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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 느낌 그대로 Apr 06. 2024

칭찬받고 싶다

타인으로부터 칭찬을 갈구하는 것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이 말은 평소 내가 자주 하는 소리다. 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을 싫어하고 피한다. 그런 사람은 부족한 자기 확신과 자기 존중을 타인의 인정을 통해 채우려 한다. 하지만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그는 타인과 함께 할 때가 아닌,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부족한 자존감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크게 데고 나서 생긴 태도다.


그런데, 요즘 내가 그렇다! 나는 정말이지 칭찬을 듣고 싶어 미치겠다! 타인의 인정을 간절히 바란다!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됐을까? 아, 정확히 소설 습작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다. 난... 소설도 똑같은 글이니까 작법서 몇 권 읽고 습작 몇 번 하면 쓸 수 있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집을 지었다. 어라? 창문이 없네? 창문을 만들었다. 앗... 이번엔 화장실이 없다. 또 뭐가 없네 저쩌네 하다 보면 집을 허물고 처음부터 다시 지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집의 문제점을 알면 다행이다. 놀랍게도 집을 지은 사람은 자기가 지은 집의 문제점을 알기 어렵다. 내가 지은 집을 보고 지나가던 꼬마가 말한다. 이 집은 왜 현관문이 없어? 헉... 이런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사람도 다른 사람의 습작품을 보고서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이 소설은 묘사가 부족하다, 개연성이 없다 등등... 쓸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점이 드러나 당황스럽기만 하다. 내가 왜 그랬을까? 이런 의문이 반복되고 나서야 "아, 소설 정말 만만치 않구나."를 깨닫게 됐다.


소설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께서 나의 습작품을 칭찬하지 않는다는 점이 나를 더욱 슬프게 한다. 아니, 이건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른 습작생들의 작품은 (억지로라도) 칭찬을 하는데, 나한테는 그런 표현이 일절 없다. 저번 수업 때 과제로 낸 습작품을 두고서 선생님은 인물의 개성이 없다, 너무 흔한 이야기다 하셨다. 선생님! 고작 몇 개월 밖에 안 된 습작생에게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그리고 선생님! 다른 습작생의 소재가 더 흔합니다! 난 정말로 소리치고 싶었다. (물론 그러지 않았다.) 왜 선생님께서 내 습작품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려 하시는 건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한 칭찬을 받았을 때 엄청 기쁘다. 나도 이런 내가 싫다. 그런데도 기쁘다. 칭찬을 기대하는 모습이 나조차도 낯설다. 칭찬을 받고서 그걸 원동력으로 삼아 다음 습작을 하고 있는 내가 싫으면서도 좋다. 선생님께서 나의 습작품의 좋은 점을 더 봐주신다면 나는 더욱 열과 성을 다해서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칭찬을 듣고 싶다. 특히 나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으로부터!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알 수 없다. 나는 선생님이 나를 칭찬하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이쯤 되니 정신이 어딘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사실이다. 소설을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소설가란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 됐는데, 소설가는 단적으로 말해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글에 대해서 만큼은 그렇다. 못 쓴 걸 잘 썼다고 말하지 않는다. 별로인 걸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소설가로서 일종의 윤리의식인가? 아니면 장금이가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왜 홍시 맛이 났냐고 물으시냐고 했던 것과 같이 소설이 소설 같지 않아서 소설 같지 않다고 했을 뿐인 걸까? 나는 소설가가 아니니 소설가들의 그런 속 사정도 다만 추측해 볼 뿐이다. 어쨌든 다른 소설가들처럼 선생님도 내 습작이 별로라고 말씀해 주셔서 좋다!


그리하여 요즘 습작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점점 더 표독스러워지고 있다. 내 목표는 마땅히 소설 연습에의 매진이 되어야 하겠지만 요즘의 내 목표는 어떻게 해서든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듣는 것이다. 선생님의 인정을 받고 싶다! 꼭 그러고 싶다! 자존감을 강조하던 나는 대체 어디로 사라지고 칭찬 따위나 기대하는 나만 남았나?


아, 됐고. 나는 칭찬이 듣고 싶다. 두고 봐라. 꼭 듣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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