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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Oct 30. 2024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넘으면 선(善)이 된다.

서평- 이처럼 사소한 것들

소설가와 독서전문가들은 말한다. 독서에 쓸모 중 공감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특히 소설을 읽으라고 한다. 소설을 읽는 가장 즐거움은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기때문이다. 현실세계에서 국경을 넘을 때 여권이 필요하듯 소설의 이야기는 상상의 세계의 여권이다. 나와 타인의 생각의 경계선을 쉽게 넘나들게 한다.    

  

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머릿속에 있는 경험에 푹 빠져든다. 또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나란히 걷는다. 소설적 등장인물의 사회적 상황을 그려보고, 깊고 복잡하게 그들의 경험을 상상한다. 우리 각자가 오늘날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작은 일부만을 경험할 뿐이다. 하지만 삶은 복잡하고 모든 사람은 복잡한 내면의 삶이 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읽으면서 우리는 소설 속의 등장인물의 경험을 들여다보게 된다. 소설을 통해 우리가 다른 세상으로의 즐거운 침잠을 통해 그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로 내면화된다. 이 경험은 소설을 내려놓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나중에 현실에서 나와 타인의 삶을 더욱 잘 상상할 수 있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 빌 펄롱의 서사를 읽다 보면 그의 생각이 어느 순간 내면의 거울이 되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1985년, 나라 전체가 실업과 빈곤에 허덕이며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뉴로스. 부유하진 않아도 먹고사는 데 부족함 없이 슬하에 다섯 딸을 두고 아내 아일린과 안정된 결혼 생활을 꾸려가는 석탄 상인 ‘빌 펄롱’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혼모의 아들인 빌 펄롱은 주변 사람들의 친절한 도움으로 인해 “과거에 머물지 않고”(p.19) 가족들과“사소하지만 필요한 일”(p.20)을 하면서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소중한 존재”(p.37)로 살아간다.      


펄롱은 가끔 한밤중에 깨어나 왠지 모를 불안을 느낀다. 그는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나는 운 없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는 혹독한 시기였지만 그럴수록 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p.24) 딸들이 잘 커가기를 소망한다. 크리스마스 다가오는 12월 첫 번째 일요일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펄롱은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p.29)가는 삶을 보면서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p.29)”한다.  

    

정치적인 글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에 수여하는 오웰상을 수상한 이 책에는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이 등장한다. 클레어 기건은 “이 소설은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허구”(p.123)라 한다. 2022년 부커상 인터뷰 중에서 클레어 키건은 “의도적으로 여성 혐오나 가톨릭 아일랜드, 경제적 어려움, 부성 또는 보편적인 것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소녀와 여성이 수감되어 강제로 노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의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저자는 허구의 인물인 펄롱을 통해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p.119)을 독자에게 던진다. 펄롱의 아내 아일린은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그래야 계속 살지.”(p.54)라고 말하지만 펄롱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수녀원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면서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이 솟았(p.120)고 대가를 치르게 될 테지만 그래도 변변찮은 삶에서 펄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와 견줄 만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고. 우리는 안다. 누군가를 돕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뤄”(p.120) 우리 모두의 삶이 된다는 것을.      


클레어 기건은 우리가 지금은 아일린의 평범한 마음일지라도 언젠가는 펄롱의 순진한 마음(善)처럼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고 있”(p.120)기를. 그녀는 “우리가 자신의 어떤 부분이, 그걸 뭐라고 부르든 – 거기 무슨 이름이 있나?- 밖으로 마꾸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p.120)가기를. 그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펄롱처럼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하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기”(p.121)를 소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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