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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in Mar 29. 2021

잊지 못할 그날들

뮤지컬 <그날들> 배우 인성

뮤지컬 <그날들>의 무영 역으로 첫 무대에 도전하고 있는 배우 인성. 꿈에 그리던 뮤지컬 무대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있다 말한 그는 ‘SF9’이라는 소속감에서 한 발짝 벗어나 오롯이 홀로 서는 과정을 겪으며 한 단계 성장하고 있었다.



<그날들>은 뮤지컬 데뷔작이에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지금은 무사히 무대에 오르고 있잖아요. 남다른 각오가 있다면요?

공연은 하나의 흐름을 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무대에 몇 번 오르지도 못 하고 중단되어서 저는 물론이고 배우들, 감독님, 스태프들 모두가 아쉬워했거든요. 다시 공연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요즘은 공연할 때 하나하나 목숨 걸고 하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마지막 공연인 것처럼 파이팅 넘치게!

뮤지컬 출연은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요.

예전부터 뮤지컬을 좋아했어요. 회사 들어오고 나서도 뮤지컬을 꼭 해보고 싶다고 넌지시 어필했었거든요. 마침 시기적절하게 도전할 기회가 찾아와서 고민 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죠. 그리고 사실 제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이미 연습이 진행 중이었어요.

그럼 연습 도중에 투입된 건가요?

일주일 정도 연습이 진행된 상태였다고 들었어요.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은 바로 다음 날부터 함께 연습하게 됐죠. 대본도 전날 받아서 하루 만에 최선을 다해서 외웠어요.

짧은 시간 내에 대본을 외우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조금 제 자신을 어필하자면, 암기를 잘하는 편이라서요.(웃음) 게다가 뮤지컬 작품에 처음 참여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뒤늦게 투입되는데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꿈에 그리던 뮤지컬 무대에 서보니 어떤가요.

‘할만하다.’ 이런 말은 절대 못 할 것 같아요. 해보니까 정말 많은 작업이 요구되는 작품이더라고요. 저한테는 정말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연기도 해야 하고, 노래도 불러야 하고, 배우들 간의 호흡도 중요하고. 다양한 것들을 전반적으로 배우다 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하나의 분야를 개척하는 느낌. 정말 많이 성장한 기분이 들어서 스스로 공부가 많이 돼요.

작품은 김광석 씨의 노래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분의 노래를 평소에도 즐겨 듣던 편이었나요?

연습생 시절부터 많이 연습했던 곡들이어서 이미 반 이상 가사를 외우고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이게 큰 강점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모르는 노래를 연습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제가 좋아하던 노래들이 많다 보니까 뒤늦게 합류해도 부담이 덜 했죠.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만큼 완벽하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더라고요.

그룹 활동을 하고 있으니 안무 숙지도 빨랐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제가 안무를 정말 빨리 외우는 편인데, 뮤지컬 무대는 음악 무대에서 하는 안무랑 결이 조금 다르더라고요. 연기하면서 몸을 써야 하는데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까 일찍 가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형들이나 감독님을 붙잡고 하나하나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고,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주셨죠.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분이 있다면요?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는데,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건 정학 역 민우혁 형님이요. 극 중에 무영이가 앞구르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몸을 쓰면서 노래 부르는 걸 힘들어하니까 직접 저를 잡고 요령을 알려주셨거든요. 이게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그냥 서서 노래하라고 하면 하겠는데, 앞구르기는 정말... 그래도 뒷구르기가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첫 공연의 기억을 떠올려볼까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엇인가요.
11월 17일에 첫 번째 공연을 했어요. 제가 무영 역 배우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첫 번째 공연을 하는 거라 그전에 다른 형들이 하는 공연을 전부 봤거든요. 그리고 나서 딱 제 차례가 되는 아침에 눈을 떴는데, SF9 데뷔 무대를 앞둔 기분인 거예요. 저는 아직도 SF9 데뷔 쇼케이스를 한 날의 모든 것들이 기억나거든요. 그날의 컨디션, 기분, 분위기. <그날들> 첫 공연 아침에도 그런 느낌이었어요. 심지어 너무 감사하게도 같이 공연하는 형들이 응원하러 와주셨어요. 온주완 형이랑 조형균 형도 오셨었고. 앞에선 “괜찮아요.”라고 말하면서 별로 안 떠는 척하려고 했는데, 무대 오르기 직전에 손이 엄청나게 떨렸어요.

무대 위에서는 긴장이 조금 풀리던가요?

