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교환이나 대체 불가능한 사람(singularity)
석 달만에 성적을 98점으로 올려 놓았으나 이유를 알 수 없이 수업을 그만둬야 했던 과외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학생의 어머니께서 장문의 문자로 사과의 글을 남기며 간곡히 청해 오셨다. 고민하다가 다시 마음을 먹고 보름만에 수업을 재개했다. 내 수업 전에 다른 과목 선생이 예고 없이 수업을 그만 두었는데, 그 불똥이 나에게까지 튀었던 것이다. 학생 어머니는 자신이 감정적이었던 것을, 미안해서 더 일찍 연락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몸 둘 바 모르게 몸을 반으로 접은 상태로 거듭 사과하셨다. 갑을 관계가 있다면 바뀐 듯이.
누군가의 사과를 받거나 용서하는 일도 그렇다. 뭔가 억울한 일을 당할 때도 마찬가지. 전후 사정은 잘 모르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는 일이 필요하다. God Only Knows. 자책하지 않아 다행인 일, 언젠가는 모두 이해할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한 발짝 앞으로 내딛는 연습을 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교환이나 대체 불가능한 사람(singularity).
구띠에레즈의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우물에서 마신다(1987,이성배 역)>에서 옮겨 놓았던 안셀무스의 글(Proslogion 1)이라는데 오늘 하루치의 평화를 이 문장 안에서 얻기로 한다.
"주여, 나는 나의 지성이 당신의 높으심에 너무나도 미칠 수 없기에 거기에 이르고자 하지는 않나이다. 그러나 나는 내 마음이 믿고 사랑하는 당신의 진리를 가능한 한 깊이 이해하고자 하나이다. 나는 믿기 위해서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서 믿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가 믿지 않는다면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