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기관 청소년과 제주를 걷다

by N잡러

“어떤 일을 할 때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달라졌어요.”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쓴 비행청소년 회복 프로그램인 『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을 읽고 혹시 한국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없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주관하는 기관인 '만사 소년'을 알게 되었고 한국판 쇠이유인 '2인 3각'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메일을 보내 어떻게 하면 멘토가 되는지 문의했습니다. 『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과 2인 3각 프로그램을 만든 천종호 판사님의 책 두 권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와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를 읽고 신청서를 작성해서 보내면 된다고 했습니다.

세 권의 책을 읽고 신청서를 작성해서 보냈습니다. 천종호 판사의 얘기를 들어보니 위탁기관 청소년들은 한 번도 여행을 가보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며, 누군가 자신에게 오롯이 관심을 가져준 어른이 없는 아이들이랍니다.


드디어 2인 3각 일정과 멘티가 정해졌습니다. 2018년 5월 9일부터 17일까지 입니다.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서 멘티와 센터 사모님, 만사 소년 실장과 함께 천종호 판사를 만나 점심을 먹었습니다. 처음 만나 멘티는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을 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었습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일정에 대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김해공항으로 가서 인증숏을 찍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2인 3각은 업체, 개인의 후원에 의해 진행됩니다. 의외로 좋은 일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번 후원업체는 뉴시스라는 언론사입니다. 창립기념일 행사를 하는 대신 의미 있는 일에 돈을 쓰겠다며 후원했다고 합니다. 뉴시스란 신문사가 달리 보입니다.


2인 3각에 참여하는 멘티는 소년 처분 6호 처분으로 기관에 위탁된 아이들 중에 본인이 자원한 학생입니다. 6개월을 센터에서 보내는 중에 8박 9일을 걷는 것입니다.

8박의 짐을 넣은 배낭을 메고 하루에 13킬로미터 정도를 걸었습니다. 숙소인 게스트 하우스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걷기 시작하면 점심 먹을 때를 제외하고 걷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또 걸어서 숙소로 갑니다. 너무 먼 거리는 버스를 타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가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오름을 가기도 하고, 숲이나 봉우리를 오르기도 합니다. 멘티는 비행기도 처음 타보지만 이렇게 걷는 것도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저 역시 이렇게 걷기는 처음입니다. 어깨는 무겁고 다리는 아프고. 하지만 내색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다고 하는 멘티 앞에서는 말입니다. 다행히 멘티와 성격이 잘 맞아서 그나마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멘티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일정이 끝나갈 즈음 저에게도 한계가 왔습니다. 매끼마다 음식 선택은 멘티에서 줬습니다. 최대한 배려하며 독려하면서 걸었습니다. 하지만 가방을 던지며 못 걷겠다고 할 땐 저도 화가 났습니다. 속으로 ‘누굴 위해 이렇게 힘들게 걷고 있는데... 왜 이렇게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없지.’ 했습니다. ‘왜 내가 이걸 했을까? 이 짧은 기간에 변화가 있을 거라 기대했나.’하며 다시 생각했습니다. 오만이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별스럽지 않게 하며 속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멘티에겐 용기였고 저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제가 멘티에게 영향을 끼치리라 여겼나 봅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오늘 목표를 채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의 완강함에 멘티도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마지막 밤. 우리는 그동안의 일정을 되돌아봤습니다. 숙소와 음식의 베스트, 워스트를 정해 보기도 했습니다. before & after도 해보고 ‘2인 3각 제주 일정은 000이다’로 마무리했습니다. 각자 적고 같이 읽었습니다. 멘티가 저보다 나았습니다. 요즘 무기력하기만 하고 매사에 결정을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는데, 멘티는 에너지가 넘치고 자신의 생각이 뚜렷했습니다. 아직 자신의 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좋은 방향으로 가는지 모를 뿐이었습니다. 센터장을 통해 전해 들으니 제주를 다녀오고 ‘쉽게 포지 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을’ 배웠다고 합니다.



멘티는 센터 퇴소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잘 지낸다고 하는데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딸이 없는 제가 딸 하자고 했습니다. 자신은 엄마 부자라며 진짜 엄마에, 센터 엄마에 저까지 엄마가 셋이라고 했습니다.


위탁기관에서 생활하는 아이 한 명을 만나고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도 그저 십 대의 아이일 뿐인 건 분명합니다. 관심 가져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아이들입니다. 우리가 그 누군가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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