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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in Jul 26. 2024

‘데드풀과 울버린’,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2024) 리뷰

마라맛 히어로 데드풀이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파묘'했다. 관을 활짝 열고 죽은 MCU를 꺼낸 후 '마블 지져스'의 은혜로 전성기 액션을 되살렸다. 7월 24일은 'MCU 부활절'이라 지칭할 만하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데드풀' 3번째 영화이자 '엑스맨'의 MCU 편입을 환영하는 자리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전편과 동일하게 배우 겸 제작자 겸 각본가로 나섰고 그의 절친 휴 잭맨이 다시 한번 울버린으로 분했다. '리얼 스틸'(2011),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 등에서 독특한 액션관을 펼친 숀 레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개봉 전후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 모으고 있다. K팝 아이돌 스트레이 키즈와의 컬래버, 역대급 내한 일정을 소화하며 한국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 두 주연 배우의 진심이 통한 결과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마침내 공개된 '데드풀과 울버린'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데드풀'에게 바라는 유쾌한 더티 토크, 유혈이 낭자하는 코믹 액션은 시리즈 최고 수준이라 자부할 만큼 화끈해졌다. 디즈니 자본 아래 창작의 자유까지 주어진 라이언 레이놀즈를 누가 막으랴. 제4의 벽을 부수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자아'는 더욱 날뛰고, 디즈니 IP(지식재산권)를 사용할 수 있는 꿀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가 마구 이어진다. 20세기 폭스를 인수한 월트디즈니 컴퍼니를 호구 취급하는 데드풀의 '노빠꾸' 대담함에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영화의 최대 강점은 액션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개별 액션도 매력적이지만, 개인전에 강한 데드풀이 동료들과 함께 벌이는 팀업 액션은 어벤져스를 처음 접했던 당시의 쾌감을 선물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MCU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액션 시퀀스를 시원하게 말아주는 작품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더불어 추억의 마블 코믹스 기반 무비 히어로를 소환해 팬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다. 물론 '데드풀과 울버린' 이전의 작품을 보지 않았더라도 영화를 즐기고 이해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스토리 전개에 필요한 배경을 과하지 않게 설명하는 데다 농담과 액션이 주를 이뤄 눈, 귀가 충분히 즐겁기 때문. 이는 멀티버스 세계관 도입 이후 쇠퇴하고 있는 MCU에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내용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은 관객들이 있을 터. MCU와 ‘데드풀‘의 첫 만남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스포일러를 최대한 제외한 몇 가지 요점 해석을 준비했다.


 세계관 통합 시작점, 디즈니의 20세기 폭스 인수


'데드풀과 울버린' 관람에 앞서 꼭 알아야 할 정보는 엑스맨-어벤져스 세계관 통합 이전과 이후 '어른들의 사정'이다.


'엑스맨'과 '어벤져스'는 모두 마블 코믹스에서 출발했다. 마블 코믹스는 '엑스맨', '판타스틱4', '어벤져스' 등 다양한 만화 시리즈를 선보이며 DC 코믹스와 함께 히어로물 양대 산맥을 지켰다. 그러나 1990년대 만화 시장 위축으로 인해 파산 위기에 내몰렸고 결국 '엑스맨', '판타스틱4', '헐크', '블레이드', '데어데블', '스파이더맨' 등의 영화 제작 판권을 팔아넘길 수밖에 없었다. '엑스맨'과 '데어데블'은 20세기 폭스, '판타스틱4'는 콘스탄틴 필름, '헐크'는 유니버설, '블레이드'는 뉴라인 시네마, '스파이더맨'은 소니 등의 소유가 됐다. 이후 2009년 디즈니가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인수, '어벤져스'는 자연스럽게 디즈니에 흡수됐다.

영화 ‘더 울버린’ 스틸컷. [사진=20세기 폭스 제공]

20세기 폭스는 디즈니보다 앞선 1994년과 2004년 각각 '엑스맨', '판타스틱4' 판권을 확보하며 실사 영화 제작에 열을 올렸다. 2000년 '엑스맨'을 시작으로 '엑스맨2'(2003),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더 울버린'(2013),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 '로건'(2017), '엑스맨: 다크 피닉스'(2019) 등을 쉴 틈 없이 선보였다. '판타스틱4' 역시 2005년 실사 영화를 첫 공개한 후 2007년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을 내놓았다. 특히 '엑스맨' 시리즈는 다수의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며 팬덤을 구축했다.


