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나서 이불킥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20대 후반에 회사에서 미국 출장을 갔는데 아마도 보스턴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날씨가 좋아서 노변 카페에서 저녁을 먹으러 직장 상사들과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시에 저는 해외영업 담당이자 통역으로 동행했었죠.
그런데 우리 테이블을 담당한 웨이트리스가 왔다 갔다 하며 친절하게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데 마른 체형에 배만 뽈록 나온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임신을 한 것으로 보여서 축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순간 생각을 했죠.
그래놓고 필터링 없이 튀어나온 문장이 Are you pregnant?
우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네요. 이런 질문은 절대로. 진짜 절대로 타인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닙니다. 남편쯤 되면 모를까. 그 웨이트리스가 당황하며 아니라고 대답한 것까지만 생각이 납니다. 저도 얼굴이 화끈해져서 이 사고를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정신이 훨훨 날뛰었습니다.
저는 공감 능력이 상당히 뒤떨어진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표현하는 방법은 진짜 심각했죠. 지금은 그래도 나이도 좀 들고 여러 사건 사고들을 경험하며 아, 이 말을 하면 안 되겠구나. 아 이럴 때는 공감을 해줘야겠구나 판단을 하지만 젊은이 시절엔 정말 처참한 공감능력을 가졌었죠.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많지만, 항상 공감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감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이런 것을 아주 느리게 배웠죠. 지금도 서툴지만 많이 나아졌습니다. 이젠 입을 다물어야 할 때를 더 잘 알아챕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이 자기를 봐주길 원하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 원합니다. 짜증 나고 한심한 표현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단순히 관심을 호소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뭘 말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모를 수도 있죠.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어떤 상황이라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솔직히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잖아요? 오늘 아침에 그 상대가 무엇을 경험했는지 나는 모릅니다.
그래서 항상 공감을 대화의 시작으로 사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전략입니다.
반대로 세상은 나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타인의 관심이란 내가 노력해서 얻어내야 하는 종류의 것이죠. 보통 사람들은 난 그만한 관심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에요. 누구도 그런 권리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내 관점과 의견과 주장을 펼치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걸 이해받기 위해서는 나라는 사람이 보탬이 되고, 흥미롭고, 호기심을 유발하고, 진심 어린 사람이어야 합니다. 더 크게 외친다고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의미가 있는 말을 해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럼 내가 관심을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태생적으로 우월한 외모의 유전자를 가지지 못한 사람은 (=평범한 사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제가 경험적으로 터득한 것은 몸의 자세와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걷거나 앉을 때 하늘에서 실이 나를 잡아당기는 듯 걸어가고 앉아있으면 신체가 아주 곧게 유지됩니다. 키가 조금 커 보이는 효과도 있겠네요. 그렇게 걸으면 당당해 보이고 자신감 넘쳐 보이는 아주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대화를 할 때에는 상대방의 코나 입을 바라보면 좋습니다. 눈을 너무 심하게 바라보면 마치 따지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으니 시선이 상대의 얼굴을 향하되 너무 도전적인 방향이 아닌 코 정도가 적절하죠. 나는 당신의 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달하는 자세입니다.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의 말에 집중해야 합니다. 대충 듣는지 경청을 하고 있는지 얼굴에 다 표가 납니다.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면 차라리 다음에 시간을 따로 마련하겠다고 말해야 합니다. 상대의 말에 태클을 걸 여지를 찾으려는 식으로 대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말할 차례를 기다리지 말고 계속 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잘 듣기만 해도 상대는 나에게 호감을 가지게 될 겁니다. 억지로 뭔가 대답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습관이 되도록 매일 자기 자신을 채근해서 노력해야겠죠?
오늘의 질문: 여러분은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신 적이 있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