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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hahoho할머니 Apr 12. 2024

육순 할마의 광저우 국제학교 좌충우돌 적응기

3. 불규칙 동사변화, 형용사, 부사, 문장부호

우리 애들 학교에서는 주제를 정해 1달이나 1달 반 정도 그 주제에 관련한 수업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었다.


8살이라 3학년이 바로 되어 버린 첫 째 아이는 영어 수업 이 the  tunnel by Anthony Brown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가 광저우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디서 어떻게 뭘 사야  하는지도 모르는 시기였다. 학교 전달 사항이나 숙제가 모두 학교 앱에 올라오면 집에서 프린트해서 제출해야 했다.

아직 프린트도 없어서 돋보기를 치 올려 가며 숙제도 종이에 내가 펜으로 쓰고 그려서 해 갔다.


 딸도 직장 일로 너무 바빴고 걸핏하면 장기 출장이라 뭘 사달라는 말도 하기 힘들었다.

말이 안 통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으니 내가 뭘  사서 해결 할 수도 없었다.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이 책으로 하지만 개인은 책이 없다 보니 집에도 가져오지 않는다.


 도대체 뭘 도와두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담임이 그날 수업에 대해 학교 앱에 업로드해주어서 이 책으로 공부하나보다 하고 알 뿐이었다.


내 손녀가 수업 시간에 눈뜨고 장님처럼 앉아 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갑자기 달라진 낯선 환경에서 두 아이의 심리는 극도로 불안한 상태였다.  

앞이 캄캄하기는 나도 마찬 가지였고.


택시를 타든, 물건을 사든 결재는 알리 페이나 위쳇 페니로 해야 하는데 나는 아직 아무 결재도 할 수 없는 신분이었다. 아직 중국은행에 거래를 트지 않은 상태였고 은행에서 발급 된 카드라야 위쳇 페이 결제를 할 수가 있는데 내가 가진 유일한 카드는 삼성 카드라 위쳇 페이 등록이 되지 않았다.  


팔다리 멀쩡해도 말 안 통하고 돈 주고 물건 살 수 없으니 감옥살이나 마찬 가지구나 생각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좀 지명도가 높은 교재라면 타오바오 같은 티몰에서 살 수가 있었다.

나는 아직 그런 걸 모르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유투버에서 찾아보니 오디오 북이 있었다.

화면 아래에 스크립트가  있는 줄도 모르고 다시 듣기를 반복해 가면서 노트에 적었다. 먼저 단어 카드를 만들었다. 앞면에는 영어, 뒷면에는 한글로.  



몇 년 있다 한국에 가면 4학 년이나 5학년이 되니 한글 공부도 소홀이 할 수는 없었다. 성격이 외향적이고 어디서든 흥겨운 음악이 나오면 거침없이 온몸을 흔들어 대던 아이,

어디서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던, 언제나 행복하던 아이가 얼마나 기가 죽고 자존심이 상했던지.  


아이의 눈 빛이 달라져 있었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이제 겨우 1학년 2학기 라 느긋하게 공부할 아이가 학교에서 집에 오면 오후 4시.

씻고 간식 먹고 나서 나와 공부를 시작했는데 두 시간 세 시간이 지나도 그만하자고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자기가 친하고 싶어 했던  동화책에서 본 금발머리 하얀 피부에 영어 잘하는 똑똑한 아이들과는 말이 안 통하고 그 아이들의 무리에 끼일 수가 없는 게 속상한 모양이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려운 시기가  올 때가 있단다. 그 어려운 시기를 이겨 내는 사람이 있고 지는 사람이 있지. 우리는 이겨 내는 사람이 되자.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이 함께라면 불행하지 않아.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희들을 자기들의 목숨보다 더 사랑하고 있지.

한국에서 혼자 있는 아빠는 너희들이 얼마나 보고 싶겠니?

그래도 너희들을 위해  참아 내면서 살고 있지.  엄마도 회사 가서 일하고 출장도 다니지 않고 집에서 너희들 돌보면서 살고 싶겠지. 할머니도 한국에서 친구들과 탁구장 다니며 운동하고 여행 다니며 살고 싶지.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좀봐.

