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백마지기에서 해와 한 잔 했다.
하늘과 가까운 곳 육백마지기
평창 미탄면은 정선에서 한양으로 가던 큰 길목이었다고 한다. 미탄면에서 42번 국도를 타면 카지노가 있는 정선까지 20분이면 간다. 우리는 미탄면에서 청옥산으로 올라갔다. 카지노가 속세라면 우리의 목적지인 육백마지기(1,200m)는 하늘가까이 있다.
육백마지기는 넓은 배추밭일까?
난 자꾸 이곳을 '육백만고지' 라 불렀다. 실수 하지 않기 위해 이름을 말하기 전 넓은 배추밭을 상상했다. 밭은 '마지기'란 경작 단위 단어를 떠올리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종자 한 말을 뿌릴 수 있을 정도의 넓이를 '한 마지기'라 한다. 평수로 환산하면 300평이라니 육백 마지기는 꽤나 넓은 경작지이다.
금성을 맞이하는 곳
나의 육백마지기에 대한 상상은 엉뚱한 연결일 수 있다. 실은 '육백'은 숫자가 아니라 '금성'을 뜻한다는 설명도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중국 도교에서 전승되 온 구성기학(九星氣學)에서 '금성'을 '육백(六白)'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육백마지기는 '금성을 맞이하는 장소' 라는 뜻이다.
별를 숭배하는 우리 고유의 '칠성신앙'은 '단군신앙'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육백마지기를 오르는 마지막 갈림길에 단군을 모시는 '삼신신앙제단대본사'가 있다는 점도 육백마지기가 금성을 맞이하는 곳이란 배경중 하나다. 이곳에 밤이내리고 선명한 북두칠성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그런것도 같다.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일몰
자리를 잡으니 해가진다. 서쪽 하늘이 활활 타오르가 시작했다. 이 세상 것 아닌듯 한 (아니긴하지) 현란한 해넘이 공연이 크게 한 판 벌어졌다. 홀린듯 취한듯 바라봤다. 이런걸 요즘 말로 해멍이라 하나 보다. 잔에 막걸리 더 채우고 태양과 한 잔했다.
막걸리는....언제 다 마셨는지 기억도 안난다. 좋은 친구들과 숨막히는 장관을 안주삼으니 더 바랄것이 없었다. 미탄 농협에서 구매한 #단고을속리산생막걸리 맛을 떠올리면 일몰이 생각난다. 무슨 맛이었는지 다시한번 가야겠다.
에필로그
우리는 지역과 상생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아래 가능한 모든것은 지역에서 구매하기로 하고 미탄면 농협 들렸다. 하지만 우리가 사고자 했던 대부분이 없었다. 사실 우리가 사려고 한 것들은 바게트와 치즈였다. 철없음에 반상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해 보기로 했다. 모닝빵과 딸기잼 그리고 나쵸와 대신 강냉를 샀다. 경기도 평택 강냉이어서 아쉬웠지만 어차피 옥수수 아닌가?!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지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으며 육백마지기까지 바비큐 통닭 두 마리를 배달켰다. 시간 맞춰 딱 왔다. 주변 지형 지물을 잘 설명하면 된다.
육백마지기에 올라가니 마을 부녀회에서 감자전과 김밥을 팔고 있다. 맛도 있고 가격도 적정 했다. 계속 이 맛, 이 가격을 유지해 준다면 더 이상 바랄것이 없을것 같다.
쓰레기는 고이 정리해 집으로 들고왔다. 가능한 쓰레기도 만들지 말고 지역에서 사고 그렇게 다녀보자.
03호 부터 재윤의 여행바라기 클럽이 함께 <막걸어 막걸리> 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 앞서도 함께 만들었으나 이번에 여행 클럽을 오픈했기 때문에 이름만 바뀐것이다. 이 글에서 대부분의 사진은 재윤의 작품이다. 덕분에 생생한 여행의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우리가 목표한 여행을 마칠 때까지 즐거운 <막걸어 막걸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막막맴버 재문과 게스트로 참여주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덕분에 즐거움이 더한다.
○ 육백마지기 찾아가는 주소: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길 583-76
○ 찾아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평창 ic→평창역→대화면→평창읍→정선/미탄 방향→미탄면 소재지→미탄초등학교→청옥산길→회동리(도깨비마을)→육백마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