그날 이건명 형이랑 공연하는 날이었는데, 서로 악수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손을 내밀었는데 덜덜 떨리는 거예요. 형님이 그걸 보시고 나중에 “너, 손 엄청 떨더라.”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이후에는 연기를 이어가면서 긴장이 점점 풀렸어요.

평소에는 어때요. 강심장인 편인지.

티를 잘 안 내려고 하는 편이긴 해요. 그래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무대 아래에서 형들을 보던 것과 제가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것이 전혀 다르니까. 정말 감사했던 건 팀 분위기가 가족 같은 환경이어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게임에 비유하면 다른 분들은 이미 레벨이 높은 상태이고, 저는 방금 시작한 초보 유저인 수준이라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차근차근 알려주시고 많이 도와주셔서 즐거웠던 기억뿐이에요.

재개막 첫 공연은 어땠나요. 거의 한 달을 쉬고 무대에 오르는 거라 첫 공연과 비슷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대사나 장면을 다 알고 있는 상태인데도 첫 공연 때랑 느낌이 똑같았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관객분들을 정말 만나고 싶었나 봐요. 저희가 재미있는 장면을 하면 앞에서 관객분들이 웃어주시는 게 너무 좋아서 공연 중간에 갑자기 텐션이 올라가더라고요.


‘인성의 무영’은 어떤 인물인가요.
하나만 생각하려고 했어요. '무영이는 순수한 사람이다.' 작품 안에서는 능글거리고, 잘난 척도 많이 하는데 사실 영혼이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무영이는 그녀를 보자마자 목숨까지 버릴 정도로 사랑에 빠지거든요. 앞뒤 재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순수하게 느껴져요. 그리고 저는 겉으로 강해 보이는 무영이가 가진 두려움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잖아요. <제이슨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 같은 특수요원도 죽음 앞에서는 두려울 거예요. ‘사랑했지만’ 넘버에서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학구열이 높은 편으로 알고 있어요. 이번 작품에서도 공부하듯 접근한 부분이 있나요?

하나의 무대를 보여줬을 때 관객분들의 평가는 굉장히 냉정하고 솔직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첫 공연'이라는 말이 큰 핑계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첫 공연부터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작품인 만큼 기대치도 많이 높아졌을 텐데, 관객들이 ‘내가 생각한 거랑 좀 다른데.’라고 느끼면 안 되잖아요.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계속 공부하면서 연습했던 것 같아요. ‘죽을 만큼 연습했어요.’라고 말하기엔 부끄럽지만,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후회 없을 만큼.

무대를 채워나가는 것에 있어 고충이 있다면요?

무영이랑 저랑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 텐션이 올라가다 보면 자칫 무영이가 아니라 저 자신으로 보일 것 같더라고요. 무영이와 저의 간극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가장 막막했던 장면은 ‘사랑했지만’이에요. 그녀를 보낸 슬픔을 담아서 죽기 직전까지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게 어려웠죠. 또 지금까지 죽는 연기를 해 본 적도 없어서 그 부분을 가장 많이 연습했어요. 특히 아침에 많이 연습하려고 했거든요. 아무래도 아침엔 컨디션이 100%가 아니니까 공연 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으면 하고요.


직업이 가수이다 보니 노래를 많이 접하잖아요. 뮤지컬을 하고 난 뒤 음악 취향이 바뀌기도 했나요?

그동안 뮤직비디오가 좋아서 듣게 되는 경우나 멜로디가 좋아서 듣게 되는 경우는 많았는데, 가사를 곱씹어 본 적은 생각보다 없더라고요. 요즘엔 가사를 생각하면서 듣게 되는 것 같아요. '이 가사는 어떤 생각으로 쓴 걸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예전엔 가사를 표현하는 게 어려웠거든요. 이별 노래를 부르면서도 완벽하게 공감을 못 했고요. 이제는 가사를 보면서 공감하는 능력이 조금 더 생겼어요.

음악, 드라마 등 이전 활동과 비교해 뮤지컬은 어떤 매력을 가진 것 같나요?
뮤지컬을 하면서 가장 많이 얻은 것은 자신감이에요. 사실 팀으로 활동하면 무대 하나를 혼자 온전히 채울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런데 뮤지컬 무대에 서면 저 혼자서 모든 걸 채워나가야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스스로 연습하며 자신감도 생기고 자존감도 많이 높아진 것 같아요. 이번엔 이렇게 했으니 다음에도 잘할 수 있겠다는 마음도 생겼고요. 게다가 무영이 자체가 자신감 넘치는 인물이다 보니 조금씩 영향도 받아요. 동기화되는 기분이에요.
 
