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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Sep 20. 2020

정리 후 새로운 시작



제일 친하다고 여겼던 친구들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중학교 때부터 알던 오래된 친구들이자 가장 많은 추억을 쌓은 친구들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실 언젠가부터 그들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나이가 어릴 땐 어떤 대화를 해도 재미있게 느껴지고 함께하는 일들이 모두 즐겁다. 하지만 각자 생활을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다른 친구들을 사귀면서 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때까지도 정확히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대화 코드나 성향, 관심사, 취미. 모든 부분에서 나와 맞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오로지 내가 그들의 취향에 맞추고 있었다는 것을.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들이라고 여겼기에 매사에 최선을 다해 배려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려 노력했다.


항상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다 보니 내 속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아무래도 불편하거나 불쾌한 일들을 혼자 참아내고 못 본 체하며 지내왔던 것이 화근인 것 같다.


사소할지도 모르지만 한두 번이 아닌 연속이 되어 날 불쾌하게 한 일들과 날 배려하지 않는 모습에 내가 이렇게 하찮은 존재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화를 내거나 기분 나쁜 티를 내도 그들은 쉽게 사과하고 말거나 이해를 못할 때도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만남이 재미없어졌다.

만나서 하는 것이 항상 똑같은 것은 상관없으나 별 대화거리가 없어 지루하게 느껴진다.


사실 동네 친구들이 다 그렇지,라고도 생각하지만 이 만남이 점점 시들해지는 큰 이유는 결국 우리가 서로를 얼마큼 원하고 중요시하느냐인 것이다.


그들은 나에게 말하지 않고 둘이 만남을 가진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나와 달리 둘은 잘 맞는다.

그들도 그걸 알기에 나를 멀리하려는 듯이 느껴진다.


이제 그들은 나에게 그만큼 중요한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내가 그들에게 그렇듯이.


거의 한 달 동안 1이 생기지 않는 단톡 방을 나왔다.

그들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다. 정말 난 아무런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맞지 않는 관계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다가 상처투성이가   같다.


따지거나 싸운 것도 없이 정리되었지만 속이 시원하다. 눈치 보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 편하다.


나에게는,

나를 제일 잘 알고 눈빛만 봐도 통하는 친구가 있다.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친구들도 있다.


힘들다는 한마디에 달려와주고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도 있다.


밥을 잘 못 챙겨 먹는다니 손수 도시락을 싸다 주는 친구도 있다.


어려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친구도 있다.


주변에 참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 나는 그들이 없어도 정말 괜찮다.


오히려 함께할 때 더 외로웠던 순간이 많았기에,

이제는 나를 먼저 찾아주고 소중히 여겨주는 친구들과 행복한 순간을 쌓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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