디즈니는 수년간 '어벤져스' 외 마블 코믹스 영화화를 탐냈다. 그러나 판권이 걸림돌이었다.  그나마 2010년에 '블레이드', 2013년에 '데어데블'의 판권을 되찾으며 두 작품의 리부트 버전 제작 가능성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2019년 3월 디즈니가 20세기 폭스를 인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20세기 폭스는 디즈니 산하 스튜디오로 들어가며 '20세기 스튜디오'로 사명을 변경했고 '엑스맨', '판타스틱4' 등의 판권도 디즈니의 손에 들어왔다. 마블 왕국을 만들겠다는 디즈니의 오랜 염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디즈니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MCU 페이즈4 네 번째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엑스맨'의 찰스 자비에(프로페서X), '판타스틱4'의 리드 리차드(미스터 판타스틱)를 등장시키며 '엑스맨', '판타스틱4' 세계관 통합을 공식화했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엑스맨' 세계관 인물인 데드풀과 울버린 또한 MCU에 자동 편입됐다. 디즈니가 그동안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MCU 작품을 제작한 바 없어 R등급 히어로 '데드풀'의 방향성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기도 했지만, '데드풀'의 상징 라이언 레이놀즈와 뜻을 함께해 기존 방식을 유지했다.


이러한 배경지식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이번 영화의 주 무대인 '보이드'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보이드를 '폭스의 무덤'으로 그린다. 황무지 곳곳에 '위대한 쇼맨', '스타워즈' 시리즈, '타이타닉', '인디펜던스 데이' 등 20세기 폭스의 작품을 상징하는 잔해들이 널려 있어 충격과 쓴웃음을 선사한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크리스 에반스, 마블의 남자


TVA의 음모로 인해 보이드에 뚝 떨어진 데드풀과 울버린은 MCU 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크리스 에반스를 만난다. 크리스 에반스는 '캡틴 아메리카'로 명성을 쌓기 전 '판타스틱4'를 통해 히어로물에 입문한 바 있다. 그는 20세기 폭스, 디즈니와 손잡고 두 명의 마블 코믹스 히어로를 연기했다.


'판타스틱4' 당시 크리스 에반스는 온몸에 불이 붙는 '휴먼 토치' 조니 스톰 역을 맡았다. 조니 스톰은 누나 수 스톰과 리드 리차드, 벤 그림과 함께 우주 방사능에 노출된 후 능력을 갖게 된 인물이다. 조니는 과묵한 캡틴 아메리카와 반대로 촉새 같은 입담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판타스틱4’ 스틸컷. [사진=20세기 폭스 제공]

크리스 에반스에 대한 정보 하나 더. 그는 2015년 코카인 소지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바 있다. 크리스 에반스를 면전에 두고 제4의 벽을 거침없이 깨는 장면은 비하인드를 알고 나면 웃음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20여 년만 재회, 반가운 집들이


데드풀과 울버린의 집들이에 방문하는 반가운 얼굴들도 있다. 바로 '엑스맨: 최후의 전쟁' 이후 18년 만에 돌아온 파이로 역의 애런 스탠퍼드, '엑스맨' 이후 무려 24년 만에 재출연하는 세이버투스 역의 타일러 메인이다. '로건'에서 많은 관객을 울린 로라(X-23) 역의 다프네 킨도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관객을 마주한다. 더불어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던 아자젤이 소생되고, 프로페서X의 이복형제 저거노트, 뱀 같은 혀가 특징인 빌런 토드 등이 재등장한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코믹스 기반 새로운 캐릭터들도 기대 포인트다. '엑스맨'에서 로라의 보호자를 맡는 히어로 갬빗이 합류해 색다른 재미를 선물하고, 프로페서X의 유전자 복제로 탄생한 뮤턴트 카산드라 노바가 염력과 정신 조종 능력을 가진 강력한 메인 빌런으로 자리한다.


특히 디즈니가 판권 재획득 후 새롭게 준비 중인 작품들이 쏟아진다. 이는 가장 주목해야 할 등장인물에 대한 힌트다.


이 밖에도 '엑스맨' 시리즈와 MCU 작품을 접한 뒤 관람하면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그중 울버린의 마지막 이야기(였던) '로건'과 TVA 배경이 담긴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로키'는 사전 관람을 권한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러닝타임 128분. 쿠키 영상 두 개.



*2024년 7월 24일 발행된 기사를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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