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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 느낌 그대로 Nov 19. 2023

소설에 관한 오해와 진실

몇 개월 동안 소설을 공부하며 알게 된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 보았다.  


1. 소설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없을 수도 있다?

아니다. 소설을 쓸 때, 그 방법에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어도, 소설의 주제를 미리 정해놓는다는 점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스릴러 소설을 쓴다고 해보자. 작가의 머릿속에는 이미 누가(범인) 어떤 방법을 써서 누구를 살인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결말)이 있게 마련이다. 비단 스릴러 소설뿐만 아니라 다른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바가 분명히 있다. 독자가 알아차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뿐이다.


2. 소설 같은 이야기?

놀라운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 예상치 못한 이야기 등을 표현할 때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글쎄, 나는 이 표현이 절반만 맞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철저히 계획적·훈련된 글쓰기다. 소설 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 흔히 하는 착각 중에 하나는 '내 이야기도 소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일을 소설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겪은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우연이 작용한다. 하지만 소설은 철저히 계획적인 글쓰기이다. 사건과 사건이 인과 관계로 묶여 있다. 소설에서는 새 한 마리도 우연히 나는 법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과 문장은 그 존재 이유가 명확하다. 그러므로 놀라운 일을 일컬어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은 때때로 옳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말하고 싶을 때 '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표현은 맞지만 말이다.


3. 소설 쓰기에도 재능이 중요하다?

역시 반만 맞다고 생각한다. 글쓰기가 재능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소설 쓰기가 재능이라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습작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 기간은 보통 2~3년 정도 걸린다. 나 또한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소설도 하나의 글쓰기일 뿐인데 무슨 2~3년이나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하나 그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는 진실이다. 소설가는 문장을 무기로 쓰는 사람이다. 좋은 문장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가 없다.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에 대한 일종의 정의는 많지만 그 문장이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좋은 문장을 쓸 때 주의할 점으로 '형용사, 부사, 접속사'를 쓰지 말라고 한다. 그렇구나. 그런데 이를 아는 것과 실제로 이런 문장을 쓰는 것은 천지차이다. 좋은 문장이 무엇인지, 또 그 문장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연습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나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문장을 써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소설가는 문장가이기도 하다. 문장가가 되기 위해서는 오직 연습만이 살 길이다. 이러한 연습을 거치지 않은 소설가는 단언컨대 없다. 소설을 잘 쓰는 것은 재능이 있기 때문이라고 얼렁뚱땅 넘겨짚고 갈 수 없다.


4. 대중은 별로인데 평론가는 극찬하는 작품에 대하여.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다. 대중과 평론가의 간극에는 학습의 차이가 존재한다. 대중은 문학, 음악, 영화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고 평론가는 이 분야를 오래도록 공부한 사람들이다. 평론가에게 작품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대중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평론가는 작가가 이 작품을 쓸 때의 심리 상태, 경제적 환경, 인간관계, 그동안 쓴 작품들의 경향성 등 여러 배경지식을 갖고 있어서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풍부한 감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희로써 작품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러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따로 시간을 내서 알아보지 않는 이상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배경지식을 알기란 어려울 것이다. 정리하자면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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