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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Sep 14. 2020

야~야아? 야아~

고양이와 나 #11 - 고양이와 야

4살이 되면서부턴가, 와니가 부쩍 입으로 소리를 많이 내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가 하는 말을 따라 하는 듯, 그렇게라도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소리는 높고 짧은 '야', 높았다가 낮아지는 '야~', 길게 이어지는 '야-', 물음표가 붙은 '야아~?' 뿐이라 답답한 것 같았다.  


폴딩도어 너머에 있는 와니


오늘은 폴딩도어를 사이에 두고, 나는 안쪽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와니는 바깥쪽 베란다에 앉아있었다. 창 너머를 바라보던 와니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이미 그런 와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린 서로 바라보게 되었고 곧 와니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야~아, 야?" 짐짓 알아들은 척 와니의 말을 흉내 내 보았다. "아? 야~"


하지만 그것은 결코 서로에게 닿지 못할 외침이었다.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지만 결국 나는 와니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아마 와니도 내 답변 - 와니야, 뭐라고? - 를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었다.


우리만의 언어


밥그릇 앞에서 먀-

밥을 채워 준다


내 다리 사이로 먀-

몸 낮춰 쓰다듬어 준다


문 앞에서 먀-

낚싯대를 흔들어 준다


다 같은 먀-먀-먀-

다 다른 먀-먀-먀-


너와 나만 아는

우리만의 먀-


이런 시를 쓰기도 했지만 실은 와니가 부엌에서 주변을 맴돌거나(배고파!) 장난감을 물고 다닐 때(놀아줘!)나 가능한 일이지. 용도가 확실한 공간이나 물건 앞에 있지 않고서야 와니가 원하는 게 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언젠간 내가 와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영원히, 한 번도 완벽하게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별하게 될 것이다. 생각하니 슬퍼졌다.


(좌) 음... (우) 아~


가만, 생각해보니 방법이 있을 것도 같다. 일단 한 걸음 더 다가가 와니와 나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만져달라는 게 머리인지 엉덩이인지 모르니 몸을 낮춰 왼손으론 머리를 쓰다듬고 오른손으론 엉덩이를 토닥토닥한다. 엉덩이를 하늘에 닿을듯 치켜들면 정답이다!


그게 아니면 요즘 가장 좋아하는 낚싯대 장난감을 흔들어준다. 금세 집중력을 발휘해 고개를 휘-휘-돌려가며 좇는다면 정답이다! 더 격하게 흔들어준다. 그러나 장난감엔 성의 없이 눈동자만 굴려주고 집사의 다리 사이를 8자로 왔다 갔다 하거나 부엌으로 총총 가버린다면 정답은 장난감이 아니다. 간식이다.


먼저 문 너머로 가봐야겠다. 왠지 와니가 뭐라고 하는 건지, 바로 정답을 맞힐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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