전쟁으로 집은 무너지고 아빠는 전쟁터로 가야 하고. 밤이나 낮이나 포탄 소리는 들려오고.

나라와 가족이 없는 사람이 제일 불행하다고 나는 생각해.


이 말이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듯했다.


나는 내 아이들을 키울 때도 그랬고, 지금 내 손자들을 키울 때도 아이 취급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말 중에서 가장 지적인 말. 어려운 말을 하려고 애썼다.

내 소중하고 소중한 손자들에게 살아오면서  내가 본 아름 다웠던것, 가치 있다고 여겼던 것, 맛있었던 것, 모든 좋은 것들을 진액으로 만들어 다 주고 싶었다.


물을 줄 때면 -상선약수

약을 먹일 때면-양약고구

누나에게 먼저 줄 때는-장유유서

모기를 죽일 때는 -살생 유택

먼저 온 사람 우선 일 때 -선착순


비타민 c가 많은 오이를. 먹자

비타민 c가 부족하면 괴혈병에 걸린대.

단백질과 칼슘이 많은 우유를 먹자

탄수화물이 많은 밥, 감자, 고구마

지방이 많은 고기를 먹자.

탄단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는 에너지를 내게 해준대.

성장호르몬이 나오게 9시 에는 자야지.

이런 식이었다.


세 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딸기를 주니  딸기에는 무슨 영양소가 많아요? 하고  물어보고, 누가 다리가 아프다고 하니 성장통이야 하더라는  말을 들었다.


지진이 나거나 선거철이 되어 투표하러 갈 때도, 계절이 바뀔 때도, 이해를 제대로 하든 말든 내가 아는 만큼 설명을 해 주려고 했다.


아이가 자라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으면서 살아가는 당당한 인격체가 되도록 지원해 주는 게 양육자의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내 비록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만큼의 그릇은 못되더라도 내가 키운 아이로 해서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밝고 따뜻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이도 나름의 다짐을 한 모양이었다.


아열대 기후의 나라답게 아파트  가운데는

10미터도 더 되어 보이는 키 큰 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고.

그 옆에  난 좁은 보도로는,


저러다 앞 이빨이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입을 앙다물고, 작은 두 주먹은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나지 싶을 만큼 꼭 쥐고, 이제 겨우 키 125cm 여자애가 마치 전쟁터 출전 하듯 걸어 가든 그 시간들이 떠오른다

새삼 눈물이 나려고 한다.


단어 카드를 영어가 보이도록 마루 바닥에 흩어 놓고 내가 말하면 찾게 했다. ㅂ 소리가 나면 b로 시작하는 단어란 걸 눈치로 잘 알았다. 문장을 대충 읽고 난 후 가위로 잘라서 그 문장을 다시 만들기 했다.


그 과정에서 대문자로 시작하면 문장의 처음이고 마침표가 있으니 마지막 부분이고.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

동사를 멋지게 만들어  주는 부사,  누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길  때는

66, 99 (" ")가 작은 몸으로 양 쪽에 와서 도와준단다. 하면서 인용 부호를 설명했고 이어서 몽둥이 같이 생긴 느낌표, 낚시 바늘 끝에 무슨 물고기가 물렸을 까?

물음표도 쉽게 터득하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짧고 쉬운 단어보다 길고 어려운 단어들을 너무나 잘 외우는 것이었다.

공룡 이름을 다 외우고 있어서일까?


아이도 자신이 만든 문장을 노트에 풀로 붙이면서 재미있어했고.

재미가 있으니 잘할 수밖에.


동사의 시제변화를  가르칠 때는 불규칙 변화 부분이 고민되었다.


-ed만 붙이면 되는 동사는  착한 동사,

불규칙 변화하는 동사를 장난꾸러기 동사라고 이름 붙였다.


동사가 나올 때마다 착한 동사인지, 네게 함정을 파서 장난을 칠 속셈을 하고 있는 장난꾸러기,  심술쟁이 동사인지 밝혀 버리자!  

우리는 걔들에게 속지 말자!

했더니 아이는 너무 몰입해서 잘했다.


