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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Aug 25. 2020

어른이 되는 것


학창 시절에는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크게 고민한 적이 딱히 없었는데, 서른이 다 되어서야 ‘어른이 되는 것이 뭘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무 살 무렵의 나는, 서른 살 자체가 굉장히 먼 일이고 대단해 보였다. 그쯤이면 번듯한 직장에 내 집도 있고 차도 있겠지 하며 단순하고도 과분한 상상을 하곤 했다. 어림도 없는 상상을. 물론 누군가는 가능할지도 모를.


지금 서른의 나는, 당연히 집도 없고 차도 없는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똥강아지다. (작년까지는 내 명의의 차가 한대 있었지만 감당하기 어려워 팔았다.)


심지어 번듯한 직장도 없다. 4년째 자영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 번듯하기는커녕 빠듯하기만 하다.


주변에 번듯한 직장을 다니거나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친구들도 여럿 있어서 사실 비교가 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나에게 있어 결혼은 아직 큰 고민거리가 아니고 직장은 다니고 싶지 않기에 부러운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가끔가다 한 달마다 꼬박꼬박 받는 월급이 부러울 때도 있다.


어쨌든 남들이 나보다 대게 잘 산다고 해서 내 처지를 비관하거나 비교하며 깎아먹는 편은 아니다. 그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 되는지 아닌지 판단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편이다. 그래서 당근보다 채찍을 많이 때리는 편이라 스스로를 아프게 하곤 한다.


나도 남들처럼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아왔고 그 안에서 많은 노력과 인내 또한 겪었다.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기에 누구보다 훨씬 잘 보낸 시간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경제적인 상황은 남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수 있지만 인생 경험 비용을 좀 많이 냈다고 생각해야지 별 수 있을까.


심지어 번 돈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은 철부지라 나를 위해 쓰기에도 바쁘다.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어른이 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것과 같다고 느껴진다.


나 자신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우선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정말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다달이 나갈 월세와 관리비, 생활비를 계산기로 두드려보고 나면 이 집에서 얹혀살 때의 장점들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감사한 마음을 꺼내어본다.


이 집에 살면 장점은 외롭지 않다. 가족들이 워낙 대화가 많아서 조용할 날이 없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단점은 나열할 것이 너무 많아서 생략한다.


엄마에게 투정 부리면 듣는 말이 있다.

“어디 얹혀사는 주제가!”


장난이 섞인 말이지만 팩트로 때린다. 바로 꼬리를 내리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더 맛있는 걸 얻어먹을 수 있다.


고로 난 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조금 발을 디뎠을 뿐이다. 언제쯤 어른이 될지는 모르지만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단단한 어른이 되고 싶다.


조금 서둘러야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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