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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아도취 Sep 09. 2021

[ㄱㄴㄷ음식예찬]딤섬은 마음에 점을 찍고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의 음식 이야기

먹는 것에 매우 진심인 사람이 한글 자음 따라 쓰는 음식 이야기.


나는 식당에 가면 여러 종류의 음식을 골고루 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일행과 메뉴 통일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고 "이거랑 저거 시켜서 골고루 나눠 먹자" 주의이다.

그런 면에서 한 접시에 많은 양이 나오는 음식보다는 작은 접시에 조금씩 나오는 스타일의 음식을 좋아한다.

스페인의 타파스가 그렇고, 중국의 딤섬이 그렇다.


딤섬의 유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딤섬이라는 이름은 옛날 언어인 "공심(空心, 공복이라는 의미)에 적은 식사를 한다."에서 나왔다는 설과 "마음에 점을 찍어 마음에 접하게 한다."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정의는 명확하지 않지만, 식사 동안에 소량의 음식을 먹는 것으로, 과자나 간식과 경식의 종류는 모두 딤섬으로 불린다.(출처:위키피디아) 



딤섬은 한국의 "점심"과 같은 한자를 쓰는데, 마음에 점을 찍을 정도로 간단하게 먹는 음식 정도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에서 딤섬이라 하면 주로 만두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인들이 딤섬 집에서 주로 먹는 것은 만두류의 음식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먹는 하가우(다진 새우가 들어간 만두)와 샤오롱바오 (돼지고기를 넣은 국물이 들어 있는 만두)가 있다.

사실 딤섬의 종류는 조리법과 안에 들어가는 재료, 유형에 따라 30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여러 가지 딤섬 (출처: unsplash.com)

처음 딤섬을 접한 것은 미국 유학 중에 뉴욕의 차이나타운에서였다.

뉴욕 사는 이모의 손에 이끌려 처음 가 본 딤섬 집은 무슨 중국 영화에서나 나오는 그런 곳 같았다.

8명에서 10명이 족히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나와 이모는 "합석"하게 되었다. 

우리 앞에는 한자로 된 신문을 읽으며 혼자 식사를 하는 중국 할아버지, 잠시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러 온 듯한 트렌치코트에 서류가방을 든 백인 남자와 정장을 입은 여자, 그리고 왠지 조이럭클럽에서 마작을 하다 왔을 것 같은 화려하게 차려입은 중국 아주머니 셋이 있었다.


이모는 평소와 달리 이 사람 저 사람이 먹는 음식을 기웃기웃하시더니, 카트를 밀며 지나가는 서버를 불러 세웠다. 

마치 쿵푸 팬더에서 포가 밀던 아버지의 국수 카트 같은 그런 카트에 높게 쌓인 대나무 찜기들이 뚜껑을 덮고 가지런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모가 이 쪽 저 쪽 테이블에서 눈으로 찜해두었던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서버가 찜기의 뚜껑을 열며 빠르게 음식을 찾아주었다. 서버가 음식을 보여주면 이모는 끄덕끄덕하거나 아니라는 손짓을 하며 우리 앞에 놓일 딤섬을 신중하게 고르셨다. 서버는 중국어인지 영어인지 모를 말을 했고, 이모는 영어로 대답했다. 각자의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손짓 발짓과 표정으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됐다.


딤섬을 먹다가 또 다른 카트가 지나가면 불러 세워서 한 두 가지를 추가하기도 했다.

원하는 게 카트에 없으면 서버가 다른 카트를 미는 서버를 큰 소리로 불러서 우리 앞에 데려다 주기도 했다. (싣고 다니는 딤섬의 종류가 카트마다 조금씩 달랐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하가우와 시우마이(돼지고기가 들어간 만두), 그리고 중국 브로콜리(broccolini와 닮은, 길쭉하게 생긴 chinese broccoli) 요리와 돼지갈비 딤섬, 연잎밥 등을 먹게 되었다. 음식은 달고 짜고 맛있었다. 느끼함은 함께 주문한 차로 달래주었다.


