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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in Apr 22. 2021

[팬데믹 특집#4] 잊을 수 없는 공기

뮤지컬 <명동 로망스> 배우 홍륜희

팬데믹 특집 '무대를 지키는 사람들'은 코로나 19 확산 속에서 묵묵히 무대를 지키는 배우들과 함께하는 자리입니다. 팬데믹 이후 위축된 대학로의 의미를 되새기고, 배우라는 직업을 떠나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내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지난   많은 이들에게 간절했던 키워드는 ‘위로 것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팬데믹 장기화로 인해 많은 이들이 지쳐가는 동시에 무뎌졌다. 커져가는 마음의 병을 치유해줄  있는 것은 특별한 약이 아닌 위로의  마디. 뮤지컬 <명동 로망스> 키워온 배우 홍륜희는 작품에 관한 이야기 시작부터 끝까지 따뜻한 응원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주저 없이 말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통과하는 서로가 있기에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크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초연부터 작품을 함께 만들어온 <명동 로망스>는 어떤 작품인가요.

반복된 하루를 살아가는 중에도 살아야 할 동력을 얻게 되는 공연이라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도 그렇고, 보는 관객들도 그렇고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저도 개인 상황을 떠나서 무대를 하고 나면 위로를 얻거든요. 또 보시면 알겠지만 미장센이 아주 훌륭해요. 고정된 소극장 무대이지만, 조명과 영상, 넘버들이 잘 어우러져 작품이 보여주는 정서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질 정도로 상상력을 자극해요. 무대에 오르는 배우 입장에서도 주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그만큼 자신 있는 작품이죠.

이쯤 되면 ‘성여인 장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초연부터 구축해온 성여인은 어떤 인물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선호가 과거로 와서 만나는 다방의 마담 성여인은 다른 캐릭터들처럼 큰 타이틀롤이나 목적을 가지고 있진 않아요. 그렇지만 지켜봐 주고, 기다려 주고, 응원해 주는 대변인 같은 사람이에요. 쉽게 인지하지 못하지만 항상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존재. 본인이 힘들지언정 다른 사람의 힘듦까지 껴안아 줄 줄 아는 캐릭터죠.

가장 좋아하는 넘버가 있다면요?

에필로그 넘버인 ‘그곳엔 그들이 있었지.’ 이 이야기를 하면 다들 배우들이 우나 안 우나 보실 것 같긴 한데.(웃음) 정말 울컥하고, 매 회 울고 싶은 충동이 들어요. 하지만 애써 밝은 모습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하죠.

선호처럼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만나고 싶은 인물이 있나요?

굉장히 좌절했을 시기의 저에게 가고 싶어요. 가까운 시간일 수도 있고, 먼 시간일 수도 있겠죠. 그때로 돌아가서 괜찮다고 해주고 싶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먼 미래의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해준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거든요.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다양한 사건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은 작품 속 선호처럼 내 삶을 바꾼 예측 불가한 사건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저는 성악을 전공했는데 우연히 오디션 제의를 받으면서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거든요. 그때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재미를 찾았고, 그 재미가 지금의 자리를 만들었죠. 목표가 있어서 들어온 길이 아닌 정말 행운처럼 다가온 길이예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예술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코로나19로 지금의 희극인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죠. 이러한 시기에 공연이 올라간다는 것이 관객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으면 하나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도 힘든 시기를 견뎌낸 데이터가 있을 거예요. 어떻게 상황을 지나 보낼 것인가는 본인의 몫이지만, 우리 모두가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상황이 아프긴 해도 결국 삶을 살아가는 자양분이 될 지도 모르잖아요.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같은 경우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타 속에 올라왔던 공연인데, 무대에 오르는 입장에서 어떤 변화를 체감하고 계신가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바뀌었어요. 예전 같으면 공연 끝나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여 그날 공연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자리가 없죠. 요즘 또 느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집에만 있는 게 당연해졌다는 거예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안 나가고 못 나가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면, 지금은 그 단계를 넘어 집이라는 공간에 머무르는 것 자체가 더이상 선택지가 아니게 되었다는 거죠. 비대면 만남도 당연해졌고요.

대한민국 공연계를 이야기할 때 대학로는 빠질 수 없는 장소예요. 대학로는 본인에게 어떤 공간인가요.
제2의 집. 제 하루 일과는 잠자는 집에서의 삶과 여기에 있는 분장실에서의 삶, 두 가지로만 나누어져 있거든요.

팬데믹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도 문화예술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블랙메리포핀스> 공연을 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3주를 쉬었어요. 공연은 편집 예술인 매체와 성격이 다르거든요. 어제, 오늘, 내일 공연이 다른 생생함을 가지고 있는 현장 예술이잖아요. 관객들이 보러 오지 않고, 우리도 멈춰야만 하는 기간이 점점 길어진다면 결국 공연이 가진 불씨를 다시 불 지피기 힘들 것 같아요. 그러니 멈추지 않았으면 해요. 고대 그리스부터 전해져 오는 무대가 퇴화하고 영상물로 대체되는 걸 보는 건 슬픈 일이에요. 현장에서 공연을 본 사람들은 그 공기를 잊을 수 없거든요. 무대 위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고 만들어가는 순간들. 제가 뮤지컬에 매료된 것도 그러한 경험 때문이에요. 이걸 더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요가를 좋아하는데, 마스크 없이 마음 편하게 요가 센터에 가고 싶어요. 요가는 호흡으로 하는 거니까. 마스크 없이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해당 인터뷰는 공연문화월간지 시어터플러스 2021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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