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진 Jul 15. 2021

당신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이상과 현실


당신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당신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왜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어디서 살고 싶은지 차근하게 짚어본 뒤로 지향점을 질문하고 있다. 처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도시와 시골, 어느 중간'을 간헐적 시골살이를 통해 현실적으로 살아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나의 목표는 명료하다. 나는 누구나 간헐적 시골살이를 하면서 동시에 도시 생활도 누를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물론 나를 포함해서). 내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서'라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듦'이라는 것이 꼭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닌 듯하여. 혹은 '포기'라는 말을 하기 싫어서 적당히 '핑계' 삼을 만한, 남들에게 나의 속사정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고 잘 살고 있는 척이라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쪽에 더 가깝겠다.


나의 이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하여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서점을 가는 것이었다. 나는 서점에 가서 전원주택 짓는 법, 시골집 구매하는 법(부동산) 또는 시골집을 고쳐 사는 법 등의 다수의 책을 찾았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 집으로 데려왔다. 책 제목은 '전원주택 짓고 즐기며 삽니다'


전원주택을 정말 짓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시골에 있는 땅을 제대로 잘 살 수 있는, 수익 창출을 위한 매매법을 소개하는 목적이 아니다. 단지 이 책에는 내가 쓰고 싶었던 모든 카테고리가 담겨있었기 때문에 구매를 한 것이다. 그중 하나를 발췌하자면 전원생활에 절대 맞지 않는 5가지 유형이다.


현실에서 도망쳐서 숨을 곳을 찾는 사람들

땀 흘리는 육체노동을 꺼리는 사람들

전원생활로 수익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

전원생활의 단편만 보고 꿈꾸는 사람들

남들에게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무작정 도시의 삭막함이 싫어 시골로 도망치는 사람은 전원생활과 맞지 않다고 이야기를 한다. 전원생활에 절대 맞지 않는 5가지 유형 중 첫 번째를 읽자마자 정곡을 찔렀다. 맞다. 나도 현실을 도망치고 싶어서 도피처를 시골로 삼은 것이다. 시골도 사람 사는 곳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도피처도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그 도피처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일단 나부터가 그런 도피처가 필요하다. 아주 도망갈 순 없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도망갈 수 있는 그런 도피처. 아직은 도시생활과 아슬아슬한 발렌스가 필요하다. 생계의 모든 것이 모여있는 도시를 버리고 무작정 시골로 갈 수는 없다.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한다.


도시보다 시골은 훨씬 더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때만 해도 할머니가 대문 위에 붙은 말벌집을 불로 태워 죽이는 것이 떠오른다.(그냥 말벌이 아니다. 엄청 큰 말벌이다.) 에프킬라에 불을 붙여서 말이다. 매년 잔뜩 심어놓았던 보리를 거두느라 진을 다 빼놓기도 했다. 자연이 주는 것을 그대로 거두고, 거둔 것에서 이루는 쾌감과 성취감은 성공리에 마친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에 걸어두는 것과는 다르다. 또 다른 감사함이다.


또 하루에 똥을 몇 번 싸는지 소문까지 나는 곳이 시골이다. 3번 쌌던 똥을 한 번만 싼다면, 요즘 장 건강이 좋지 않냐며 고구마 한 보따리 챙겨주는 곳이 시골이고 인심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도 경험을 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도망치고자 하는 사람은 도망칠 곳이 필요하다.



혹시 포기하고 싶어?


나는 포기하고 싶었다. 원하는 대학에 원서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미끄러졌을 때, 죽도록 맞으면서 억지로 서울 올라왔을 때, 먹고살겠다며 애써 디자인을 업으로 삼았을 때, 좋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직장을 떠났을 때, 기껏 디자이너로 10년 가까이 지냈지만 남은 것은 없었을 때, 결국 하고 싶은 일이 글을 쓰는 일이었을 때. 도시 생활 10년이었지만 돌아온 것은 배고픈 통장이었을 때.


다 접고 그나마 가진 전세금으로 시골살이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서웠다. 그마저도 또 포기하고 싶고 절망이 나를 절벽 끝으로 밀어 넣을까 봐. 두 팔, 두 다리 멀쩡하고 나름 어진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불특정 다수도 '포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시골집을 알아보고 잠시 시골에서 살아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결국 내가 닿을 목적지를 찾지 못하여 그냥 앞서 경험해본 이의 글을 읽고 있지는 않은지.


괜찮다. 사실 지향점이 없어도 된다. 내 삶의 구체적인 목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려 쓴 글은 아니었다. 비슷한 꼴을 하고 있는 어떤 한 사람이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도만 알아주면 된다. 나는 짧게라도 시골에 살아보며 느꼈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고, 생각을 현실로 끄집어내기 위해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그리고 계획대로 시골에 도피처를 마련하게 된다면 도망치고 싶은 도망자들은 이곳에 잠시 의존하면 된다. 그뿐이다.




포기 하고 싶지만,

포기 마저도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을 위한 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골, 어디서 살고 싶은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