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프로젝트> 신입 멤버를 영입하다
지난 8월, 2년간의 대학원 학업을 마무리하고 졸업을 했다. 나를 따라 같은 대학원에 진학한 J는 마지막 학기. 글을 쓰느라 3학차를, 졸업 준비를 하느라 4학차를 보낼 때 J가 가정의 경제를 서포트했으므로 이제는 내가 바통을 넘겨받을 차례다. 모아둔 돈은 모두 스튜디오 공간 마련에 들어갔다. 진짜로 빈털털이가 되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굶어죽(지는 않지만)을 수도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각종 지원사업들이었다. 8월이 되니 하반기 사업 공고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뭐라도 시도해봐야지.'
부랴부랴 <뭐라도 프로젝트>라는 팀명으로 사업에 지원했다. 날을 꼬박 새워 쓴 날도 있었다. 지원하기 직전까지 지원서를 읽고 또 읽었다. 오타는 없는지, 읽기에 불편한 문장은 없는지,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명쾌하게 썼는지 계속 확인했다.
처음으로 쓴 사업계획서였는데 서류가 통과되더니 최종합격했다. 내 손으로 딴 첫 지원 사업으로, 뭐라도 프로젝트의 멤버 셋이 그동안 뭐라도 시도하면서 결과물을 내고 있으니 전시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재단이 권장한 방향에 따라 주민에게도 함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멤버를 모집하여 함께 전시를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변경된 계획서에 따라 <뭐라도 프로젝트 제4의 멤버를 찾습니다>라는 모집공고를 내걸었다.
여러분의 일상은 어떠한가요? 남들과 비교했을 때 아무런 성과 없이 멈춰있는 것만 같나요? 뭐라도 해보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나요?
그렇다면 뭐라도 프로젝트 제4의 멤버가 될 자격이 충분하시네요!
무엇을 전시해야할 지 모르겠나요? 전시할 작품이 없나요? 그런 분들을 위해 최대표, 황전무, 안상무가 각자의 재능을 기반으로 멘토링 세션을 제공해드릴 예정이랍니다. 멘토링을 통해 뭐라도 시도해본 이야기와 노하우를 전수받고, 3주간 저희와 빡세게 전시 준비를 해보아요!
추석이란 명절은 나태하기에 충분한 핑계가 되어주었다. 사업에 최종 선정된 후 추석 지나면 본격적으로 실행하겠다는 둥, 지원금이 아직 안들어왔으니 천천히 하겠다는 둥 매우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다가 9월초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수정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추석이 끝나는 그 주에 멤버 선발을 완료해야했다. 그러나 추석이 끝날 때까지도 지인으로 채워 겨우 3명을 모집했더랬다.
겨우 모집한 3명마저도 그 중 2명이 갑자기 다른 사정이 생겨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사업을 실행해야하는데 여전히 지원자는 없었고, 내 인스타그램 작가 계정과 황전무님의 그림 계정의 팔로워로는 지원자 수를 채우기에 화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걸 여실히 깨달았다. 지원금은 아직 입금 전. 결국 사비를 털어 인스타그램 광고를 돌렸다. 지원 마감일까지 겨우 3일 남은 상황이었다. 청년 실업의 문제가 생각보다 컸던 것인지, 아니면 지원공고에 적은 문장의 덕을 본 것인지 갑자기 지원자가 늘었다.
인스타그램 광고 너무 많이 뜬다고 욕했는데, 인스타그램 광고의 효과는 대단했다. 지원자가 없다고 고민했는데 누구를 선발해야할 지 고민하게 되었다. 거주지와 지원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의 이사님들을 최종 선발했다. 3:1이라는 치열한 경쟁이었다. 아, 제4의 멤버로 선발된 이 이사님들은 처음에 인턴으로 입사했지만 멘토링 세션이 끝나고 이사님으로 초고속 승진한다. 서류상 이사인 것이 아니다. 말로만이지만 꼭 이사님이라고 부른다. 어디 가서 인턴하기는 쉽지만 대표/전무/상무/이사 등 이런 직급 달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래서 뭐라도 프로젝트의 새로운 멤버가 되면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승진 혜택을 제공해드리고 있다.
지난 일요일 선발작업을 마무리하고, 월요일부터 각 팀별(뭐라도 글쓰기/그리기/사진찍기) 멘토링 세션을 시작했다. 익숙한 황전무, 안상무가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도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시도들을 함께 해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건 너무나 기우였다.
이사님들은 나이도 다르고 각자의 백그라운드도 달랐지만, 그만큼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뭐라도 프로젝트의 원래 멤버 3인만큼이나 개성 강한 이사님들을 모시게 되어 자꾸 함께 뭔가를 시도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샘솟았다. 글쓰기 팀의 이사님들은 모두 방송 경력이 있으셔서(?) 단순히 글쓰기를 넘어 함께 팟캐스트 같은 오디오 콘텐츠도 하고 싶어졌다. 뭐라도 그리기 또한 각자 개성이 뚜렷해서 매일 올려주시는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고 글과 그림을 어떻게 연결해볼 수 없을까?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런 걱정도 있었는데, 오히려 내가 배우고 얻어가는 에너지가 많아지고 있다.
멘토링이 끝난 후 각 팀은 앞으로 약 3주간 매일 작업 인증을 올려야 한다. 신기한 건 인증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느라 단체채팅방과 댓글창이 엄청 활성화 되어있는데, 단지 3시간 만난 사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렇게 초면에 서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 우리 안의 위계를 지우고자 반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건 새로 들어온 이사님과도 마찬가지. 뭐라도 프로젝트가 세 명으로 처음 시작했을 때도 반말을 꼭 사용했다. (아래글 참고)
물론 모두들 반말을 쓰자고 했을 때 '으응...!그..래!' 라며 굉장히 어색해하고 삐걱거린다. '반말 잘 안쓰다보니 너무 어색해요...아니 어색해' 라는 말도 많이 한다. 그러나 반말 덕분에 초면인데도, 우리는 꽤나 가까워졌다. 서로에 대한 피드백을 아끼지 않는다. 새삼 깨닫지만 반말을 하는 것과 예의없이 선을 넘는 건 다른 것이었다. 아직 인증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피어나는 칭찬과 피드백, 아낌없이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며 다들 매일 빠짐없이 인증을 해주고 있다.
현재까지 제4의 멤버인 이사님들과 뭐라도 프로젝트는 순항중. 과연 작심삼일이 지난 뒤 다음 주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커뮤니티 운영은 우리 모두 처음이고, 이번이 첫 시도인데 계속 잘 운영해나갈 수 있을까? 뭐라도 시도했으니 뭐라도 나오길 바라며.
- 작가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