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경제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지금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해져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6.1%로 804만 가구를 넘겼습니다.
인간은 연결되는 것을 갈망합니다. 가족이든, 회사던, 모임이든, 어떤 형태로든 조직 속에 존재하기를 원합니다. 근본적으로 외로움을 견딜 수 없는 것이 사람이죠.
가족이나 친구와 소통하는 것은 음식, 물, 집 등과 같은 필수 품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정당, 조합, 마을회관, 종교집단, 동아리 등 여러 방법으로 사회 집단을 형성해 왔습니다.
이런 친목적 연결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종교가 없다고 대답한 사람은 2004년 47%였다가 2021년에 이르면 60%로 올라갔습니다. 종교 모임을 나가는 사람이 국민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말이죠.
인터넷 초창기에 온라인 친목 사이트는 실제 만남을 추구했습니다. 말이 많았던 아이러브스쿨을 비롯해 수많은 친목 모임이 등장할 수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온라인 친목은 정말 온라인에서 끝납니다. 번거롭게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않습니다.
유튜브와 틱톡, 그리고 넷플릭스에 빠지면 실제 오프라인에서 활동할 시간이 없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아주 심각한데요, 학교와 학원을 다니는 와중에 친구를 만날 창구조차 없으니 짬이 나면 항상 온라인 상태가 됩니다.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모든 여유시간은 스크린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죠. 자녀 중에도 그런 녀석이 있지 않나요?
WHO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세계의 모든 사람 중 여섯에 한 명은 외로움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당 100명의 사람이 외로움으로부터 비롯된 이유로 죽고 있다고 하네요. 연간 87만 명 수준의 죽음입니다.
저는 제 아들들,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아이들에게 우리가 물려줄 세상이 우려스럽습니다. 인간적인 관계가 상품화되고, 친밀감이 인공적이며, 젊은이들이 혼란스럽고 약간은 지저분하지만 실제 인간관계 대신 디지털 동굴로 숨어드는 세상이 걱정스럽습니다.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은 단지 시간당 100명의 사망자를 내며 사람을 죽이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기쁨, 놀라움, 그리고 살 가치가 있게 만드는 우연한 만남 같은 것을 경험할 능력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스크린을 스크롤할 때마다, 영상을 구독할 때마다, AI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만들 때마다 우리는 근본적인 진실로부터 한 걸음 더 멀어집니다.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세상을 진짜로 살아가기 위해 서로서로가 필요하다는 진실 말이죠.
우리는 우리의 고립을 통해 이익을 얻는 스마트폰과 거대 IT회사를 계속 먹여 살리며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또는 각자가 영광스럽고 아름다운 인간이라는 것을 되새기며 삶의 의미를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어쩌면 낯선 이에게 다가가 친절을 베풀고, 누군가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습니다.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내향인에 집돌이에 속합니다. 은퇴 후에 막내 등하교를 책임지고 어정쩡한 시간대 2시간을 사용하니 뭔가 본격적으로 하기도 어렵죠. 어쩌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었다면 정말 고립되어 외롭게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내향인이든 외향인이든, 외로움을 타는 모든 분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가족, 친구, 동료를 만들어 살아갈 가치를 스스로 높이는 삶을 사시길 기원합니다.
오늘의 질문: 당신의 하루에 친목질에 투자하는 시간이 있나요? 꼭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