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니 Sep 27. 2020

또다시 여행


2년 전부터 가고 싶던 여행지, 베트남의 사파.

작년 11월에 20년 4월 항공권을 결제했다.


너무나도 묵고 싶던 숙소도 미리 예약해두고

세세한 일정까지 정말 완벽한 계획을 했다.


그런데 12월쯤 갑자기 숙소 측에서 예약 취소 메일이 왔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이지!


영어로 온 메일을 번역해보니 갑자기 숙소가 불타버려서 내년 4월 이후에 복구될 것 같다고... 완벽한 복구 날짜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취소한다는 연락이었다.


터무니없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른 숙소를 예약했다.


숙소는 아무렴 어때, 사파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점점 커졌다.


20년 1월, 잠시 휴식을 위해 베트남의 휴양지인 나트랑에 짧게 다녀왔다. 2박 3일의 빡빡하고 짧은 여행이었는데 이때 좀 길게 다녀올걸 금방 후회했다.


나트랑에 다녀오자마자 중국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전 세계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3월이 되자 한국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되어 난리가 났다. 베트남에 입국하는 일은 불가능해졌고 항공사에서 전액 환불을 해주었다.


숙소들은 다행히도 무료 취소가 가능한 옵션으로 예약해두어서 전부 취소했다.


정말 가고 싶던 곳이라 속상했지만 바이러스 때문에 난리 난 시점이라 그런지 신기하게도 여행에 대한 생각이 입맛 떨어지듯 뚝 떨어졌다.


일 년에 못해도 세 번 이상 갔던 해외여행이 이제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일주를 꿈꾸던 나의 계획들은 허무해졌다.


그러다 작년에 스웨덴에 갔던 기억이 났다.


사실 몸도 마음도 지쳐 어디론가 훌쩍 도망치고 싶어 갔던 곳이다. 오랜 비행 끝에 낯선 북유럽 땅을 밟고 차가운 공기를 마시자마자 든 생각은 ‘내가 여기 왜 왔더라.’였다.


어느 날 북유럽에 관한 책을 읽고는 정말 충동적으로 막연히 가고 싶다는 생각이 지친 마음에 자꾸만 쌓여갔다. 여행은 내가 스스로 무언가 이루었다는 성취감을 굉장히 크게 가져다준다. 그래서 더욱 지쳐있는 나에게 필요했던 여행이기도 했다.


스웨덴에서 일주일 가량의 시간을 홀로 보내는 것.

나 혼자만의 시간에서 지친 내 마음을 돌봐주는 것이 바로 내가 하고 싶던 일이었다.


당시에는 매일 아무런 계획도 없이 지하철을 타고 구글맵을 보며 식당에 찾아가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일상을 보냈다.


스웨덴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기도 하고 한국과 다른 점들을 발견하고 골목골목을 걷고 그 동네의 분위기를 느끼는 일들은 하나도 무료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도착해서는 이리저리 헤매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항공사 어매니티에 수면양말이 없었다면 일주일 내내 발 시린 밤잠을 보냈을 나날들.


영수증을 모아두는 버릇이 없었다면 유심에 충전할 10GB를 몽땅 잃을뻔한 날.


매일 뭐할까 빈둥거리다가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가고 싶은 곳들이 마구 생겨나 계획을 좀 세울걸 후회한 것처럼.


또다시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나고 싶다. 어디로든!















매거진의 이전글 정리 후 새로운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