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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Aug 12. 2020

새하얀 파묵칼레 세상

* 2014 11 터키 여행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됩니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씻고 짐을 꾸려놓고 나왔다. 8시쯤 조식을 먹고 어제 함께 온 한국인 남자분과 함께 석회층에 올라갔다. 입장료를 내고 입구에 들어서자 석회층 보존을 위해 신발을 벗고 맨발로 가야 했다. 바닥과 물이 너무나도 차가워서 걷다 보니 발에 감각이 사라질 것 같았다.


올라가다 보니 따뜻한 물도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꽁꽁 언 발을 담그고 녹였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날씨가 약간 흐리고 구름이 꼈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생각보다 꽤 높이 올라가야 했다. 가는 길에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고 사진을 찍느라 자꾸만 발걸음이 멈춰졌다. 처음 보는 그림 같은 풍경이지만 전혀 이상하거나 낯설지는 않았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터키의 3대 명소 중 하나인 파묵칼레는 목화의 성이라는 뜻을 지녔다. 새하얀 계단식 다랭이논 같은 모양인데 멀리서 보면 빙산 같기도 하다. 석회층에 고여있는 물이 흘러내리면서 그 성분들이 층을 이뤘고 층마다 푸른 물을 머금고 있다. 맑은 날에 더더욱 청아하게 빛난다고 한다.



맨 꼭대기 층의 물은 정말 너무 따뜻해서 발을 계속 담그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맨 위층에 모여 발을 담그고 한참 동안 서있었다.


꼭대기까지 다다라 젖은 발을 말린 뒤 신발을 신고 히에라 폴리스 유적지를 보러 갔다. 고대 로마 유적들이 남아있었다. 발굴된 이 유적지에는 원형 극장, 공동묘지, 목욕탕 등이 폐허가 된 채 넓게 흩어져있었다. 실제로 옛 목욕탕에는 물을 채워 현대에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도록 온천 수영장으로 만들어졌다. 수영장 밑바닥에는 무너진 거대한 기둥들이 그대로 남아있고 주변은 카페로 꾸며져 있다. 수영복을 가져왔으면 고대 로마 시대의 황제들처럼 이 곳에서 수영을 해보는 영광을 누렸을 텐데, 참 아쉬웠다.


원형극장은 상상 이상으로 큰 규모였다. 앉아서 잠시 극장에 온 것처럼 상상을 해보았다. 옆에는 가이드와 함께 온 사람들이 설명을 듣고 있었다. 주변이 시끄러워져 상상에 몰입이 되지 않아서 금방 일어섰다. 일어서서 보니 원형극장과 뒤로 보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돌무쉬를 타고 편히 내려가고 싶었으나 정문으로 가지 않는다고 해서 결국 다시 맨발로 석회층을 걸어 내려갔다. 가는 도중에 갑자기 햇살이 비치면서 에메랄드빛 물이 반짝였다. 정말 아름다웠다.


석양이 지는 걸 못 보고 가는 것이 너무 아쉬웠지만 일정 때문에 서둘러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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