지?



밥도 먹고 잠도 잘게. 그리고 나 지금 꽤 행복해.

오빠. 고맙고 감사해요. 또 많이 많이 보고 싶어요,



라고 언젠간 만나면 꼭 두 눈보고

직접 말할 수 있기를.



그때까지 선한 가치

실현하며 살게요. 저는,



참!! 오빠 저 6년 만에 차기작 나와요.

사랑합니다 :-)

p.s 오빠 아- 아마도 10대~20대 시절.

승현이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그 시절. 힘들었겠지만 더는 뒤로는 어느 시기든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저 숨찰 만큼

정말 열심히 산 것 같아요-!!

(그리고 혹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열심힌

더는 못 살 것 같아 오빠..)



그냥 지금이 좋아요.

그냥 유순한 양떼목장 같은 느낌?

처음이야~ 늘 내 인생엔 롤러코스터

타는 일만 많아서.



스펙터클 하다 하면 애들이 다 나를 웃으며, 

내가 무슨 스펙터클의 대명사인 것처럼 쳐다봐서.



아마 그 유순한 양도 가끔은 욱하겠지만?

그래도 이 시절을 보라고 오빠가 그토록 나보고

살라고 했던 건가 봐. 간절히도,



잔잔한 호수 같은 시간도

머지않아 곧 온다고,

그런가 봐. 그런가 봐 아,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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