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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in Apr 22. 2021

[팬데믹 특집#5] 누군가의 청춘

뮤지컬 <명동로망스>배우 손유동

팬데믹 특집 '무대를 지키는 사람들'은 코로나 19 확산 속에서 묵묵히 무대를 지키는 배우들과 함께하는 자리입니다. 팬데믹 이후 위축된 대학로의 의미를 되새기고, 배우라는 직업을 떠나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내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뮤지컬 <명동 로망스>는 의미 없이 살아가던 청년 선호가 어떠한 힘에 이끌려 과거로 간 뒤 예술가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처럼 흔히 해보는 상상이 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누굴 만나서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 배우 손유동에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부모님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꺼내든 사진 한 장. 인터뷰가 진행되기 며칠 전 누나로부터 받았다며 보여준 사진에는 그와 똑 닮은 청년이 아이를 안고 있었다. 청년은 바로 그의 아버지. 그 시절 아버지보다 더 나이를 먹어버린 그는 과거의 사진에 자신의 현재를 투영해보고 있었다.


이전 인터뷰에서 <명동 로망스>와 ‘꼭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어떤가요.

다시 만나서 설레는 마음이 크죠. 그런데 한편으론 무대에 오르는 배우이자 선호로서 작품이 주는 뜨거움을 새롭게 느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어요. 저번 시즌에 제가 할 수 있는 연기를 다 해보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다 느껴본 것 같거든요. ‘아, 이런 게 조금 아쉬웠었지.’라는 생각이 들기보다 정말 뜨겁게 타올랐던 기억만 남아있어서 조금 두렵기도 해요.

그동안 작품을 기다린 관객분들도 많아요. 작품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떤 물건이든 촌스러워지기 마련이잖아요. 반면 와인처럼 숙성을 거치면 더 좋아지는 물건들이 있어요. 이 공연도 시간이 지나면서 촌스러워지기보다 더 깊어져요. 그러다 보니 고유의 것을 잃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공연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명동 로망스>는 어떤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쳇바퀴처럼 매일 똑같은 삶을 사는 공무원 선호가 특별한 계기로 타임리프를 하게 돼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심장이 뛰는 뜨거움을 얻는다고 해야 할까요. 작품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따뜻함’인 것 같아요.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만나고 싶은 인물이 있나요?

젊은 시절 부모님을 만나고 싶어요. 얼마 전 누나가 사진 한 장을 보내줬는데, 아버지께서 어린 저를 안고 있는 사진이었어요. 그때의 아버지가 저보다 어리세요. 전 스스로가 아직 아이 같게만 느껴지는데, 커오며 바라봤던 부모님은 언제나 강인하고 책임감 있는 분들이었어요. 그러니 젊은 시절의 그들을 만나서 굳이 아들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소주 한잔해보고 싶어요.

그 시절 부모님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어떤 말을 해주기보다 오히려 많은 말을 들어보고 싶어요. 지금은 아버지와 어머니로 만났으니까, 삶을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들을 대하듯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죠.

무미건조한 삶을 살다 과거 속 인물들을 만나면서 삶에 활기를 되찾는 선호처럼 내 삶을 바꾼 사건이 있을까요.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뮤지컬과 무대를 만난 것 자체가 큰 변화를 주지 않았나 싶어요.


운동하던 사람이 연기와 음악의 길로 우회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사실 저는 연기를 늦게 시작한 편이라 모든 것에 있어 다른 친구들보다 한 발 뒤에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연기를 꿈꾸기 시작할 때도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였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동기들에 비해 나이가 많았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실패를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인드가 저도 모르게 깔려 있었던 거죠. 무엇보다 그 시절의 저는 젊었으니까요. 지금도 계속 젊음을 상기하려고 해요.

대한민국 공연계를 이야기할 때 대학로는 빠질 수 없는 장소예요. 대학로와의 첫 추억을 떠올린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금은 아니지만, 어릴 적 큰어머니께서 혜화역 4번 출구 쪽에 감자탕 가게를 운영하셨어요. 큰어머니네 가게에 가면 어머니께 천 원을 받아서 근처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곤 했어요. 그때의 분위기도 생각이 나요. 지금처럼 화려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죠.

대학로는 본인에게 어떤 공간인가요.

제가 대학로에 오래 살았거든요. 여행을 다녀오거나 오랜 시간 집을 비우고 돌아오면 살던 동네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편해지잖아요. 대학로에 들어서면 그런 기분이 들어요.

무대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무대에 서 봐야 안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아직 선배님들이 말하는 것처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제는 조금씩 이해되는 것 같아요. 사실 고통스러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많아요. 저는 파이팅 콜을 하고 난 뒤의 15분이 죽을 것 같거든요. 차라리 직전엔 괜찮아요. 준비로 시간을 보낼 수도 없고 애매하게 시간이 남았을 때 너무 숨이 막히죠. 그래도 무대는 서 봐야만 알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중 하나는 무대 앞에 관객이 앉아있다는 거예요. 흔히들 제4의 벽이라고 말하는 공간이 무대를 계속 이어가게 만들어요.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변화되었어요. 위생, 거리두기 외 자신의 일상을 바꾼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살이 쪘어요. 그런데 살쪘다는 게 단순히 무게가 늘었다는 의미 보단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어요. 팬데믹 이후 야외활동이 어려워지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게 되는 변화들이 생겼다는 거죠.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따뜻한 나라로 떠나고 싶어요. 그곳에 가서 온갖 레저와 스포츠를 즐기고 싶어요.



*해당 인터뷰는 공연문화월간지 시어터플러스 2021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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