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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쭌스토리 Apr 05. 2020

010. 쌍봉?! 그것은 낙타!

몽골. 고비사막투어(3)



또 다른 하루가 밝았다. 

그리고 하루의 시작을 일출을 보며 한다는 것은, 시. 작. 된. 다라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바타가 분주하다. 그가 움직이는 곳으로 시선을 따라가 보니, 멀찍이 털북숭이 짐승의 무리들이 보인다. 언뜻 봐도 복슬복슬 해 보이는 갈색 털이 따뜻해 보인다. 

오전에는 낙타를 타는 일정이었다. 



내가 낙타를 실제로 본 적이 있는가…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동물원에서도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그렇담, 낙타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러 가봐야지. 



몽골의 쌍봉낙타. 두 개의 혹과, 복슬복슬한 털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 눈곱이 말라붙은 큰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세상만사 다 산 거 같은, 흡사 모든 진리를 깨우친 자와 같은 무(無)를 담고 있는 눈을 하고 있다. 상대방을 투영해내는 거울처럼, 한참을 바라보면, 전생이 보일 지도 모를 일이었다. 

꿈뻑꿈뻑. 

천천히 내려앉은 기나긴 속눈썹이 사막의 모래바람으로부터 현자의 눈을 지켜준다고 했다. 



차례로 낙타에 올랐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낙타가 일어서자, 고개를 올려 쳐다봐야만 했다. 성인의 1.5배 정도의 크기였다. 특히 낙타의 혹이라고 불리는 쌍봉의 높이까지 더해지니, 더 크게 느껴졌다. 여기서 쌍봉이란, 낙타 혹의 개수를 말하는데, 중앙아시아의 낙타들은 이렇게 혹이 두 개가 있다고 했다. 그 쌍봉 사이에, 앉으면 되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안정감이 있었다. 


두 개의 혹 사이에 앉으면 된다.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낙타가 일이서면, 성인의 1.5~2 배 정도의 크기이다. 



낙타는 코뚜레 줄로 연결되어, 줄지어 이동할 수 있었다. 뒤에 따라오는 낙타의 머리가 허벅지에 닿곤 했는데, 무섭기보다는 귀엽다고 해야 하나...  아무 말 없이 그 녀석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물론 특유의 가축 냄새에, 그가 뱉어내는 누런빛과 녹색깔의 침은 고약하긴 했지만, 불평을 가진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낙타를 타는 것이, 집 앞 편의점을 가는 것과는 비교조차 될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3일간 물을 마시지 않아도 견딜 수 있다는 낙타는, 그 혹에 지방을 저장하여 필요시에 분해해서 쓴다고 했다. 그래서, 영양분이 부족한 낙타의 혹은 휘어져있거나 크기가 작다고 했는데, 다행히 우리를 태운 낙타들의 쌍봉은 모두 산봉우리처럼 봉긋하고 이뻤다. 그리고 털이 복슬복슬했다. 9월 말에 접어들면서, 몽골은 벌써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추위를 준비하는 것인가.. 여름철의 낙타는 털이 좀 적으려나, 그만 털이 적은 낙타를 상상했는데, 영 귀엽지 않다. 



아무것도 없는 지평선, 그 대지에 서 있는 것은 낙타 무리와 우리들 뿐이었다. 

고요했다. 너무 고요한 나머지, 저 멀리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까워져서야 살결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마치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대기를 흔드는 바람과, 그것을 가로질러 나아가는 낙타의 걸음소리, 그리고 뒤섞인 숨소리까지… 

고요했다. 

참으로 평화로웠다. 




(*참고:: 한 때 낙타로 전염되는 메르스가 유행이었는데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혹이 하나인 단봉낙타가 메르스의 전파체였고, 쌍봉낙타는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



# 욜린암 (Yolliin am)



오후에는 <독수리 계곡>이라 불리는 욜린암으로 향했다. 

이 계곡에는, 얼음장 같은 물이 흐르고, 독수리와 비슷한 새인 욜이 협곡 사이에 살고 있어, 그렇게 불려지고 있었다. 욜린암에서는, 낙타 타기 체험에 이어, 승마 트레킹도 준비되어 있었다.



한 여름에도 볼 수 있다는 얼음, 냉기가 도는 욜린암 초입 구간. 



기마민족의 후예답게, 바타의 말 타는 솜씨는 수준급이었다. 유목민들은 어릴 때부터 말을 타기 시작한다고 하니, 우리가 피시방에 가서 게임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일 거라 생각해본다. 

나 역시 가볍게 말 위로 올랐다. 내 체중을 버텨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말은 왜소한 편이었다. 오전에 탄 낙타에 비하면, 성인의 가슴 정도밖에 오지 않는 몸집이었다.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인지 오기 전부터 잔뜩 기대를 했던 터라, 바타를 따라 속도를 내서 달려보고 싶었지만, 낙마사고 등의 안전상의 이유로, 안전속도(?)를 유지하며, 욜린암 입구로 가기 시작했다. 



욜린암에 다다르자, 군데군데 벌써 얼음이 얼어 있는 것이 보인다. 이 얼음은 한 여름에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협곡 사이로 걸어서 안쪽으로 들어가자, 콧속까지 뻥 뚫어버린 차가운 바람을 만났다. 금세 두 볼이 빨개졌다. 용기 내어 장갑을 벗고서는, 흐르는 물에 손가락을 살짝 담가 본다. 



"앗, 차가워! "

반사적으로 손을 뺐다. 찌릿찌릿. 에는 추위에 두 손을 마주대어 열심히 비벼댔다. 

마치 정화수 같았다. 이런 깨끗한 물에 몸을 담그면, 모든 죄가 씻겨져 내려갈 것 같은, 순수한 차가움이었다. 

.


아쉽게 기다리던, 욜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어느덧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  



혹시라도 다시 몽골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푸른 초원도 느낄 수 있는, 6~8월의 몽골을 여행해보고 싶다. 그때는 고비사막뿐만 아니라, 몽골의 서부, 중부, 북부까지 크게 서클로 돌면서, 유유자적 대자연의 몽골을 느껴보고 싶다. 



#고비사막 투어를 마치며…



울란바토르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도로 옆 산에 녹지 않은 눈을 보았다. 

아직 9월 말인데, 벌써 눈이 내렸다고 했다. 조금만 더 따뜻했다면, 긴긴밤, 별을 보며 밖에 누워 있었을 텐데, 마유주나 보드카를 들이켜며, 조금 더 별 얘기를, 별별 얘기를 했을 텐데… 계절상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별을 지붕 삼아, 모닥불에 앉아서 긴 밤 대화를 나누던 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일정, 잠시 존재했던 지평선 위의 나, 매일 아침 시작을 함께 했던 일출, 힘겹게 올라간 모래언덕에서 보았던 빨간 석양, 벅차게 쏟아져 내리던 별, 소원을 빌었던 유성, 낙타의 큰 눈망울과 속눈썹, 가사도 알지 못한 채 흥얼거렸던 몽골 노래. 무릎을 마주하고 이동하던 네모난 푸르공은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지평선 위에 세 사람. 몽골의 지평선을 사진 한 장으로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끝으로, GPS와 흔한 사인판도 없이 길을 찾아 운전하던 감바, 유창한 한국말과 뛰어난 요리 솜씨로 우리를 안내해주었던 오빠 같은 가이드 바타, 여진 양. 그리고 우리들… 명하, 재훈, 호상, 은진, 원재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비사막투어 #몽골여행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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