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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린 Dec 21. 2018

환대의 가능성

만남과 이별의 모든 과정이, 보다 나은 인간으로 만든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절대 뒤돌아 보지 않는다. 혹시라도 마음 다치는 일이 있을까봐, 얼굴을 돌린, 혹은 냉정하게 뒤돌아 선 그 뒷모습을 아직은 마주 대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러나 내가 등을 돌리려던 그 찰나에라도 상대방의 시선이 느껴질 때면 반드시 뒤돌아서 그 사람이 자리를 뜰 때까지 손을 흔들고는 한다. 인정(人情)이라는 것이 이러한 상호성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관계를 일반화할 순 없지만 이런 원형과 순환 속에서 되풀이 된다, 적어도 나의 만남과 관계에선.


 타자의 언어는 언제나 모호하고 타자적 세계는 미지(微旨)로 가득 차 있으며, 나는 반복적으로 미끄러짐을 경험하곤 한다. 가닿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는 관계란 사람을 얼마나 서늘하고 고독하게 만드는지. 때문에 '일방향적인'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만이 지속적으로 헌신하는 관계는 얼마나 무의미하고 부조리한가. 거기에선 사실 '관계(關係)'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관계'는 심정적으로 접속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환대'의 철학자



 사람은 누구나 상처받을 가능성이 있는 존재다. '환대'라는 것은 두 팔 벌려 맞아줌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등 돌린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거나 타인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봐 줄 수 있는 용기다. 관계란 상호적이지만, 사랑이 모든 것을 무화하듯, 환대 역시 비대칭적이다. 그것은 실천과 윤리의 또다른 이름이므로.


 여전히 관계에 좌절하고 잦은 피로감을 느끼지만, 관계맺기를 그만 둘 수 없는 이유. 시행착오는 줄지 않고 매번 실수를 반복하고 상처투성이가 되지만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 우리는 매일 다치면서 자라고, 견디면서 배우기 때문이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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