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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들판 Mar 28. 2022

08. 안주 그 자체, 연천율무막걸리

평화누리길 11번을 걷다 말고  막걸리에 올인 한 날

율무는 몸에 좋은 것인 듯 함


율무주(薏苡仁酒) 은 "매우 좋은 율무를 곱게 가루 내고 누룩과 쌀을 섞어 술을 빚거나 혹은 자루에 담아서 술에 넣고 달여서 마신다." 고 중국 명나라 본초학 의서인 《본초강목》에  나와있다. 또한 율무는 "풍습(風濕)을 제거하고, 근골을 강하게 하며, 비위를 건강하게 한다."* 고도 소개하고 있다.  


태종실록 23권 태종 12년(1412) 5월 24일 자를 보면 검교한성윤(檢校漢城尹) 공부(孔俯)가 율무주(薏苡酒)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율무의 효능을 보건대 혹시 임금이 바람 불때마다 뼈마디가 쑤신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는지 모르겠다. 허준이 《동의보감》에는 율무가 뼈마디가 쑤신 것(濕) 뿐 아니라 학질 (瘴氣)**를 쫓는다고도 했으니, 율무는 틀림없이 몸에 좋은 것 이다.


何广益 张诗晗 李良松:《本草纲目》明清版本述要,  동의보감 @한의신문

여튼, 태종에게는 의외로 다른 문제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의학자 조정준이 《급유방, 及幼方》에서  '... 아이가 붓고 대변을  누지 못할  죽으로 만들어 먹이라'***고 했는데 어른에게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비뇨기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도 대충 추축해 본다.  


한편 본초학의 원단인《神農本草經》에서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진다***'라고 한다. 검교 한성윤은 나날이 늘어가는 선조의 뱃살을 보며 성인병으로 시달릴 것을 걱정하여 정성스레 술을 담아 올린 것은 아닐까?... 여기서 잠시 눈물을 흘려보고 싶다. 나도 율무주 오래 먹고 가벼워질  있다.

연천  율무 막걸리는 시다.


맛이 달고, 차고, 독이 없는 율무는 경기도 연천에서 국내 생산량의 70% 감당하고 있다. 율무의 원산지는 동남아시아다. 30~40 전부터 돈이 되는 작물이라 여겨 들여와 키우기 시작하였던 곳이 연천이란다.  지금은 약재, 화장품 원료,  등의 용도로 팔려나간다고 한다.


우리가 걸은 길을 평화누리길 11코스로 숭의전지에서 시작하여 군남홍수조절지에 이르는  18km 길이다. 나는 이미 군남홍수조절지에서 걸어온 적이 있으므로 이번에는 숭의전을 지나 임진교 아래 연천 양조장으로 막걸리를 사러  것이었다.


마침 사장님이 양조장에 나와 계셨다. 약속한 것은 아니고 우연히 그의 출근 시간에 우리 일행이 들여 닥친 것이다. 사장님은 우리들에게 사무실 자리를 내주셨는데 내부는 마치 연구소 같았다.  그래도 근처에 공장을 새로 짓고 으며, 여기는  만드는 법을 연구하는 곳이라 셨다.


당신은 원래 IT 출신으로 

우리  막걸리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에 장소를 보러 다니다 이곳 연천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막걸리를 만들 계획이셨는데 연천분들이 율무로 막걸리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에 쉽게 시작했다가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연천 율무막걸리는 시다. 지금도  맛을 생각하면 침이 고일 정도로, 개성이 뚜렷하고  맛의 감칠맛이 매력적인 술이다. 막걸리의 강한  덕분이 안주가 필요 없을 정도다. 좋은 술은  자체가 좋은 안주라 하는데 연천율무막걸리가 그랬다. 딸기, 산수유, 오디.... 지역특산물을 섞어 색을 만들고 인공 감미료로 맛내는 막걸리 말고  자체에서 맛을 끌어낸 이런 막걸리가 좋다.


연구실 같았던 사무실, 연천막걸리 보물창고@느리게걷기X여행바라기  
별보러 왔다가, 막걸리 먹고간다.


이 여행은 그러니까.. 평화누리길 11번을 걷고 밤에는 별을 보려고 했다가..... 모두 경건하게  동이리 주차장 사유지에 텐츠를 치고 아름다운 율무막걸리를 마시는 것으로 일정을 정리했다. 동네 안전요원 어르신께 혹시 여기서 잠시 텐트를 쳐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편하게 술 많이 먹고 가라 하셨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그분이 관리하는 땅이었다. 덕분에 화장실에 식수까지 갖춘 동이리 주차장 옆 사유지에서 어마어마한 캠핑을 할 수 있었다.  



연천막걸리 사장님께서는 숭의전 제주를 빚고 계셨다 @느리게걷기X여행바라기


에필로그

걷기 길에서 막걸리 이야기만 하다 끝내서 미안하다.  벌써 몇 달 전 기억이라, 별 보러 갔던 캠핑 이야기가 흐릿해졌다. 무엇보다 진짜 군대동기들이 환대해 주었던 바베큐 파티를 잊을 수 없다. 막막 형제의 군대 친구들이 연천에 있었다. 사진을 보니 억부인국수집이 생각난다. 맛있었다.


걷다말고 사유지에 앉아 연천율무 막거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느리게 걷기X여행바라기



*本草綱目 25권, 去風濕, 强筋骨, 健脾胃. 用絶好薏苡仁粉, 同麴ㆍ米釀酒, 或袋盛煮酒飮.

**及幼方, 一方, "小兒浮腫, 大便不利, 郁李仁ㆍ薏苡仁等分, 爲末, 和煮粥飮."

*** 本經疏證 卷三 上品 草 7種 > 薏苡仁 "薏苡仁, 味甘, 微寒. 無毒, ...... 久服, 輕身益氣"

출처 Korea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 MEDICLASSICS. Retrieved September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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