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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onechoi Dec 31. 2021

기본 배달대행료가 택시 기본요금보다 비싸서야 되겠습니까

[인터뷰] 코로나19로 국밥집 접고 배달 전문점 운영하는 정병환 사장

▲ 사인 티셔츠 사장님의 예전 가게를 자주 찾던 롯데 자이언츠의 서준원 선수의 사인 티셔츠





부산의 중심부에서 10년째 장사를 하고 계신 정병환 사장(55세, 현 낭만 도시락 운영)님이 있다. 사장님은 주위에 빌딩과 학교들이 있는 번화가의 좋은 위치에서 9년 동안 소고기 국밥 장사를 했다. 매장은 평수가 100평이 넘었고 20개가 넘는 테이블이 있을 정도로 컸다. 



주위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장사는 호황이어서 가게 문을 열고 9년간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던 중 2020년 2월, 사장님도 어김없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9년 장사에 처음 위기를 겪게 된 것이다.



코로나 이후 매출은 평소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장 운영에 위기가 닥쳤다. 손님은 갈수록 더 줄었다. 이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해 아내와 고민 끝에 어려운 결정을 했다. 결국 홀 매장의 영업을 축소하고 배달 위주로 영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각 구단의 야구선수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음식의 맛에는 자신이 있었다. 



10년 전, 한 대형 조선사의 부도로 인해 운영하던 회사를 잃었던 시절, 밥장사를 배우기 위해 합천에서 장사를 하고 계시는 어머니를 찾아갔다. 그때 아들의 장사를 만류하던 어머니를 수백 번 설득해 배운 어머니의 레시피로 배달을 할 메뉴를 짰고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배달 영업 초보자에게 큰 매장의 영업을 유지하면서 배달을 병행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날이 갈수록 적자만 늘어났다. 



배달하면... "최저임금도 못 받아"




▲  하루의 대부분을 사장님이 보내는 주방의 모습이다.






마침내 재계약을 포기했다. 인건비와 공과 잡비들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높은 임대료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9년을 장사했던 정든 곳을 떠나 3개월 전, 조그마한 배달 전문 매장을 열고 배달 업체들과 계약을 했다. 배달 대행업체들은 이용료로 건당 3500~4000원 대를 제시했다. 이후 3개월 동안 배달 전문 영업을 하며 이 배달 대행 요금들의 위력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아니, 이게 해보니까 사람이 타는 택시 기본요금보다 비싸더라고요. 이 도시락 하나의 배달이... 어제 마누라랑 택시를 탔어요. 지금 택시 기본요금이 3300원이잖아요. 배달 대행 기본요금은 지금 3500원입니다. 택시 기본요금이 내년에 올라서 3800원이잖아요. 근데 도시락 하나의 기본 배달 대행료가 1월 1일부터는 인상이 돼서 4000원이 된답니다. 미칠 일 아닙니까 이게.



이해를 해보려 했어요. 하지만 이게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배달 기사님들 고생하시는 건 압니다. 나도 해봐서 힘든 것도 알고요.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게다가 1월 1일부터 또 올린다는 것은 영업을 하라는 건가 싶어요. 고객한테 갑자기 음식 가격을 올리겠다고 할 수도 없잖아요. 갑자기 이렇게 올리면 우리는 어떡하냐고요."



업장의 장사를 마치면 직접 콜을 받아 배달 대행을 해 보았다. 이를 위해 대행업체에 가입하고 오토바이를 샀다. 5만 원의 기본 계약금도 납부했다. 배달을 직접 하며 기사들의 고충을 바로 느낄 수가 있었다. 현행 지도상으로 2km를 기본 거리라고 보는데 이 2km의 반경을 묶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이 반경의 기본 거리 내에 오토바이가 다닐 수 없는 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거리가 가깝다고 해서 빨리 배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떤 곳은 오토바이를 세워 두고 걷거나 뛰어야지만 배달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나름 열심히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 일을 하는 동안 1시간 평균 불과 두 건의 배달을 했다.



배달하며 번 평균 수익은 최저시급조차 못 버는 수준이었다. 배달 대행 사무실에 수수료로 5%를 주고 얻은 평균 건당 수입은 언제나 채 4000원에 미치지 못한 평균 3천 원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을 그만두었다. 듣던 것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배달 대행으로 수입을 얻는 것이 지금 벌고 있는 금액 이상은 힘들다고 판단을 했다.



"지금이 바로 정부가 수수료 문제 고민해볼 때"



배달을 해보면서 느낀 점이 배달 플랫폼의 자사 라이더들이 단건을 배달하고 얻는 수입과 실제 배달 대행업체 소속의 기사의 수익은 편차가 매우 심하다는 것이었다. 일반 배달 대행 기사들이 사고 위험이 큰데도 왜 여러 개를 한꺼번에 배달하며 서두르는지 알게 되었다. 이 일을 직접 해보며 기사들의 입장을 헤아릴 수가 있었다.



"손실보상 80% 하겠다고 하고 10% 나왔을 때요. 업장 마치면 저도 배달까지 뛰어봤습니다. 오토바이 타고 치킨, 피자 등 배달 대행을 저도 직접 해봤습니다. 해보고 하는 얘깁니다. 배달업체도 문제가 많더라 이겁니다. 배달업체들을 권리금을 붙여서 매매를 하더군요. 일반 가게처럼요. 인수한 사람 입장에서는 이 권리금을 회수해야 하잖아요. 배달비에 이 금액을 붙이는 거죠. 이러니까 사설업체들의 배달비가 높아지는 겁니다.



바로 지금 이때가 이 수수료 문제를 전반적으로 고민하고 본격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배달 수수료가 비싼지, 업장이 부담이 되는 금액을 지불하는데도 왜 배달 대행 기사님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적은지를요. 지금 이걸 치열하게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무조건 언제부터 얼마 올리겠다고 통보하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들 죽으라는 얘기밖에 안 돼요. 최소한 생계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만이라도 일정 기간 유예를 한다든지 당분간은 현행을 유지한다든지 대책이 있어야지요. 대책이."



사장님은 한숨을 쉬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장님께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냐고 물었다. 그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  포스기 아래는 어머니께서 운영하시던 가게의 오래된 목조 돈통이다. 지금은 사장님 어머니의 모습은 더 이상 뵐 수 없다. 작년 4월에 작고하셨기 때문이다. 신형 포스 기계와 어머니의 목재 돈통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인터뷰를 하고 사장님의 고민을 들으며 이 사진을 찍을 때, 마음이 아팠던 이유다.





"한 달 전까지 여태껏 났던 손실을 메꾸려고 영업 마치면 저녁 열 시부터 새벽 다섯시까지 경비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업을 하니 몸이 망가지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 그만뒀습니다. 지금은 영업 중의 한가한 시간에 아내가 마트로 네 시간 알바를 갑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예전에 어머니께 음식을 배울 때, 밥을 보시하는 마음으로 장사해야지 돈 벌려 하면 안 된다고 했던 말씀이 요즘 계속 떠오릅니다. 지금의 현실은 밥 벌어먹기도 힘든 시기인데 말이에요. 그때의 어머니의 모습과 짜장면 한 그릇도 배달비 없이 그냥 배달이 되던 그 시절이 요즘 너무 그립습니다. 



정부와 사회가 실손실 보상이나 이런 수수료 같은 문제에 하루빨리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힘든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해서요. 어찌 도시락 하나 배달하는 비용이 사람 택시비보다 비쌉니까? 이게 대체 말이 되는 현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미칠 일이고 답답한 일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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