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차(p.232~p.250)
☆ 마음에 담고 싶은 문장들
천수관음보살만 팔이 천 개인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천 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 개의 얼굴을 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 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 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p.249)
☆ 발췌
아버지가 이 작은 세상에 만들어놓은 촘촘한 그물망이 실재하는 양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났다.(p.239)
아버지는 내가 건넨 담배에 불을 붙였고 나는 뒤로 숨겼던 담배를 꺼내 나란히 지리산을 바라보며 담배를 태웠다. 아버지와 함께 태운 담배가 담배 경력을 통틀어 가장 맛났다.
돌이켜보니 아버지는 가부장제를 극복한, 소시민성을 극복한, 진정한 혁명가였다.
영혼이라는 게 있어 설령 이 장면을 목격한다 해도 아버지는 담배 한까지 도라, 그럴 것이다. 나는 담배 한 개비를 더 청해 불을 붙인 뒤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담배가 저 혼자 타들어갔다. 저 연기가 아버지에게 닿기를……(p.245)
내 평생 알아 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 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하자고 졸랐다는 아버지의 젊은 어느 날 밤이 더 이상 웃기지 않았다. 그런 남자가 내 아버지였다. 누구나의 아버지가 그러할 터이듯. 그저 내가 몰랐을 뿐이다.(p.249)
☆ 단상(선택)
아리는 오거리슈퍼 손녀딸과 그의 엄마를 보면서 아버지가 “이 작은 세상에 만들어놓은 촘촘한 그물망이 실재하는 양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났”(p.239)다. 아리가 담배를 태운다는 사실을 두고 부모님의 블랙 코미디 같은 대화를 생각한다. 담배연기를 타고 아리는 아버지와의 담배 추억을 회상한다. 베란다에서 나란히 담배를 태웠던, 아버지와 함께 태운 담배가 담배 경력을 통틀어 가장 맛났던 그날을 기억한다. 아리는 “돌이켜보니 아버지는 가부장제를 극복한, 소시민성을 극복한, 진정한 혁명가”(p.245)였다고 생각한다. 아리는 아빠가 곁에 있는 것처럼 “담배 한 개비를 더 청해 불을 붙인 뒤 바위 위에 올려 놓았”(p.245)다. 아리는 그리운 마음을 담아 그 연기가 아버지에게 닿기를 바란다. 아리는 장례식장에서 평생 알아 온 아버지의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 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다고 그저 자신이 몰랐을 뿐이라고 한다.
정지아 작가는 “천수관음보살만 팔이 천 개인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천 개의 얼굴이 있다.(p.249)”고 말한다. 우리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우리는 만나는 사람마다 천 개의 얼굴로 대할 수는 없다. 아리는 왜 아버지의 얼굴이 천 개라고 느꼈을까? 아리는 아버지의 그 마음이 사람이라는 존재에서 나오는 마음인 것을 아버지를 보내고서야 깨닫는다. 아리의 아버지처럼 “그놈의 사정”과 “오죽하먼”으로 사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더 절실히 필요한 시대다. 그러면 자처한 호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구례 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한 마음으로 남을 것이다. “항꾼에.”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9일 차입니다.
읽을 페이지는 p.123~p.159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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