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안 살면 살기 싫은데요
살면서 이 말을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언제나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는 말. 사실 어느 정도 동의하는 말이다. 살다 보면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할 때가 분명히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싫은 것이 뒤따르는 법이고, 그걸 거치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나는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고 싶다. 최대한 내 인생을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면서 살기를 원한다.
나는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 비관주의자는 아니지만 언제나 이런 생각을 염두에 두며 살아가고 있다. 어차피 광대한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내 인생은 먼지만도 못한 별 것도 아닌 인생이다. 나뿐만 아니라 어떤 위대한 생명체든 인간의 입장에선 대단할지언정(물론 나도 그들을 존경한다.) 멀리서 보면 크게 다를 것 없다. 결국 인간은 살다 죽는 존재다. 죽어서 먼지가 된다. 그러니 어떻게 살든 죽기 전에 뭐든 해볼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살아보는 거다.
인생은 유한하기에 더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유한한 인생을 남 눈치 보며 살고 싶지는 않다.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범법행위는 안 하고, 피해는 안 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마음대로 살고 싶다. 이렇게 살지 못할 삶은 내겐 필요도 없다.
안정적인 삶도 충분히 훌륭하고 가치가 있지만, 즐기고 모험하면서 사는 인생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남들이 하라는 거 안 해도 죽을 만큼 힘들지언정 굶어 죽지는 않는다.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죽지만 쉽게 죽지 않는다. 마음을 먹는다고 죽어지지도 않고, 마음을 안 먹는다고 안 죽는 것도 아니다.
나는 어딜 가도 일하면서 먹고살 수 있다는 걸 안다. 공장이나 물류창고 아르바이트도 여러 번 해봤기 때문에 크게 힘들어하거나 꺼리는 일도 딱히 없다. 내 인생의 의미는 직업이 아닌 내 생각에 있다. 어떤 직업을 가져도 내가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고,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들만으로 쉽게 충만해질 수 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넓은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게 좋겠지만, 먹고 살만큼만 일을 하고 나머지는 취미로 가득 채운 생활로도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지 못한다고 해도 다른 일로 돈을 벌면서 그 일을 계속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산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모두에게 맞는 방식은 아니겠으나, 적어도 이런 인생이 있다는 것만큼은 누구든 알아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내 마음대로 사는 나의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벌써부터 손이 근질근질하다. 정말 지 맘대로 산다고 칭찬 같은 욕을 해주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두근두근 설레기도 한다.
누군가는 내 삶을 통해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한다. 닥치지도 않은, 컨트롤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 않다. 단지 이렇게나 제멋대로 살아도 잘 살고 있는 현재를 보여주고 싶다. 건방지고 원대한 소망을 말해보자면, 언젠가는 다양한 인생들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다채롭고 너그러운 세상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