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학교폭력의 오해와 진실

by N잡러

드라마 속 학교폭력


<더 글로리> 시즌 2가 3월 10일 시작된다. 시즌1이 끝나고 시즌2를 고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송혜교의 감정없는 대사가 이번 드라마에 딱 맞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동안 송혜교가 나오는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 더 글로리가 유일하다.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 가해자를 복수하는 내용이다. 복수 내용을 다룬 영상은 보는 사람에게 통쾌함을 준다. 현실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울수록 더 그렇다. 일반 서민은 부패한 재벌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응징하는 사람들이 영웅으로 보인다. 우리의 고전 [홍길동전]이 대표적이다. 언젠가부터 한국에선 비리 경찰과 부패한 검찰이 단골로 등장한다. 심지어 경찰은 무능력하고 검찰은 교묘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대의 홍길동을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더 글로리의 주인공 문동은처럼 말이다.


그동안 학교폭력을 소재나 주제로 다룬 영상물은 학교폭력을 학교생활의 일부로 다루거나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의 모습을 다뤘는데 항상 피해자는 여러 조건의 약자, 특히 경제적 약자이며 가해자는 기득권이면서 뻔뻔하고 반성은 커녕 학교와 손잡고 숨기려하거나 반대로 만들어 버린다. 피해자의 억울함과 가해자의 파렴치함이 반복된다. 더 글로리는 그동안의 저작물 중 극과 극이다. 문동은의 부모는 오히려 없으면 나을 법한 부모로, 합의금을 받고 아이를 버리고 가해자는 기득권으로 경제적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영향력까지 가진 인물이 된다. 다른 콘텐츠는 피가해자 부모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 글로리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만 등장하지는 않는다.


학교폭력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적 복수를 다룬 경우도 많다. 돼지왕 같은 경우는 직접 살인을 저지른다. 모범택시 또한 학교폭력은 아니지만 사적 복수를 대행하는 내용이다. 법제도로 처벌하는 것의 한계나 빈틈이 있기에 개인이 원하는 정도의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개인적 복수는 드라마와 영화로 보는 것과 현실은 다르다. 만약 현실에서 개인적 복수를 직접 한다면 이 또한 범법행위기 때문이다. 더 글로리가 인기를 얻은 이유 중 하나가 사적 복수를 문동은이 하지 않으면서도 가해자에게 더 심한 처벌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담임교사의 편파적이고 비인격적인 처사가 문동은에겐 가해자보다 더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며 교사일 수 있는 인물이기에 더욱. 문동은은 담임교사를 찾아가 학창시절 있었던 사실을 교육청 게시판에 올리겠다고 한다. 담임교사의 아들은 문동은의 대학선배였고 장학사 시험을 보고 심층면담만 남겨놓은 상태였으니 아버지의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이 불이익을 당할 것을 알기에 백합꽃 알러지(천식)로 아버지를 죽인다. "교육청 게시판에 올리기 전에 선배에게 먼저 온거예요. 물론 알죠. 선배님은 죄가 없다는 거. 근데 그때 저도 죄가 없었거든요."라며 문동은은 대학선배이자 담임교사의 아들에게 말한다.


시즌2에서는 본격적으로 가해자들을 응징할 것이다. 문동은이 어떻게 자신의 손을 쓰지 않으면서도 복수할 수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담임교사처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처벌하게 된다면 현실적으론 그들에겐 지옥이 따로없다. 가해자가 벌받는 것은 당연한데 뭘 그렇게 생각하냐고 하겠지만 상담을 하는 나로써는 단순하게 보게 되진 않는다. 담임교사를 죽게 만든 아들은 장학사는 될지 모르지만 평생 아버지를 죽게 만든 것 때문에 괴로워할 것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지 뭘' 이렇게 말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황과 모습은 드라마라고 보지 않고 현실과 동일하게 본다. 그래서 '모든' 가해자들은 드라마처럼 뻔뻔하고 극악무도하다고 여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데...


