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 싫다. 아무렇게나 글을 써놓고 퇴고하기 싫어서 미루다 보니 어느덧 연재일로 설정한 월요일이 다가왔다. 최대한으로 미뤘으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나는 항상 멋대로 행동해 놓고 미래의 나에게 뒷수습을 맡긴다. 초고를 쓰는 건 좋지만 퇴고는 싫다.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워지기도 하고, 엉망인 글을 보면 수치심이 느껴지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역시, 나는 글을 쓰고 싶다. 운 좋게 미니멀리즘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 올릴 기회가 생겼지만 처음부터 원했던 건 글쓰기 그 자체였다. 미니멀리즘은 한 번쯤 써보고 싶은 주제이긴 했으나 영원히 쓰고 싶은 주제는 아니다. 굳이 내가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좋은 글이 이미 너무 많다. 그렇다면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뭘까. 그게 뭐가 됐든 일단은 새로운 주제를 찾아야겠지 싶었다.
사실 이전에 기획한 브런치북을 완벽히 마무리하고 새롭게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려니 글을 쓰는 게 점점 더 싫어졌다. 어차피 돈도 안 될 거라면 쓰고 싶은 글만 쓰고 싶다는 생각에 새로운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어차피 글을 쓰다 보면 무슨 주제든 쓰기 싫어지는 건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꼼수 같은 건 통하지 않았다. 글을 쓰고 싶으면 그냥 글을 쓰는 수밖에 없다. 무한 글쓰기의 굴레에 갇혀야만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고 글을 쓸 수 있는지는 모른다. 지금이야 운 좋게 돈도 안 되는 글을 쓰며 살고 있지만, 어느 순간 먹고살기 위해 글을 그만 써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 현재를 만끽하면서도 그 정도 각오는 해두고 있다. 그래도 글을 계속 썼으면 좋겠고,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글을 쓰면서 입에 풀칠도 하고 싶다.
지금까지 나는 행복한 척을 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척하며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했다. 누군가 나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 게 싫다는 이유로 나를 변명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은 감추기만 했다. 내가 타인의 평가에 의연한 척하는 이유는 타인의 평가에 가장 예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조금은 솔직해지고 싶다.
요즘은 글을 쓰고 싶은데 쓰기 싫다는 이런 양가적인 감정을 다루느라 애쓰고 있다. 글을 쓰는 게 권태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어떤 일에도 권태를 느끼지 않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권태로워도 재밌는 일은 그나마 글뿐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거라곤 글 쓰는 것 밖에 없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그걸 지속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쓰다 보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뭔지 점점 가닥이 잡혀가지 않을까. 그때까진 무작정 글을 써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