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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onechoi Jan 27. 2022

유아식 정체기, 비장의 메뉴를 공개합니다

초란 10개에 김가루... 아빠는 삼일에 한 번 기쁘게 계란말이를 합니다

"여보. 아기가 올해 들어서 부쩍 밥을 잘 안 먹어요. 제가 반찬을 해줘도 예전보다 많이 먹지를 않아요. 어떡하죠? 아기들 유아식 정체기가 있다던데 우리 아기도 그런가 봐요. 진짜 어떡하죠?"

"아기가 좋아하는 것들이 뭐였죠? 혹시 모르니 내가 한번 해 볼게요. 아기 점심 전에 뭐부터 해 볼까요? 아. 맞다. 아기 계란말이 좋아하죠? 그것부터 내가 해 볼게요."



돌아서면 밥 줘야 하고 돌아서면 밥 줘야 하는 상황을 뜻하는 일명 돌 밥돌 밥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아내에게 익히 들었다. 유아식 정체기라는 단어도 아내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이 유아식 정체기를 겪는다는 다른 아기의 스토리를 맘 카페에서 본 적이 있었다.

정체기를 겪어 힘들어하는 어느 엄마의 글을 보며 우리가 직접 겪지 않기를 바랐었다. 이 유아식 정체기가 우리 가정에 이렇게 찾아올 줄은 얼마 전까지 미처 몰랐다. 아기는 엄마가 해 주는 반찬을 지금까지는 잘 먹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이 나면 가끔 아내를 도우며 아기의 먹을거리를 만드는 일에 있어서 조연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시장을 봐서 주로 아내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 이외에는 요리와 호텔 조리 전공 학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일명 설거지 육아를 했다.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주로 설거지를 하며 아내를 도왔다. 


                                                     

▲ 계란말이 계란말이를 시작할 때의 모습이다.






아내와 나눈 대화의 내용처럼 내가 아기 유아식 반찬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만약 내가 한 음식을 아기가 잘 먹는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일단 아기가 잘 먹는 계란말이부터 내 몫이 되었다. 아기는 줄곧 초란을 먹어왔는데 이 초란들은 크기들이 작았다. 아기가 먹을 계란말이를 하려면 이 계란이 최소 열 개는 필요했다.



계란을 씻고 계란을 깼다. 그리고는 김을 직접 넣어 조리하는 대신에 중간중간 뿌리기로 했다. 아기가 좋아하는 김을 최대한 많이 넣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조리를 하며 아기가 잘 먹기 만을 바라면서도 아. 이러면 내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나겠구나 생각하니 참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계란말이를 최대한 예쁘게 말면서 머릿속에 드는 복잡한 생각들도 함께 말았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계란들과 함께 말려지는 지난 하고 심난한 과정을 거쳐 이윽고 계란말이가 완성되었다. 도마에 올려서 한 김을 시키고 썰어서 아기에게 반찬으로 주었다. 아기에게 완성된 이 계란말이를 주면서 뭐 별다를 것 없는 레시피라 이 것도 아기가 안 먹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 계란말이 김 가루를 뿌려 아기에게 만들어준 계란말이






다행히 아기는 아빠의 계란말이를 잘 먹었다. 빙고. 당첨. 이제 아기의 계란말이 반찬도 내 몫이 된 거다. 일전에 기자이신 최 모 분께서 어떻게 일을 하면서 육아를 도우며 기사도 이렇게 많이 쓸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을 때, 울컥했었던 얼마 전의 말이 떠올랐다. 최 모 기자 분도 인정한 안 그래도 빡빡한 일상에 이제 아기의 계란을 말아서 반찬으로 주는 일까지 추가가 된 것이다.




이후에도 아기는 아빠의 계란말이를 좋아했다. 내가 요즘 계란을 3일에 한번 10개를 마는 이유다. 한 번에 열 개씩, 3일에 하나의 계란을 만다면 앞으로 한 달 동안 아기에게 계란말이를 주기 위해 100개의 계란을 씻어서 깨고, 총 10개의 계란말이를 만들어야 한다. 한 판에 30 구인 초란이니, 앞으로 계란 네 판이 필요하구나라는 계산이 문득 되었다. 통계를 내고 숫자 싸움을 하는 직업병이 도진 거다. 실소가 나온 이유다.



아내가 고맙다고 번번이 얘기할 정도로 인정을 해주고 아기가 잘 먹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기가 지금처럼 먹어준다면 계속 기쁘게 계란을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돌 밥돌 밥 육아, 집 콕 육아에 도움이 된다면 아기가 내 계란말이를 거부할 때까지 앞으로도 기쁘게 계란을 말아주어야지 어쩌겠는가. 






▲ 계란말이 당근, 치즈, 김가루, 파가 들어간 오늘 아기의 계란말이.






오늘 아침에도 아기의 계란말이를 하며 문득 이 시국, 육아 동지들과 다른 아기들의 밥상의 풍경이 궁금해졌다. 오늘도 사랑으로 아기들의 밥과 반찬을 무한 루프로 돌 밥돌 밥을 하고 계실 동지들께 아기의 완성된 계란말이의 향긋한 냄새를 담은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완성된 계란말이의 탱탱함을 담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도 함께 건넨다.



아내가 계란말이를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일전에 한 말이 있다. 그 아내의 말을 존경하는 독자 님들께 바친다. 아내의 말을 바치며 글을 마친다.



"여보. 김 가루를 쓰니까 아기가 좋아하는 김을 더 많이 넣을 수 있네요. 김을 직접 깔거나 계란에 풀면 한계가 있는데 바로 넣으니 그게 되네요. 나도 먹어 보니까 이게 훨씬 더 낫더라고요. 김을 넣는 거보다 김 가루를 사용하고 가루를 바로 뿌리니 아기가 잘 먹네요. 신기하게요."


"언젠가 이거 기사로 꼭 쓰세요. 아기들 유아식 정체기가 왔을 때 계란말이 이렇게 한번 해 보시라고요. 방법은 간단한데  결과물이 많이 다르네요. 다른 아기들도 이럴 수 있으니까 이번에 이 내용을 기사로 꼭 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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