그 다음에 현재, 과거 변화가 없는 cut, put, hurt 같은 동사들은 고집쟁이 단어 라고 했더니 예상 밖으로 아이는 이해를 잘했다.  일단 이해가 되니 학교 수업도 점점 재미있어했고.


발음과 listening을 위해서는 유튜브에. 있는 오디오 북을 느린 속도로 들려주어 따라 읽다가 일반 속도로 해서 듣고 따라 읽었다.

이제 1학년 입학한 5살 작은 아이의 공부까지 돌봐 줄 여력이 없었다.  

작은 아이도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학교 가서 거의 오후 4시에 집에 오는 일정에 적응이 안 되어 집에 오면 쉬어야 했다.

변명삼아 어깨 너머로 익히겠지, 했고.

아이패드도 한국서 가져온 맥북 하나밖에 없었고 와이 파이 접속도 걸핏하면 끊어져서 시간이 한없이 늘어지는 데다 큰 애 공부가 끝나야 작은 애가 공부할 수가 있으니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해줘야 큰 애 공부가 되니 작은 애는 닌텐도 게임에만 몰두했다.

그러다 작은 애 할 차례가 되면 자야 할 시간이 되었고. 나도 아직 폰으로 하는 학교 전달 사항을 이리저리 찾아다니면서 확인할 실력도 안 되었고.

전달 사항은 class dojo

숙제는 ㅡttrockstar, epic, ar, education city 이런 앱을 확인해야 했다.

요일마다 교복인지 체육복 인지도 체크해서 입혀야  했다.


노안으로 눈은 침침 해서 더위에 땀으로 범벅진 얼굴에 연신 흘러내리는 돋보기를 올려가며 물건마다 이름표 붙여 가며 가방 챙기고 오전 9시 30분에 학교에서 먹을 간식 챙기는 일도 벅찼다.

내 몸속에 스트레스라는 큰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여곡절 끝에 아이는 ㅡthe tunnel ㅡ작은 책 한 권을 다 읽어 내었다.

수업 시간이 재미있어지는 모양이었다.


교재가 정해지면 그 교재 중심으로 관련 명사, 동사, 부사, 형용사, 시제, 직접 화법, 간접 화법 등을 아울러 공부해야 해서 하나의 책을 끝내는데 한 달이나 한 달 보름 정도 걸렸다.  

시간이 필요한 우리에겐 다행이었다.


놀라운 것은 손녀가 책 한 권을 며칠 만에 다  외워 버렸다.

아파트 근처 식당에서 EAL선생님을 만 났는데 말해 주셨다.  수업 시간에 갑자기 앞으로 나오더니 줄줄 외우더라는 것이다.


나와 딸도 믿기지 않아서 한 번 해 보라고 하니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감정까지 살려서 외웠다.  해도 해도 어렵고 안되니 그냥 외워 버린 모양이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놀라워 해준 뒤로 아이의 자신감은 급 성장 했다.


형용사 활용을 가르치기 위해 수업 시간에 사람의 성격이나 외모, 장소, 날씨를 직접적인 서술보다 묘사하는 형용사를  사용하여 문장을 다시 쓰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부자야. 보다는 나는 비싸고 큰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야. 하고 묘사하라는 것 같았다.


아이에게 말해 줬다.

저 얘는 참 예뻐!

라고 말하면 어떻게 예쁜지 잘 몰라. 하지만 저 애의 눈은 파란색이고 크고 반짝이고 머리는 길고 곱슬곱슬하고 피부는 하얀색이야!  네가 그림 그리듯이 말해 주려고 하면  예쁘다는 말이 더 잘 전달되겠지. 해 주었더니 묘사 문장도 쉽게 해 냈다.


불과 얼마 전에 한 줄짜리 그림책을 읽던 아이가 비록 큰 글씨이긴 하지만 짧은 동화책도 읽게 되었다.


 어느 정도 자신 있게 책을 읽게 되면 커튼을 치고 거실 끝까지 가서 큰 소리로 읽게 하고 동영상도 찍어  모든 가족이 몇 번이나 돌려보고 칭찬도 쏟아 부어 주었다.

 

사실 우리에겐 하루하루 자라는 아이의 영어실력이 지렁이가 용 된 듯 놀랍고 대견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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