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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Nov 17. 2023

디지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드라이브가 통째로 인식되지 않는 경험을 해보셨나요?

 

 화요일 저녁 온라인 강의가 끝나고 ppt 파일을 저장하려고 클릭한 순간 D 드라이브가 변경되었거나 삭제되었다는 메세지가 뜨는데... '왜 이러지? 그럴리가 없는데 저녁 강의 전까지 아무 문제없이 썼는데' 몇 번을 다시 해도 마찬가지였어요.


 윈도 탐색기를 열고 검색하니 정말 D드라이브 자체가 보이지 않았어요. 순간 뭘 해야하나 고민하다 우선 지금 열려있는 강의안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바탕화면에 저장했어요.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하며 전문가들이 올려놓은 방법으로 확인을 했지만 여전히 인식을 못했어요. D 드라이브는 1테라 용량의 메모리를 추가로 설치한 것이라 혹시 슬롯이 빠졌을 수도 있을거야 라며 제발 그러길 바랬죠. 밤 9시가 넘어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다음 날이라도 빨리 고쳐야 목요일 강의를 할 수 있었어요. 다행히 수요일엔 강의가 없었거든요. 만약 수요일 그것도 오전 강의였다면 강의안 만들 시간도 부족했을 거예요. 


 집 근처 출장 방문수리하는 업체를 검색했고 밤 11시까지 한다고 하더군요. 한시가 급하니 당연히 요청을 했어요. 10시 반까지 집으로 온다고 했어요. D 드라이브엔 100개 이상의 강의PPT와 자료, 회사에 관련된 서류, 출판과 관련된 원고와 40명 강사들의 강의기획서와 서류, 디지털미디어리터러시 민간자격과정 운영에 관한 모든 것까지 너무도 중요한 자료들이 있어서 제겐 돈보다 더 귀할 수 있어요. 


 출장 기사님이 지금 수리하고 있는 다른 분의 작업이 늦어져서 다음 날 오전에 방문해도 괜찮은지 전화가 왔어요. 어쩔 수 없으니 알겠다고 했어요. 다음 날 오전에 방문한 기사님 말씀이 "이건 물리적인 손상을 입은 거라 가져가서 스캔(손상 확인 작업)을 하고 그 다음 얼만큼 복구가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일을 진행해야 해요. 그런데 스캔하는 것만 평균 30시간 정도 걸려요." 라고 하더군요. 복구가 70%이상일 땐 전체를 복구하고 만약 50%미만이면 선택적으로 중요한 것부터 살린다고 했어요. 선택한 것에 손상이 있다면 살릴 수 없다는 말과 함께요. 상상만으로도 끔찍했죠. 최대한 빨리해서 알려주겠다며 돌아갔어요.


우선 순위가 명확해졌어요.


 노트북 사용은 문제가 없으니 우선 뭐부터 해야하나 결정해야 했죠. 당장 다음 날 강의PPT였어요. 다행히 담당자에게 보낸 PDF 파일이 있는데 기한이 만료되어 다운이 안돼서 담당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받은 PDF를 PPT로 변환했더니 이미지가 이상해진 것들이 있어 수정하고 글자도 틀어져서 다시 고쳤어요. 그래도 너무 다행이었죠. 

 다음으론 복구가 안될 경우를 대비해서 급한 일을 해야 했어요. 기한이 정해진 일부터 시작했어요. 여기저기 보내놓은 자료를 다시 다운받고 제가 만들어 공유한 강의안은 강사들에게 보내달라고도 했어요. 심지어 교재를 위해 출력의뢰한 인쇄소에도 파일을 부탁했어요. 며칠 전에 드라이브 자료를 백업해야지 하다가 안한 걸 후회하며 클라우드에라도 올려놓을 걸 별별 후회를 다 했어요.


 자료가 모두 있을 땐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한데 막상 자료가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더군요. 당장 급하지 않은 건 '이건 나중에 하지 뭐...' 이렇게 되고요. 그래서 써놓은 목요일 브런치 연재하는 글도  다시 쓰려니 기억도 잘 안나고 '이번 주는 연재 안하면 되지' 싶었어요.  


마음이 편해지다.


 목요일 강의를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어요. 나도 모르게 디지털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거죠. D드라이브 복구를 못해도 괜찮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리셋되어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고 혹시 몰라 가지고 있었던 것들이 사실 중요한 게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이런 상황을 경험하는 건 처음이라 신기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나고요? ㅎㅎㅎ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캔 결과 전화를 받았는데... 99.9% 복구 가능하다며 수치는 100%가 나오지 않는데 이건 100% 복구라며 희소식을 전해줬어요. 복구 금액이 66만원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이걸 해야하나? 돈이 아까운데'라는 간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자료인 건 분명한데 말이죠. 외장형 하드에 복구해서 토요일 오전이면 집으로 가져다준다고 했어요. 물론 외장형 하드 금액은 별도고요. 


 화요일 저녁부터 목요일 저녁까지 단 이틀동안 벌어진 일인데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답답함, 걱정, 염려, 조급함, 그러다 편안함까지 엘리자베스 퀸블러 로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와 흡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외장형 하드에 무조건 백업이다' 결심도 하고 이번 기회에 디지털 디톡스를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시간을 정해놓고 디지털을 안하는 거죠. 


 그런데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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