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be Lee Dec 19. 2018

중학교 일 학년

중학교 일 학년 때 교실 뒤에  게시판을 장식하기 위해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짧은 문답 형식의 무언가를 만들어서 가져오라고 했다. 이름, 장래희망,  취미 그리고 특기를 적고 동그라미 모양으로 오리고 문방구에 들고 갔다. 그리고 코팅을 해서 학교에 가져갔다. 출석번호 일 번부터  학우들에게 자기소개를 하였다. 나는 십이 번이었다. 나의 이름은 이진복이고 장래희망은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멀티숍을 내는 거였고  취미는 신발 사기 특기는 새 신발 냄새 맡기였다. 이걸 들은 담임선생님께서는 멀티숍이 무엇인지 물으셨고 나는 쉽게 말해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멋진 나이키 신발과 옷들을 파는 가게라고 설명해드렸다. 선생님께서는 너무 어이가 없으셨는지 나보고 빨리 가서 자리에  앉으라고 하셨다.


내가  그래도 나름 반에서 인기가 많았는지 전교 일등인 친구가 투표로 반장이 되었고 그리고 내가 부반장이 되었다. 나는 공부를 정말 못하였는데 반에서 항상 뒤에서 삼등 정도였다. 담임선생님은 내가 부반장이 된걸 굉장히 못마땅해하셨는데, 그래도 그랬던 것이 다른 반  반장과 부반장들은 다들 순위권에서 노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는데 우리 반 부반장인 나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학생이어서  그러셨던 것 같다. 다른 반 부반장들은 뭔가 멋진 장래희망을 가지고 있었는지 선생님께서는 항상 나의 장래희망을 가지고 뭐라고  하셨다. 멀티숍 사장이 대체 뭐냐고 말이다.


그래도  나는 압구정 스윙샵에서 나눠주는 옆으로 맬 수 있는 쇼핑백에 항상 내 실내화를 담아 다녔으며 그것이 닳아서 빵꾸가 날 때쯤에는 매장에  다시 놀러 가 쇼핑백을 가져오곤 했다. 그리고 내가 학교에서는 그래도 나름 신발에는 자부심이 있었다. 종종 선배들한테 맞거나  뺏긴 적도 있지만. 학교와 교회 그리고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나의 놀이터였다.


그렇게 나는 서른 살이 넘었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지금 그래도 생각해본다. 내가 지금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멀티숍을 가지고 있다면 어땠을까?

이니찌와 인디포스는 없겠지만 그래도 뭔가 재미난 걸 하고 있지는 않을까 라고 생각해보지만 지금 느끼는 건 돈을 다루는 장사는 어렵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