현실 속 학교폭력


학교폭력에서는 심각성과 지속성과 고의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심각성은 피해학생의 피해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물리적 폭력은 병원에서 발급받은 전치2주이상의 진단서이며 정신적 피해는 정신과 상담 등을 받은 의사의 소견서 등이다. 객관적 자료가 있지 않아도 부모의 의견서에 아이의 행동과 심리상태를 육하원칙으로 기술하는 것도 가능하다. 잠을 잘 못잔다던지 작은 일에 놀란다던지 외출을 꺼려하거나 등교를 거부하는 등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글로 쓰면 된다.

지속성은 일회성이 아닌 수개월 동안 학교폭력이 계속되는 것을 지속성으로 본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노트나 수첩에 처음 학교폭력의 피해를 받은 날짜를 적고 역시 육하원칙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구체적으로 적는다. 언어폭력이면 욕을 했다가 아니라 "0000이라고 했다.' 가해학생이 한 말 자체를 적어야 한다.

고의성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했을 때를 말한다. 법에선 의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화가 나서 갑자기 때린 것과 언제가 저 얘를 때려줘야지 맘을 먹고 있다가 전화로 불러내거나 지나가는 피해자를 붙잡고 때리는 것은 다르다. 어쩌면 가해자 마음이기에 확인할 수 없지만 앞뒤 정황을 알아본다며 확인할 수도 있으며 가해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가능하다. 법원에서 증인에게 선서를 하는 내용('양심에 따라 숨기거나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 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의도를 가지고 거짓을 말한다면 벌을 받는 것처럼 고의성을 가지고 한 행동은 죄질이 안좋다고 본다.

위의 세 가지 사항과 더불어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를 추가적으로 확인한다.


정순식 아들 학교폭력 가해사건은 '전학, 퇴학'에 해당할 정도의 점수였다. 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이 모두 높았고, 여기에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가 낮고 화해 정도는 전혀 없음이었다고. 또한 교육청 재심 청구, 행정소송,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해서 2017년 처음 발생한 이후 2019년 2월에 전학을 갔다. 그리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교 철학과 진학 수능 100%이며 생기부 학교폭력 사항이 감점요소로 작용하겠지만 점수가 높았다면 입학하는 데 모자르지 않았을 수 있다. 생기부에 학폭 내용을 적는 것은 밀양사건의 가해자들이 아무런 제재도 없이 대학을 입학한 후부터였다. 상위학교 진학에 불이익을 줘야한다는 것이 반영된 것이다.


상담으로 정순식 아들 사건과 유사한 사례를 경험했다. 중학생이며 로스쿨 자녀였던 학생이 가해자였고 특목고 진학하려고 끊임없이 재심과 소송을 했다. 학교폭력 생기부 기재는 최종 결정이 나야 할 수 있기에 시간을 끌었던 것이다. 피해학생과 가족은 자신들을 가만히 두기만 해달라는 것이었다. 전학까지 갔지만 계속되는 재판에 지칠대로 지쳐 부모는 몸져누웠고 이모가 상담을 했다. 학교 교사들도 어쩌지 못했고 경찰과 동행해서 CCTV를 확인했지만 가해자 부모가 법적 지식으로 시간 끌기를 하고 있었다. 화가 났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럼 위와 같은 사례가 현실에서 많은 경우에 해당할까? 아니다. 하루에 몇통씩 상담전화를 받고 개인적으로 상담을 하고 있지만 딱 한 번이었다. 물론 내가 상담하지 않은 사례가 있을 수 있으니 현실에서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 7년이상 전국의 학폭상담을 하면 대부분 친구간의 갈등상황 즉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대부분이었고 피가해가 섞이거나 억울한 가해자들도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유사한 사례는 신문의 사회면에서나 볼 수 있으며 이는 전체 학교폭력의 1~2%에 해당한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범죄자를 혐오하는 한국사회에 자꾸 피해자 가해자를 나눠서 가해자 처벌로 몰아가는 것이다. 성인도 아닌 미성년자에게 가해자란 낙인으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칠 기회를 뺏지말았으면 좋겠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전체 학교폭력으로 확대하지 말았으면 한다. 드라마와 같은 학교폭력이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니 오해없길 바라며 내 글이 피해자나 가족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사실 글을 쓰는 것 자체를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저의 경험이 학교폭력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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