식당을 들어갈 때 영어로 자리를 안내해주던 호스티스로부터, 식당을 나설 때도 영어로 배웅을 받게 되었다. 

그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들은 (거의 유일한) 영어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토끼굴을 지나 잠시 잠깐 중국을 다녀온 느낌이었다.


카트가 있는 딤섬집 (출처: 구글)


그 다음번 딤섬 경험은 남편과 시카고의 차이나타운에서였다. 호기롭게 함께 들어갔으나, 영어로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한 서버에게 나의 연륜으로는 손짓 발짓이 통하기 어려웠던지, 그는 결국 호스트를 불러다 주었다. 어렵게 딤섬을 주문하고 나온 음식 중에는 내가 시킨 것 같지 않은 음식도 섞여 있었지만 뭐 어쩌랴. 주는 대로 먹었다. (딤섬 집에 가서 서비스를 기대하면 안 된다) 


나중에는 우리 시골 동네에도 딤섬을 하는 가게가 생겼다. 딤섬 전문은 아니고 원래는 중년의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중국 식당이었는데 주말 낮에만 한시적으로 딤섬 메뉴를 운영했다. 카트를 밀고 다니는 "진짜" 딤섬집은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딤섬 대표 메뉴는 충분히 갖추어져 있었고, 무엇보다 맛이 훌륭하고 가격도 착했다.


미국에서 먹는 주말 브런치도 좋았지만, 이 식당을 알고부터는 느지막한 주말 아침에 먹는 딤섬 브런치의 맛도 꿀이었다. 작은 접시 여러 개를 시켜 음식을 골고루 먹어볼 수 있어서 지인들과 주말 약속을 그곳에서 자주 했다. 특히 가격도 나쁘지 않아서 여러 명에게 식사 대접을 해야 할 때 더더욱 애용했다. 


한국에 돌아와 그 맛을 잊지 못해 유명하다는 딤섬집들을 부러 찾아가 보기도 했다. 대부분 말도 못 하게 비싸고, 또 맛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줄을 서서 먹는다는 딤섬 집도 마찬가지였다. 대안이 없으니 가끔 가게 되는 집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한번 다녀오면 다시는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대구에 있는 친정 근처에 새로 생긴 백화점에 딤섬집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동안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지라 별 기대 없이 방문한 딤섬집이었다.

깔끔하고 널찍한 가게에 앉아서 메뉴판을 보며 기대감이 조금 올라갔다. 

가격도 다른 딤섬집에 비해 착한 편이었다. 나온 음식들을 보고 눈이 즐거웠고, 먹어보니 입이 즐거웠다. 

그 이후로 친정에 내려갈 때마다 잊지 않고 들리게 되는 맛집이 되었다.


몇 년 후 직장 때문에 친정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딸아이도 이 집 하가우를 좋아하게 돼서 이곳은 우리 가족의 최애 단골 식당이 되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아이는 백화점 문센(문화센터)을 한동안 다녔었는데, 끝나고 난 점심시간에는 무조건 딤섬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아이도 잘 먹고, 우리의 입도 즐거웠다. 

홍콩에 있는 식당 브랜드라고 하는 이곳은 한국에서는 대구에 첫 지점을 냈다. 

이렇게 맛있는 곳이 대구에만 있다니 서울 올라가면 대박일 텐데라고 남편과 먹을 때마다 이야기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산으로 진출하더니 이제는 서울에도 몇 군데에 생겼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이 맛을 알게 된 것은 기쁜 일이지만, 아쉬운 점은 가격 인상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입소문이 나서 대기가 장난 아니라는 것.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딤섬은 하가우다. 뭐 사실 새우가 들어간 딤섬은 다 좋아한다. 

새우부추 교자도 좋아하고 즐겨 먹는다. 하가우는 겉의 쫀득한 피와 새우의 탱글탱글한 고소함이 일품이라면, 새우부추 교자는 부추의 풋향이 올라오는 것이 담백하고 좋다. 


