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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들판 Aug 30. 2021

04. 내포는 막걸리도 좋아

내포문화숲길백제부흥군길을따라 신평양조장 백련막걸리

텍스트 기반 무림계에서
이미산이란


이번엔 아미산에 간다 하니 한 분이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표하며 자신은 무당산으로 떠나겠단다. 여기서 무당산이 나오면 텍스트 기반 중원인으로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아미산은 '꼭 명문정파' 아미파의 본산이다. 아미파의 촉망받는 여제자 기효부는 '언제나 명문정파' 무당파 칠대제자 은리협의 약혼녀였다. 그녀가 '절대사파 명교'의 광명좌사자 양소를 만나 후회 없는 사랑을 하기 전까진 말이다. 내가 봐도 양소는 멋있...



아미파와 전혀 관련 없는
아미산 입니다만


그러나 우리의 목적지는 아미파와 전혀 관련 없는 충남 당진에 있는 아미산이다. 아미(峨嵋)는 누에나방의 더듬이를 의미한다고 한다. 누에를 본적 없는 나로서는 그것이 왜 미인을 뜻하는지 짐작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동네 아이들이 할머니 손잡고 올라오는 것을 보면 여인의 눈썹처럼 곱고 완만한 산이라는 뜻인가 추측할 뿐이다.


왜 미인인지 알 수 없으나 곱고 완만한것 인정 @막걸어막걸리X여해바라기


아주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다면

아주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다면 '내포문화숲길 백제부흥군로'가 아미산 정산을 지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쁜 숨을 내쉬며 아미산 정상을 향했고 결국 나는 재윤이 내어준 등산 스틱을 부여잡고 질질 끌려 올라갔다. 숨 넘어가기 직전 정상에 오르니 동네 뒷산에 꼭 하나씩 있다는 조선식 정자가 보인다. 정자에 널부러져 한 숨 돌리고 있는데  동네 사내아이들이 누나 뒤를 따라 조잘거리며 내려간다.


아미산 정상까지 완만한 1.1km  @막걸어막걸리 X여행바라기


백제부흥군을 기억하는 방법들


백제 부흥군들이 넘나들었을 이 길은 내포문화숲길 중 '백제 부흥군길' 8번 길에 속한가. 백제부흥군은 660년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수도가 함락된 후에도 3년간이나 거세게 저항했다. 비록 백제의 부흥운동은 실패로 막을 내렸지만 끝까지 항전한 장수와 병사들의 이야기는 매년 은산별신제로 기억되고 있다. 물론 백제부흥군로를 걷는것도 역사를 기억하는 좋은 방법이다.


은산별신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마을의 한 노인이 꿈에 백마를 탄 한 장군이 나타나 “나는 백제를 지키던 장군인데 많은 부하와 함께 억울하게 죽어 백골이 산야에 흩어져 있다. 그러나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어 영혼이 안정을 못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을 잘 간수해 달라” 청하였다.  


백제부흥군의 원혼을 달래는 은산별신제(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연합뉴스 2016년 3월 22일)   


사대부가 이러시면
곤란합니다만


내포문화숲길의 내포는 뱃길이 내륙 깊숙이 들어온 물길을 말한다. 실학자 이중환이 <택리지 (擇里志)>에서 충남 내포를 '사대부가 살만한 '이라 하였다.  <택리지> 나와있듯 사대부가 () 키려면 ()가 필요한데, 지리적 여건으로 두 차례 난리를 치렀어도 적군이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백제부흥운동이 일어난 곳에서 국난을 해 평안하길 바라는 사대부를 상상하니 이중환의 평가 아쉽긴하다.


택리지(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우 충남 홍성 지도(출처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


워낙 땅이 좋으니
술도 좋아서


땅이 비옥한 충남에는 좋은 술도 많다. 우리는 무려 청와대 만찬주로도 쓰였다는 '백련 막걸리'를 맛보기위해  아미산에서 차로 약 20여분 거리의 '신평양조장'으로 달렸다. 신평 양조장은 1933년 설립되어 3대째 이어오는 전통양조장이다. 새로 간척된 땅, 신평에서 기른 당진 해나루 쌀로 막걸리를 만든다고 한다.


(구)신평양조장과 양조장 전시물들 @막걸어막걸리X여해바라기
신평은 양조장 이름이고
백련막걸리


양조장을 구경할 동안 뒤에 온 손님들이 진열된 막걸리를 모두 사가버렸다. 새 술을 기다리고 있는데  2대 사장님이 매장으로 들어오셨다. '한 평생 좋은 술을 향한 강한 집념이 느껴지는 사진'과 달리 맴씨 좋은 동네 할아버지로 보였다. 우리가 진열장의 모든 종류의 술을 사 담을 동안 2대 어르신은 비밀을 말씀하시듯 속삭이며, '백련막걸리'는 사찰 곡주 빚을 때 연잎 넣는 방식으로 빚은 것이라 알려주셨다. 그래서 신평 막걸리가 아니라 '백련 막걸리'였던 것이다.  



