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메일을 받고 기뻐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브런치를 시작한 지도 5개월이 지났네요. SNS 미니멀을 실천하고 있지만 브런치도 이렇게 정리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더는 브런치에 글을 작성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마음대로 한다고는 했지만 정말 제 마음대로 끝이 나버려서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연재 브런치북은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어설픈 마음으로 임할 바에는 빠르게 정리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글은 계속해서 쓰겠지만 브런치에서는 아니고, 우선은 블로그로 돌아갈 생각이에요. 블로그는 언제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어서 좋거든요.
누군가 나를 아는 공간에서 내 이야기를 편하게 하는 건 쉽지 않기도 하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나 글의 카테고리가 일관적이어야 한다는 브런치의 암묵적인 룰 속에서 그런 고민을 하는 건 더욱 쉽지 않았어요. 그게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걸 즐기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일 것 같습니다. 제 성향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이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브런치를 그만두는 건 도파민 디톡스의 연장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집착하고, 조회수나 좋아요 수에 연연하며 글을 쓰게 되었으니까요. 그런 얕은 마음이 녹아있는 제 글을 도저히 못 봐주겠더라고요. 더 이상 스스로 만족할만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작가의 서랍 속에 수많은 글을 썼다가 발행하지 못한 채 지운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주에 한 번 글을 쓰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어떤 주제든 꾸역꾸역 이어나갈 수는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진심이 없는 글을 그저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써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기획해 둔 글들을 전부 지웠지만 아깝지도 않습니다. 그만큼 제 글에 애정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겠죠.
독자가 없었다면 작가도, 브런치도 없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독자분들에게 무척 감사했습니다. 이런 기회는 누군가 다른 사람의 글을 읽지 않는다면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니까요.
어쨌든, 제가 쓸 수 있는 글을 다시 쓰기 위해 브런치는 접어두고자 합니다. 혹시라도 저의 이야기가 궁금해지신다면 작가 소개란에 있는 블로그 링크를 타고 놀러 오세요!
그동안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