솔로 활동 욕심도 덩달아 생기겠네요.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자면 나중에 기회가 생길 때, 제 목소리로 온전히 채워진 노래를 하나 내보고 싶어요.

팬데믹으로 인해 팬들과 만나는 일이 줄어든 상태다 보니 무대에 서는 하루하루가 소중할 것 같아요.

팀 활동으로 팬 여러분들을 못 만난 지가 꽤 됐어요. 그래서 조금 갈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또 저는 에너지를 분출해야 하는 스타일인데, 상황상 그러질 못 하다 보니까 스스로도 공연으로 스트레스를 풀게 돼요. 그런 부분에 있어선 감사한 마음이 크죠. 그리고 앞으로 온라인, 비대면으로라도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해보려고 해요. 멤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바깥 활동이 어려운 상황인데, 최근 관심을 두게 된 것이 있나요?

제 취미가 레고 블록 만들기라 레고 블록을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까 꽤 모였어요. 완성한 것들을 옷장에 넣어뒀는데, 얼마 전 옷을 꺼내려고 열었다가 다 엎어졌거든요. 하필 그날이 공연 날이어서 급하게 나가느라 정리를 못 하고 나갔죠. 그래서 최근 진열장을 사고 싶어졌어요. 진열장이 상당히 가격이 있어서 열심히 돈을 모아 보고 있습니다. 이번 상반기의 목표!

레고 블록이 왜 좋으세요?

일단 완성해 놓고 보면 귀엽고.(웃음) 밤이 되면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상상을 하곤 해요. 저는 그런 순수한 상상을 좋아하거든요.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져요.

올해 SF9 데뷔 5주년을 앞두고 있어요. 무대에 서길 잘했다는 순간들을 떠올려 본다면요?

최근에는 직접적으로 팬들의 응원을 들을 일이 없다 보니까 좀 아쉬웠는데, 얼마 전 멤버들과 온라인 팬미팅을 한 적이 있어요. 저희 팬 송 중에 ‘Beautiful Light’라는 곡이 있거든요. 그 노래를 부르는데 실시간으로 팬들의 응원이 음성으로 송출되어서 현장에서 들리는 거예요. 눈앞에는 없었지만 소리만으로도 정말 감동받았어요. 공연 끝날 때쯤 멤버들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죠. 이런 순간들의 여운이 길게 가요. <그날들>도 끝나면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아요. 감동적이기도 하고,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지금이 너무 행복하니까요.

<그날들>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잖아요.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아요. 일단 마지막 공연 때 울지는 않을 거고요.(웃음) 우는 건 무영이일 때만 울겠습니다. 이렇게 말해놓고 우는 모습이 찍혀서 나올 수도 있겠지만요. 끝이 나면 정말 시원섭섭할 것 같아요. 제 첫 뮤지컬 작품이니까. 그리고 무영이의 이름 뜻이 안개 무, 그림자 영인데, 공연이 끝나고 나면 정말로 이 순간들이 안개처럼 사라질 것 같아서... 매 공연 최선을 다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 짓고 싶어요.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다면요?

너무너무 많죠. 그런데 아직 시작 단계를 밟아가는 중이라,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자신 있게 말해도 될까 싶어 조심스럽긴 해요. 실력을 쌓고 정정당당하게 오디션을 통해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은 뮤지컬 <베르테르>예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깊은 산속에서 수련해서라도 꼭!

4월 방영 예정인 Mnet <킹덤>에도 출연하게 되었는데, 한창 연습 중일 것 같아요.
연습과 공연을 병행하고 있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SF9 팀으로 연습할 때 나오는 시너지가 있어서 힘을 얻죠. 또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다 보니까 멤버들끼리도 불 타오르고 있고요. 약간의 스포일러를 하자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저희의 색깔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동안 노래와 퍼포먼스 위주로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종합 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큰 부분은 액션 영화에서 볼 법한 동작이 등장한다는 건데, 저는 날아다니지 않지만 날아다닐 수 있는 친구들이 몇 명 있습니다.(웃음) 무대를 보신 뒤 'SF9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어?'라고 놀라셨으면 좋겠어요.

올해가 가기 전 꼭 도전해보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올해 꼭 뮤지컬 한 작품을 더 해보고 싶어요. 이제 저 스스로 어떻게 무대에 서면 되겠다는 게 파악이 됐으니까, 더 많이 연습해서 한 번 더 도전하고 싶어요.




*해당 인터뷰는 공연문화월간지 시어터플러스 2021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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