신평양조장 생산술을 종류별로 @막걸어막걸리X여행바라기


오백년은 넘은
연잎으로 술 만드는 법


2대 어르신이 한 말씀이 흥미로워 연잎을  사용하는 가향주(佳香酒)에 대해 찾아보았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1600년대 <주방문 酒方文>과 1716년 <산림경제 山林經濟>에  그 방법이 수록되어 있었다.  술독 밑에 연잎을 깔고 그 위에 술 밑을 안치고 다시 고두밥과 누룩을 켜켜이 깔아 발효식여 만든다. 여름에 딴 잎을 사용하여 수일 내 익히거나 서리가 내리기 전 잎이 마르지 않았을 때 빚어 추석 전에 마시기도 한단다. 집안마다 비법이 내려오고 있었다. 신평양조장 백련막걸리는 사찰 곡차에 연잎을 넣던 방식을 현대적으로 적용했다고 한다. 쌀누룩으로 밑술을 담고 고두밥과 말린 백련 잎을 첨가하여 익히는 방식이다. 기본 레시피는 최소 오백년쯤 되나 신평 양조장만의 비법이 있나보다.


 좌 산림경제(출처 국립민속박물관) , 우 주방문(출처 한국음식문화 -한식문화사전)


우렁쌈밥과 막걸리 페어링

종류별로 막걸리를 사들고 나왔지만  주변에 백련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이 없어 아쉬웠다. 우리는 술을 싸들고 약 10분 거리의 우렁쌈밥 거리로 갔다. 원조가 틀림없어 보이는 <원조 대아우렁쌈밥 > 식당을 선택해 들어갔다. 사장님의 얼굴을 살피며 막걸리 값을 낼터이니 우리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사장님은 매우 쿨하게 그냥 마시란다. 역시 원조 대아다! 고마운 마음에 식당에서 파는 <면천샘물 생막걸리>도 함께 주문했다. (사실 이 막걸리도 시켜 먹으려 하긴 했다. )  제육볶음과 우렁초무침 나오는 매운맛과 보통맛 우렁쌈밥도 함께 시켰다.


양 옆으로 우렁쌍밥집이 몰여있다 @막걸어막걸리X여행바라기


제맛을 부리지 않는 순한맛
면천 샘물 생막걸리

이제 시작해볼까?  먼저 면천 오리지널 <면천샘물 막걸리>부터 시작했다. 맛이 부드럽고 목 넘기도 순하다. 제맛을 강하게 부리지 않고 균형이 좋은 충실한 막걸리다. 캬~ 매운 우렁 쌈장을 잔뜩 넣고 우렁초무침과 이것저것 반찬을 넣어 쌈을 크게 하나 만들었다. 무슨 한식이든 막걸리가 정답니다.


쌉쌀한 연향이 고급진 맛
백련 막걸리


두둥! 신평 <백련생막걸리>를 개봉한다. 다시 한번 상추 위에 매운 우렁 잔뜩 넣고 제육볶음을 올려놓았다. 잘 안 어울 것 같은 조합인데 맛있다. 그 위에 정체불명 반찬도 하나 올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해파리로 우렁초무침, 제육볶음과 함께 쌈사먹는 우렁 쌈밥 삼합이었다. 삼합이면 막걸리다. 뚤뚤뚤 백련 막걸리로 가득 채운 잔을 들이켰다. 캬~ 이건 뭔 맛인가?!  여행기를 쓰는 지금도 기억난다. 첫 맛은 맑고 목넘김이 부드럽다. 뒤이어 쌉쌀한 연향이 혀밑에 돈다. 고운맛과 연향 때문인지 맛이 품위 지다. 부드러운 두부요리가 있다면 잘 어울릴 듯한 맛이다. 옆에서 암바사를 마시고 있는 재윤에게 미안했지만 술술 잘 넘어간다. 쌈밥에도 기가막히게 잘 넘어간다.  


우렁쌈밥, 백련생막걸리, 면천샘물 생막걸리@막걸어막걸리 X 여행바라기


에필로그


돌아오는 길에  서해대교가 보이는 전망이 아름다운 카페에 갔다. 바닷물이 밀려들어왔고 해가 지고 있었다. 물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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