하가우 사진 - 웬만한 딤섬집에는 무조건 있는 메뉴 (출처: 구글)


ㄱㄴㄷ음식예찬의 ㄱ 시리즈에서도 잠시 언급을 했었는데, 이 집의 가지 딤섬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 

요즘은 세 식구가 가서 가지 딤섬 3 접시를 시켜서 1인 1가지 딤섬을 먹기도 한다. 

한 번은 하가우 3판, 가지 딤섬 3판을 시켰더니 서버가 주문을 확인하러 다시 왔다가 간 일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샤오롱바오를 좋아하지만 아직 한국에선 내 입에 맞는 샤오롱바오를 먹어보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딤섬집 치고는 꽤나 비싼 식당에서 먹었던 샤오롱바오 맛은 잊히지 않는다.

샤오롱바오(소룡포라고도 하는)는 주머니 모양으로 빚어서 안에 국물이 들어 있는 딤섬(만두?)이다.

샤오롱바오는 뜨거울 때 중국식 수저에 올려서 피를 살짝 찢어 국물을 수저에 받은 후, 간장과 함께 나오는 절임 생강이나 고추기름에 들어 있는 빨간 고추를 취향 따라 하나 정도 얹어서 국물과 만두와 양념을 한 입에 호로록 먹는 것이 포인트다. 

샤오롱바오가 식탁 위에 올라왔는데 이미 피가 찢어져 있거나, 내가 젓가락으로 들다가 찢어져서 국물이 새어 버리면 안타까움의 탄식이 절로 나오는 이유도 그런 것이다. 


기존에 이 식당에 있었던 불향 가득한 소고기 볶음면을 자주 시켜 먹었는데, 이제는 절판된 메뉴이다. 소고기와 숙주 그리고 쌀로 만든 듯 쫀득하고 넓적한 면을 같이 먹으면 풍미도 좋고 씹는 맛도 일품이었는데, 다시 나오기를 바래본다.


완툰탕쌀면이라는 메뉴도 자주 시킨다. 아이도 쌀국수와 국물을 좋아하고 나와 남편도 좋아하는 메뉴이다.

특히 친정아버지가 좋아하셔서 함께 식사를 하러 가면 아버지께서 꼭 시키시는 메뉴이기도 하다. 

최근에 이 메뉴를 재발견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비가 엄청 내려서 쌀쌀한 날 매콤한 국물이 땡겼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이 딤섬 집에를 갔더랬다. 이 집의 우육탕면은 내 입맛에 맞지 않아서, 그리고 매워서 아이도 못 먹으니 평소대로 완툰탕쌀면을 시켰다. 아이가 먹을 몫을 따로 덜어주고 나서 매콤한 게 땡겼던 나는 남은 쌀국수에 고추기름을 넣어서 먹었다. 남편이 먹어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엄지 척을 날렸다. 

크으~ 소리가 절로 나는 시원함이었다. 

우리는 그날 쌀국수를 하나 더 추가해서 고추기름을 양껏 넣어 먹었다. 그 이후로는 늘 그렇게 해서 먹는다. 


그 외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메뉴로는 차슈 바오라고 하는 바베큐한 돼지고기가 들어간 찐빵처럼 생긴 만두도 있다. 또, 진짜 돼지 얼굴 모양의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간 디저트 메뉴도 있는데, 안이 너무 뜨거우니 돼지 콧구멍을 젓가락으로 찔러서 커스터드 크림을 조금 빼서 먹으라는 다소 잔인한;;; 동심 파괴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연잎밥도 가끔 시키는 메뉴인데, 아이보다는 나와 남편이 즐겨 먹는다.


피기 커스터드 번 (출처: 딤딤섬 웹페이지)


딤섬은 마음에 점을 찍는 음식이라는데 이렇게 맛있는 메뉴가 많다 보니, 나는 가면 항상 욕심껏 시키게 된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라면 "잘 먹었다~~"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배를 두들기면서 식당 문을 나서는데 익숙해져서인 걸까. 

말이 나온 김에 이번 주말에는 아이 손을 잡고 딤섬을 먹으러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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