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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Jul 27. 2019

누구나 아는 비밀, 비밀일까?

브런치 무비패스 #8

누구나 아는 비밀 

2019. 08. 01 개봉  아쉬가르 파라디 연출,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주연.



<누구나 아는 비밀> 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세일즈 맨>으로 유명한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신작으로, 올해 칸 영화제의 개막작이었다.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은 행복한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 동생의 결혼식 파티 중 라우라의 딸이 갑자기 사라지고, 오랫동안 모두가 숨겨온 과거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며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우아한 가족 미스터리 극이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영화 속 실종된 딸을 찾으려는 여자 ‘라우라’ 역을 맡아 “차원이 다른 열연”(IndieWire)을 선보였다. 고 한다.



영화의 메인 포스터, 비밀을 숨기고 있는 여러 사람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미지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는 딸 라우라(좌), 행복한 결혼식 피로연이 한창인 와중에 라우라의 딸이 사라진다. (우)


딸을 잃고 이성을 잃는 엄마 연기를 훌륭하게 해내는 페넬로페 크루즈(좌), 이상할 정도로 라우라에게 잘해주는 라우라의 전남친 파코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우)


영화 중간까지 나타나지 않던 라우라의 남편은 중간부터 나타나 뜬금없는 소리를 해댄다. 라우라의 남편 알레한드로는 리카도 다린이라는 아르헨티나 출신 배우가 맡았다.
실제 부부 케미를 드러내는 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실제 부부라서 그런지 몰라도 극 중 실제로 부부인 인물들보다 더 부부 같은 두 사람의 케미는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누구나 아는 비밀>은 내가 꽤나 기대했던 영화다. 솔직히 재미는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유괴된 딸, 가족의 비밀, 과거의 연인, 출생의 비밀 등등 재미있게 풀어갈 요소들이 많았던 만큼 초반까지 기대감을 자아냈지만 보면 볼수록 그저 영화가 길다는 인상이 들었을 뿐이다.


 특히 영화는 예술영화나 상업영화라는 이분법 중에서 어느 쪽의 요구도 충분히 충족시켜주지 못한 채로 끝난다. 예술영화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막장스러운 데가 있고, 상업영화라고 하기에는 예술 영화적인 데가 있다. 결과적으로 제일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가족 미스터리라는 카피를 보고 갔는데, 사실은 가족이라고 보기 어려운 파코와의 이야기만 잔뜩 나온다. 비밀이라고 나타나는 정보는 별로 궁금하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동어반복적이고 지지부진하다. 무엇보다 영화가 너무 길다.

 한 인물을 따라간다고 하기에는 어딘지 산만하다.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 분)의 영화도 아니고 파코(하비에르 바르뎀 분)의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결과적으로 파코라는 인물에게 정이 가고 이입되지만 그의 마음은 설명되거나 매듭지어지지 않은 채로 끝나버린다. 


 지역적 특성도 특별히 드러나지 않는다. 스페인일 이유라고는 스페인어 화자인 두 사람의 배우 밖에는 찾을 수가 없다. 이란 사람인 아쉬가르 파라디의 매력은 이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식에서 드러났던 점을 상기해보면 아쉬운 지점이다.


 다시 이야기 하지만 가장 문제는 장르적 애매함에서 오는 지루함이다. 차라리 완전히 코미디 영화로만 연출되었더라면 빵 터졌을 수도 있었을 장면들이 애매한 톤 앤 매너 속에서 머뭇대다 사라져 버린다.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감이 있다. 내가 이 영화를 두고 이런 말을 하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범인을 드러내는 방식과 마지막 장면은 상당히 뜬금없었다. 과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이지 애매했다. 작은 단위로 끊어서 보면 장면적으로 잘 연출된 것들이 분명히 있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때 어떤 영화인지 정의 내리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별점을 준다면 5점 만점에 3점 정도 줄 수 있을 영화다. 좋은 구석은 장면 연출과 연기자들의 연기였다. 라우라 딸을 제외하면 연기 못하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고, 아역 연기자들도 훌륭하다. 어쨌든 아쉬움이 남는 것은 영화를 만든 재료들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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