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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Jan 09. 2020

<나이브스 아웃>, 익숙함이 준 신선함

추리소설의 익숙함을 선사하는 신선한 영화, 추천글 (스포 없음)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2019) 감독 라이언 존슨 /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 아나 드 아르마스 등 #재미있는 영화 #추천


이 영화, 일단 재밌다.


       내가 영화에서 추구하는 가치 중 1번은 재미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나 예술 영화를 하는 수많은 감독들이 그 안에 문학적이거나 예술적 장치를 넣어가며 관객들과 두뇌 싸움을 하지만 아예 이해가 안 갈 만큼 어려운 영화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설명을 잘해야 한다. 어쨌든 친절해야 관객들은 따라간다. 

 불친절한 영화는 생각보다 많다. 실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일부러 그러는 걸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재미는 없다. 어디 어디서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는 영화들을 영화관에서 졸며 본 경험, 영화 좀 본 사람들이라면 다 있을 것이다. 영화제처럼 밤새우고 가서 보는 게 아닌 이상 거기서 잠을 잔 것은 관객 잘못이 아니라  십중팔구 창작자의 잘못이다. 나는 내가 돈 주고 상영관을 찾아본 재미없는 영화가 의미까지 없다면 정말 화가 난다. 

    2019년 말에 한국에 개봉하여 상당히 장기간 스크린에 걸려있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그런 예술적 수면제 영화의 대척점에 있는 통쾌한 추리극이다. 12월 초쯤, 내게는 좀 이른 시각에 예매를 해서 보고 나왔는데 상영관에 들어가서 오히려 잠이 깨는 경험을 했다. 뒤가 무척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거의 개봉일에 관람했는데 이 영화가 잘 될 것이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예감할 수 있었다. 보고 나와서 할 말은 딱 하나다. 이거 재밌다!


이 영화, 신선하다.

저택을 배경으로 한 사람이 죽고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영화의 로튼 토마토 지수는 2020년 1월 9일 기준으로 97퍼센트다. 엄청 신선하다는 이야기다.  근데 사실 이 영화는 그다지 신선한 소재나 신선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 않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이 떠오른다는 평이 많을 만큼 오히려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한 추리 소설의 구조와 인물 군상을 그대로 따왔다. 


   이 영화가 신선한 이유는 

1번 약간의 현대적 뒤틀림을 가미했다는 것 = 즉 올드하지 않은 현대성의 가미.

2번 추리소설보다는 역동성이 있는 영화 매체로서의 영리한 표현 = 연기력과 편집 능력 때문인 것 같다. 

어느 쪽이든 감독이 영리했다. 그리고 어쨌든 뒤가 궁금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다.


이 영화, 경제적이다

명탐정 브누아 블랑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

경제적으로도 훌륭하다. 이 영화는 4000만 달러를 들여 만들었는데 이는  할리우드에서 나름 저예산으로 만들었다는 옥자의 5000만 달러보다도 1000만 달러나 적다. 아마도 배우와 스태프 페이, 약간의 스튜디오 만들기 빼고는 돈 들 데가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휘황한 CG나 액션씬, 대규모 엑스트라 없이도 충분히 역동적이다. 그 이유는 80퍼센트 정도 배우 덕이다. 다니엘 크레이그로 시작해서 제이미 리 커티스로 끝나는 엄청난 배우진 속에는 다른 영화에서 충분히 주연을 맡을 배우들이 조연진으로 껴있다. 휙휙 지나가는 컷들도 연기가 무게 중심을 잡아주니, 영화의 퀄리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영화가 좋으니 관객 반응도 좋았다. 이에 힘입어 <나이브스 아웃> 속편 제작이 확정됐다고 한다. 박수쳐줄 일이다.


결국 이야기


재미로 따지면 2019년 1-2위를 다투는 영화 두 편 <나이브스 아웃>과 ,<포드 대 페라리> 두 편 다 12월 4일에 개봉했다.


2019년을 지나고, 두 영화를 영화적 재미로서 최고의 영화로 꼽을 수 있었다. 하나는 말초신경의 긴장을 유발한 <포드 대 페라리>로 내가 영화에 원하는 거의 모든 요소가 있는 영화였다.
또 하나는 바로 이 영화 <나이브스 아웃>이다. 이 영화는 영화가 이야기 전달 매체로서 존재하는 의의를 상기시켜준 소중한 영화다. 영상물의 홍수 속에서도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런 영화에 있는 것 같다. 두 영화 모두 결국 이야기가 재미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중하게 쓰인 이야기는 영화에게 경제성과 재미를 안겨준다.  2020년에는 부디 이렇게 참신하면서도 익숙한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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