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2017년에 방영한 드라마로 집은 있지만 30년동안 갚아야 하는 대출금때문에 방을 세주는 하우스 푸어인 남주와 집은 관심도 없지만 당장 월세도 못내는 여주가 서로의 이해관계로 한 집에 살며 생겨나는 일들. 한국 드라마가 그렇듯 결국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된다는 뻔한 스토리...
그런데 나에게 깨달음을 준 드라마다. 남자 주인공은 집 대출금을 갚기 위해 생판 처음보는 여자에게 방을 세줄 정도이고 여러 면에서 돈을 아껴쓴다. 그에겐 키우는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 밥을 줘야하는데 야근이 잦은 남주에겐 이를 해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조건에 맞는 여주 덕분에 남주는 동거를 시작한다.
어느 날 고양이에게 탈이 났다. 평소 돈이라면 벌벌 떠는 남주가 고양이를 안고 택시를 타고 병원을 간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돈을 아끼는 사람이 고양이를 위해 택시비에 병원비까지 쓰다니...
그렇다. 사람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깝지 않은 거다.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다른 사람에겐 하찮아 보이더라도 내가 중요한 것일 수 있다. 그건 내가 정하는 것이고 그걸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출 필요도 없다는 걸 주인공의 태도를 보고 알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내 집 마련이 중요해서 다른 것들에 인색한 남주를 이상하게 여긴다. 하지만 남주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뭐시 중헌디'를 알고 있는 거다.
그동안 나는 주변의 시선,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당연시하며 살았다는 걸 그 장면을 보며 깨달았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엔 돈이 아깝지 않은 것, 그 기준은 내가 정한다는 것. 그게 멋져 보였다. '돈을 쓰는 기준은 이렇게 정하는 거구나' 알게 되었다. 이번 생은 누구나 처음이다. 그래서 잘 모르고 서툴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만 안다면 잘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